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관례 깬 '조해주 연임' 시도…선관위 내부 반발에 좌초


조해주 중앙선관위 상임위원, 임명부터 떠날 때까지 논란의 연속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의 임기 만료에 따른 사표 제출을 두 차례 반려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전례가 없는 인사에 대한 선관위 내부 반발에 떠밀려 21일 조 상임위원이 세 번째로 제출한 사표를 이집트 순방 중 수용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이집트 미래·그린산업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이집트를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현지에서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의 사의 표명을 보고받고, 이를 수용했다. 앞서 조 위원은 상임위원 임기 만료(1월 24일)를 앞두고 사표를 냈으나, 문 대통령의 반려로 비상임 선관위원으로 3년 더 재직할 예정이었다.

헌법 제114조에 따르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3인, 국회에서 선출하는 3인,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의 위원 등 총 9명을 구성하며, 위원 임기는 6년이다. 비상근인 위원장은 관례상 대법원장이 겸임(현 위원장 노정희 대법관)하며, 9명의 선관위원 중 유일한 상근직으로 실질적으로 선관위의 행정과 조직을 좌우하는 상임위원의 임기는 3년이다.

상임위원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3명의 선관위원 중 한 명을 선관위원들의 호선을 통해 선정한다. 1999년 상임위원 임기 규정이 생긴 이후 7명의 상임위원은 모두 3년의 임기를 마치고, 남은 비상임 선관위원으로서의 임기와 관계없이 사표를 제출하고 선관위를 떠났다.

◆문 대통령, 관례에 따른 조해주 사표 두 차례 반려

조 상임위원은 지난 2018년 12월 13일 문 대통령이 선관위원 후보자로 지명한 이후 2017년 더불어민주당이 작성한 19대 대선 백서에 대선 캠프 '공명선거특보'로 이름을 올린 게 알려지면서, 정치 편향성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야당의 반발로 국회 인사청문회도 열리지 못했지만, 문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임명 당시부터 논란이 있었던 조 상임위원도 관례에 따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지난해 7월과 최근, 두 차례 문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했지만 모두 반려됐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19일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둔 시기에 인사청문회가 필요한 선관위원직에 공석이 생기는 것이므로, 선관위 운영 등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문 대통령이 사표를 반려했다고 설명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문 대통령을 향해 거듭 촉구한다. 조해주(사진) 상임위원, 선관위원을 즉각 퇴진시키시라고 촉구했다. 야당의 비판은 감수하는 듯했던 조 상임위원은 강력한 내부 반발에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꿔 세 번째 사표를 제출했다. /더팩트 DB

당장 야당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0일 선거대책본부-원내지도부 연석회의에서 "청와대가 조 상임위원 사표 반려로 선관위원 임기연장 꼼수를 쓰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온 어제, 조 상임위원은 연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고 한다. 임기 만료일까지 휴가를 냈다고 하는데, 아마 비판 여론을 잠시 피해 숨어있겠다는 것 아니겠는가"라며 "임기 내내 문재인 정권 입맛에 맞춘 편파적 선거법 해석에 충실했던 사람, 그 편향적 충성심을 인정받아서 선관위원의 임기연장이라는 헌정사상 전례 없는 특혜를 누리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개인의 출세와 영달, 그것과 헌법기관인 선관위의 공정성을 엿 바꿔먹은 아주 악질적인 인사"라며 "선관위에 3년 더 기생하면서 선관위 신뢰를 얼마나 더 갉아먹을 작정인지 정당인을 떠나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김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거듭 촉구한다. 조 상임위원, 선관위원을 즉각 퇴진시키시라"며 "임기 말 꼼수 알박기 시도는 지난 5년간 계속되었던 문재인 정권의 불공정, 몰상식에 지친 국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을 뿐이다. 더 이상의 꼼수는 국민들께서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임기 말 '꼼수 알박기' 시도에 국민들 분노"

이와 함께 김 원내대표는 공석인 야당 추천 몫 선관위원으로 문상부 후보를 추천했으나, 민주당의 반대로 임명 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는 것도 비판했다.

민주당은 문 후보자가 지난해 8월 국민의힘 당원으로 가입해 대선 경선관리위원회에서 활동한 이력을 문제 삼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도 지난 2014년 당직자 출신으로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관도 지낸 이상환 전 선관위원을 추천해 임명된 바 있어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다수의 횡포다. 선거 진행을 감독하는 심판에 여당 성향으로 가득 채워놓고서 야당 추천 인사는 여당 허가받기 전에는 선관위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하면서 원천배제시키는 이런 못된 짓을 하는 작태는 부정선거를 위한 테러 아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야당의 반발은 조 상임위원이 비상임 선관위원으로 임기를 이어가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조 상임위원은 20일 연합뉴스의 '선관위원직을 계속 수행하느겠느냐'는 질문에 문자메지시로 "예, 제 의무이니까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나 해당 사실이 알려지면서, 선관위 내부에서 거센 반발이 나왔다. 20일 중앙선관위 직원 350여 명이 조 상임위원에게 사퇴 요구 의견을 전달했고, 전국 17개 시도 선관위 사무처장, 상임위원 대표단도 같은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1일 오후 서면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순방 현지에서 조해주 상임위원의 사의 표명을 보고받고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뉴시스

◆야당 비판 감수한 조해주, 선관위 내부 반발에 하루 만에 입장 바꿔

결국 조 상임위원은 21일 선관위 내부 전산망 자유 게시판에 "저의 사표 반려와 관련되어 위원회의 중립성·공정성을 의심받게 된 상황에 대해 후배님들이 받았을 상처에 대해 먼저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서 (인사)청문회가 초래할 혼란과 선관위 조직의 안정성을 고려해 임명권자(문 대통령)께서 사표를 반려했다. 이에 대한 일부 야당과 언론의 정치적인 비난과 공격은 견딜 수 있으나 위원회가 짊어져야 할 편향성 시비와 이로 인해 받을 후배님들의 아픔과 호소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저는 임명권자에게 다시 (선관)위원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이것으로 저와 관련된 모든 상황이 종료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만류로 관례를 깨고 비상임 선관위원직을 계속 수행하려 했던 조 상임위원이 강력한 내부 반발에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꿔 선관위를 떠나기로 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 상임위원이 낸 세 번째 사표를 문 대통령도 수용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서면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순방 현지에서 조 위원의 사의 표명을 보고받고 이를 수용했다"라며 "대통령 선거일이 얼마 남지 않았고, 신임 선관위원 임명 시 인사청문회 등 임명 절차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논란을 줄이기 위해 조 위원의 사의를 반려했으나, 본인이 일신상의 이유로 재차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사의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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