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억측 자제" vs 野 "이재명 사퇴해야"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대선을 두 달 남겨두고 결국 '대장동 이슈'가 뜨겁게 재점화했다. '국민의힘 비리'로 반격해 대장동 의혹에서 벗어났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관련자들의 법정 진술, 석연치 않은 잇단 사망으로 다시 난처한 국면에 직면한 것이다. 민주당은 야당의 정치 공세를 차단하면서, 향후 TV토론에서 해명하는 식으로 출구 전략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이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제보한 이모 씨가 숨진 채로 발견되면서 민주당 내부에선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앞서 지난달 대장동 특혜 의혹에 연루돼 검·경의 수사를 받아온 성남도시개발공사 유한기 전 개발사업본부장, 김문기 개발1처장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 이어 이 씨까지 사망하자 이 후보 '연루' 의혹이 증폭되면서다. 이 씨 유족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이 민주당과 이재명 진영에서 다양한 압력을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대장동 의혹과는 별개인 '변호사비 대납 의혹' 관련자이지만 그의 죽음으로 이 후보의 경기도지사 시절 도덕성 문제가 상기되고 여론 관심이 집중되면서, 지난 10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의 첫 재판으로 켜졌던 '대장동' 불씨가 큰불이 된 셈이다.
민주당은 이날 이 씨 사망에 대한 이 후보 연관성을 일축하며 야당 공세를 차단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민주당 선대위 공보단은 "먼저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에 삼가 조의를 표한다"면서도 "이 후보는 고인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점을 밝힌다"고 강조했다. 이 씨에 대해선 '대납 녹취 조작 의혹' 당사자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 씨 사망 경위를 두고 의혹을 제기하는 야권을 향해선 "마타도어성 억지주장을 펼치고 있다"며 억측을 자제해달라고 촉구했다. 이 후보도 이 씨 사망에 대해 "망인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명복을 빈다. 입장은 선대위에서 얘기했으니 참고해달라"며 말을 아꼈다.
국민의힘은 이 씨 죽음과 이 후보의 비리 의혹 연관성을 제기하며, 대장동 의혹에도 총공세에 나섰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이재명 지사의 경기도, 이재명 시장의 성남시는 비리와 부패의 투전판이 됐다. 그들이 자아낸 부패의 실체를 반드시 파헤쳐내야 한다"며 이 후보의 '불공정'과 대립하는 '공정론'을 펼쳤다. 윤 후보 측은 이 씨 빈소에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윤석열' 이름으로 조기를 보내기도 했다. 이준석 대표도 "왜 이렇게 안타까운 일이 자꾸 일어나는지 모르겠다"며 "지켜보고 분노하자"고 여론전에 나섰다.
김기현 원내대표 등 현직 의원 30여 명은 장외 투쟁도 이어갔다. 이들은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하고 '부실 수사'에 대한 검찰 책임을 추궁하는 한편, 이 후보가 진실규명을 위해 후보직을 사퇴하고 특검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재차 촉구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0월 대장동 국정감사 당시 지지율을 상기하며 여론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후보는 대선 후보 확정 직후 대장동 국감을 수용하는 초강수를 두며 나름 선방했다고 평가할 만큼 대응했지만, 이후에도 당분간 30%대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 후보와 대장동 의혹 간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없지만, 연관됐다는 인식 자체로 여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 10일 화천대유 김 씨 측이 배임 혐의를 부인하며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후보가 안정적 사업을 위해 지시한 방침에 따른 것"이라고 진술한 것을 두고도 언론사 제소까지 경고하며 발빠른 진화에 주력해야 했다.
대장동 재판은 매주 월요일 있을 예정인 데다 이 씨가 깨어있는시민연대당 측에 제출한 음성 파일까지 공개되면서 네거티브 이슈는 계속될 전망이지만, 검찰 수사 촉구와 특검 도입 외에 이를 단번에 타개할 만한 특별한 대응 방법이 없다는 점도 곤혹스러운 부분이다.
이 후보 측이 철저한 의혹 해소를 미루고 논란을 키웠다는 시각도 있다. 현재까지 대장동과 관련해 검찰에 출석해 정식 조사를 받은 이 후보 측 인물은 한 명도 없다. 정진상 선대위 부실장은 여전히 일정 조율을 이유로 검찰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정 부실장은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연결하는 핵심 인물이다. 그는 황무성 초대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사퇴에 관여했다는 의혹과 함께 대장동 관련 결재문서에 여러 건에 서명하고,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과 압수수색 직전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야당과의 특검법 협상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 후보는 "신속하게 특검에 합의해서 조건과 성역 없이 모든 분야에 대해서 수사하고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거듭 밝히고 있지만, 정작 민주당은 야당이 요구하는 특검 구성법에 대해 "야당이 원하는 특검을 임명하는 게 가능하다"며 '상설특검'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결국 여야가 특검법 협상에 돌입한 지 두 달이 다 돼 가도록 특검 추진은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이다. 대장동 이슈가 재점화된 상황에서 야당의 '특검 거부하는 자가 범인' 프레임에 대한 부담도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출구 전략으로는 적극적인 여론전이 거론된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13일 TV토론을 위한 구체적 실무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토론이 이뤄지면 이 과정에서 이 후보가 지난 대선 경선과 국감 때처럼 의혹을 풀고 국민에 호소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