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이대남' 겨냥한 정책 행보가 지지율 상승 배경
[더팩트ㅣ국회=곽현서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최근 발표된 각종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며 지지율을 회복하는 모양새다. 윤 후보 지지율 상승 요인으로는 이준석 대표의 선거대책본부 합류로 인한 '이대남(20대 남자)'의 지지 회복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당 내홍 과정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보수권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어 윤 후보가 지지율을 유지할지 여론의 관심이 쏠린다.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가 12일 발표한 '대선 후보 지지율' 결과에 따르면 윤 후보는 38.0%, 이 후보는 35.3%의 지지율을 얻었다. 두 후보 간 격차는 2.7%포인트 차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보였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특히, 이 후보는 직전 조사(지난해 12월 25~27일)보다 7.1%포인트 하락했지만, 윤 후보는 3.1%포인트 상승해 분위기 반전을 이뤄냈다.
같은 날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정례조사에서도 윤 후보는 39.2%를 기록해 36.9%를 기록한 이 후보를 오차범위 안에서 앞섰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 결과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번 조사들은 국민의힘 내홍이 봉합된 이후 처음 발표된 조사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이 대표와의 갈등으로 2030을 지지층 이탈 현상이 극대화됐지만, 최근 이들을 겨냥한 잇단 공약 발표에 힘을 주면서 지지층 재결집에 나선 점이 이번 표심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리얼미터 조사를 연령별로 살펴보면 윤 후보는 만 18세~29세 계층에서 41.3%를, 이 후보는 19.7%를 얻었다. 지난 10일 직전 조사에서 윤 후보는 25.9%, 이 후보는 29.7%를 기록했었다. 일주일도 되지 않아 윤 후보는 15.4%포인트(25.9%→41.3%)가 올랐고, 이 후보는 10%포인트(29.7%→19.7%)가 하락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당내 갈등 봉합과 2030 지지층 회복이 윤 후보 지지율 회복의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배철호 리얼미터 전문위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당내 갈등이 끝난 것과 이 대표의 합류, 정책 공약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상황"이라며 "안정화된 상황에 대해 지지자들이 반응을 보인 결과"라고 분석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이 대표의 한 줄 메시지 전략과 여성가족부 폐지 등 '이대남' 중심의 선거 전략으로 지지율 반등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이은영 휴먼앤데이터 소장도 "생각보다 지지율 하락이 빠르게 복구되고 있다"며 "이 대표의 역할이 매우 크다"고 했다.
윤 후보는 이날도 "게임 시장 불공정을 해소하겠다"며 확률형 아이템 정보 완전 공개 등을 포함한 게임 관련 공약을 발표했다. 앞서 '여성가족부 폐지', '군 장병 월급 200만 원 인상' 등 2030대 남성을 겨냥한 공약에 이어, 게임 주 이용층인 2030 남성의 표심 겨냥 행보로 해석된다.
단기간 내 지지율 회복을 이루자 윤 후보 측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을 내놨다. 선대본부 공보팀 관계자는 "최근 내놓은 공약들이 지지율 상승을 위해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이대남 중심으로 긍정적 반응이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반면, 이 후보는 40% 천장을 뚫지 못하고 지지율 하락세를 보이며 다소 주춤하고 있다. 홍 소장은 "최근 이 후보 지지율 상승은 윤 후보 이탈 세력으로 인했던 것"이라며 "윤 후보가 '가족 리스크', '당내 갈등' 문제를 정리하자 자연스럽게 돌아가게 된 것"이라고 했다.
안 후보의 지지율 상승으로 인한 '3자 구도'도 이 후보 지지율 하락 원인으로 지목된다. 안 후보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마의 구간'으로 불리는 10%를 돌파하고, 15%에 육박하는 등 독보적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이 소장은 "이 후보의 여성·중도 표를 안 후보가 상당 부분 가져가면서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면서 "서울·경기 등 수도권뿐만 아니라 호남·부·울·경 등 이 후보, 윤 후보의 '표밭'으로 여겨지는 지역에서도 골고루 지지층을 확보해 '반사이익'을 얻었다"고 했다.
다만, 안 후보의 지지율 유지에 대해선 "윤 후보가 당내 갈등으로 지지율 하락세를 겪는 동안 안 후보가 뚜렷한 정책 메시지나 선거 캠페인을 진행하지 못했다"며 물음표를 던졌다.
비록 윤 후보가 이른 시간 안에 지지율 하락세에서 벗어나 안정 궤도에 진입했지만, 현안에 대한 지지율 변동이 매우 심한 만큼 전문가들은 '향후 추이가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국민의힘 사건을 통해 유권자들이 얼마든지 마음 돌릴 수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주요 후보에 대한 비호감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남은 대선 기간 어떤 정책과 메시지를 내놓을지가 매우 중요해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