[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이재명표 '당내 대사면'이 정동영 전 대표의 복당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대선을 앞두고 민주개혁진영 대통합을 명분으로 동교동계, 옛 민주당계 인사들에게 문호를 개방했지만, 당을 떠났던 이들에 대한 불이익을 없애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초박빙 대선 국면에서 외곽에 있는 지지층을 끌어모으기 위해 불가피한 선거 전략이라는 해석이 우세하지만, 향후 분열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후보가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후 지난해 10월 말 당내 대사면 추진 방침을 밝히면서 '여권 통합' 논의를 발빠르게 전개했다. 이를 위해 지난 3일부터 17일까지 부정부패, 성비위 전력자를 제외하고 복당 신청한 이들을 일괄 수용했다. 동시에 탈당한 이들에게 걸림돌로 간주돼온 공천 불이익 조항도 오는 6월 지방선거와 22대 총선까지 대선 기여도에 따라 감면해준다는 당헌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구 민주계' 인사들이 순차적으로 복당했다. 지난달 30일 천정배 전 대표 등 호남계 비문 인사 12명이 복당했고, 이어 지난 13일 정대철 전 고문과 권노갑 전 의원 등 9명이 당에 돌아왔다. 마지막으로 정동영 전 대표가 복당 신청 접수 마지막 날인 지난 17일 민주당 문호를 두드렸다.
특히 정 전 대표는 앞서 복당한 이들과 달리 환영식 없이 조용히 이를 알렸다. 자신의 복당이 미칠 파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정 전 대표는 이번에 복당한 인사들 가운데 동교동계와 옛민주당계와 달리 친노 계열에서도 멀어진 인물이다. 그는 참여정부에서 '노무현의 황태자'로 불렸지만, 임기 말 노 전 대통령에게 등 돌리고 열린민주당을 탈당해 대통합민주신당을 창당했다. 이 과정에서 이 후보는 당시 정 전 대표의 팬클럽 '정통'(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을 이끌던 회장 출신으로, 두 사람은 각별한 인연이 있다. 정 전 대표는 또 2015년 당시 문재인 대표와도 각을 세우며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바 있다.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문재인 대통령이 2016년 2월 정 전 대표의 국민의당 합류 소식에 자신의 SNS를 통해 "잘 됐다. 구도가 간명해졌다. 자욱했던 먼지가 걷히고 나니 누가 적통이고 중심인지도 분명해졌다"고 밝힌 글은 친문 지지층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민주당 내부에선 정 전 대표의 복당 소식에 공개적으로 반발하는 이들은 없지만, 내심 그의 복귀가 불편한 분위기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더팩트>와 "좋으면 삼키고 쓰면 뱉고 하는 게 정당이 아니다. 어려울 때든 좋을 때든 동고동락해야 하는데 그것(정 전 대표를 비롯한 탈당자 복당)이 일반 국민과 당원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모르겠다"며 "함께한다는 대의에서는 동감하지만 작은 의미에서는 좀 이해하기가 힘들다"라고 밝혔다. 다만 "돌아오더라도 평가를 받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그분들도 이제 70이 넘기 때문에 (그들의 정치 복귀가) 시대 상황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온라인상에서도 옛 민주당계의 복당에 대해 "당에서 친문의 싹을 뽑아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며 성토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민주진영 대통합'의 또 다른 축은 열린민주당과의 합당이다. 열린민주당은 준연동형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서 민주당의 21대 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이들이 주축이 돼 창당한 비례위성정당이다. 두 당의 합당 역시 이 후보가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전개가 급물살을 탔고, 18일 양당은 절차를 매듭지은 후 합당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정치권은 이번 대선이 '1%포인트 이내의 박빙' 선거라고 보고, 진영 간 지지층 결집을 위해 대통합 선거 전략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한다. 이에 민주당 선대위는 오는 6월 치러지는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관련한 공천위 설치, 후보 등록일, 공천룰 등 모든 공천일정을 대선일(3월 9일) 이후로 미루며 대선 총력전을 예고했다.
민주당 수도권 중진 의원은 "복당하겠다는 사람을 다 받아주는 게 기본적으로 당이 가는 길이다. 더군다나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밖에 있는 사람도 데려올 판인데 들어오겠다는 사람은 막을 이유가 없다"며 내부 결속을 다진다는 의미에서 대선 전략으로 적절하다고 봤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여야가 총력으로 격돌한 상황이다. 우군이라면 한 명이라도 끌어안는 게 중요하다"며 "(정 전 대표를 비롯한 탈당자들의 복당은) 일부 반발하는 이들도 있지만 대선 국면에서 한 표라도 모아야 하니 당 지도부가 고심 어린 판단을 했다고 생각하지, 반발할 이유는 없다"면서 실보다 득이 더 많은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탈당자들에 대한 문호 개방이나 열린민주당과의 합당이 정권 재창출을 위한 범여권 통합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시도라는 설명이다.
다만 대사면을 바라보는 당내 시선은 마냥 곱지 않다. 당을 떠났던 이들에게 공천심사 시 감점한다는 조항을 없애는 것은 탈당 사태 당시 당을 지켰던 이들과의 대우에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선 정국에서는 '통합' 명분에 가려 있지만 지방선거 공천권을 두고 다투면서 당내 분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19일 KBS 광주 '무등의 아침' 인터뷰에서 "이분들(복당자)이 왔을 때 기존 당을 지키고 있던 분들, 지방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분들이 상당히 신경 쓰일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무조건 복당 통합이 아니라 대선 기여도를 보고 그에 대한 여러 가지 판단을 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일단 대선 승리를 위해서 전체 힘을 모으자는 분위기는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내 갈등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지방선거 공천은) 아주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경쟁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쟁력에서 우위가 있는 분들은 유권자들이 객관적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