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안 단일화 변수 예의주시…19대 대선 수순?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지금까지 이런 선거는 없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 불가다."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들 입에 최근 자주 오르내리는 말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내홍으로 주춤한 사이 '제3지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급등하면서다. 민주당은 보수 야권 단일화 성사 가능성이 작다고 전망하면서도 대선을 두 달 앞두고 등장한 '안풍(安風·안철수 바람)'이 일으킬 대선 판세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선 강력한 경쟁자인 윤 후보 지지율이 배우자 등 각종 의혹과 내홍으로 하락했지만 마냥 웃을 수 없다는 기류다. 당 핵심 인사들은 "한치의 자만과 방심도 용납되었다가는 순식간에 상황이 바뀔 수 있다"(이재명 후보 '최측근' 정성호 의원), "상대방의 자중지란이 우리 당의 능력과 승리를 보장하는 게 아니다"(윤호중 원내대표)라며 당 내부를 향해 연일 공개 경고하고 있다.
이는 최근 지지율이 10%대로 급등하며 거대 양당 후보를 위협하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안 후보는 윤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에 미묘한 입장 변화를 보이고 있다. 그는 그동안 단일화를 일축해왔지만, 지난 6일 한 방송 인터뷰에서 윤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참여 여부에 대해 "정치인들끼리 만나자고 하면 만날 수는 있다"고 밝혔다. 안 후보가 급등한 지지율을 발판으로 사실상 야권을 향해 단일화 출구를 열어두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도 겉으로는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지만, 윤 후보와 이준석 대표의 갈등이 극적으로 봉합되면서 야권 후보 단일화에 자연스레 시선을 돌리고 있다. 안 후보 지지율이 10% 중반까지 치솟자 단일화 없이는 정권 교체가 쉽지 않다는 위기의식이 번진 것이다. 이와 관련, 한국갤럽이 7일 발표한 여론조사(4일~6일 조사기간, 전국 유권자 1002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누리집 참조)에서 안 후보의 지지율은 이 후보(36%), 윤 후보(26%)에 이어 15%로 나왔다. 윤 후보는 3주 전보다 9%포인트 내려간 반면, 안 후보 지지율은 무려 10%포인트 오른 셈이다. 안 후보는 호감도에서는 38%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야권 단일화가 불가능하고 '안철수 효과'도 예전에 비해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 한 의원은 "윤 후보와 안 후보가 서로 자진해 양보할 일은 없을 테고, 경선 말고는 다른 길이 없다. 서로 승산이 있어야 승부를 걸 텐데 안 후보 입장에선 지지율이 팽팽해지거나 완승할 자신이 있지 않다면 (단일화 경선) 결심을 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또 한 번(서울 시장 재보궐 선거) 경험이 있는 상황에서 후보 단일화 경선이 합의되기는 굉장히 어렵다고 본다"면서 '단일화 불가론'을 주장했다. 그는 또 안 후보의 경쟁력에 대해서도 "안 후보가 단일화 후보가 되더라도 뭐가 있겠나. 정치적 성과나 실적, 행정 경험이 없다. 시너지가 조금 나타날지 모르겠지만 위기감을 느끼지는 않는다"라고 했다. 안 후보로 단일화하더라도 지역 기반이나 떠받치는 정치 세력 등 강력한 우군이 없어 시너지보다는 보수 야권 지지층 이탈이라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우려와 긍정의 시선을 동시에 보냈다. 그는 "안철수 효과가 야권 전체 파이를 키울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된다. 다만 안 후보가 일정한 지지세를 형성하게 되면 국민의힘과의 사이에서 문제가 발생할 텐데 그런 부분은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20%선에서 서로 팽팽하게 가면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승리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안 후보로 단일화한다면 우리 입장에선 좋다. 선거는 인물도 있지만 조직력이 있어야 한다. '썩어도 준치'라고 국민의힘은 뿌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안 후보의 향후 행보에 따라 대선 판세가 급변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안 후보는 19대 대선 당시 '제2의 안풍'을 타며 '문재인 대세론'을 위협한 바 있다. 하지만 '자강론을 앞세우면서 자유한국당·바른정당과 단일화 없이 독주해 '보수 야권 표 분열'이라는 결말을 맞이했다. 이후 지난해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오세훈 당시 후보와 야권 단일화에 극적으로 합의해 승리를 이끌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지난해 말까지는 윤 후보와 양강 구도였는데 안 후보 쪽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의 총구가 민주당이 아닌 안 후보 쪽으로 겨냥될 가능성이 있다"며 "'1강 2중'으로 갈지 2강으로 재편될지 봐야 한다. 어떻게 될지 감을 못 잡아 우리도 긴장을 놓지 못한다. 지금부터 2~3주간 흐름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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