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대표·LH 사태…말도 탈도 많았던 '2021'

2021년 여야 정치권은 다사다난이라는 말로 대신 할 수 있다. 여당과 제1야당 대선 후보는 0선 출신이 확정되는 이변을 낳았고,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코로나19로 지치고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지난해 8월 25일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서 부동산 관련 불법 의혹이 제기된 국민의힘 윤희숙 당시 의원이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이후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 /이선화 기자

고발사주 의혹·'50억 퇴직금' 논란도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신축년의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국민의 시름이 깊어진 올해 정치권에서도 많은 일이 일어났다. 어느 때보다 민생이 중요한 시기에 여야는 정쟁을 거듭했고, 민의의 전당인 할 국회에서 불미스러운 일도 벌어졌다. 물론, 꼭 나쁜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헌정사상 최초로 '30대 청년' 당 대표가 선출되면서 정계에 '세대교체' 바람이 일었다. 국가균형발전 위한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법'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더팩트>는 한 해를 되돌아보며 올해 국회에서 벌어졌던 주요 일들을 정리했다.

이헌승 국민의힘 국토교통위원회 간사와 위원들이 지난해 3월 4일 광명·시흥 신도시가 들어설 부지를 LH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경기 시흥시 과림동 현장을 살펴보는 모습. /뉴시스

◆LH 사태로 촉발된 정치권 '부동산 논란'

지난 3월 일부 한국주택토지공사(LH) 직원들이 3기 신도시 광명·시흥 일원 일부 토지를 미공개 정보 등을 이용해 사전 매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공정'을 건드린 LH 사태에 국민은 분노했다. LH는 자체조사를 실시했으며 정부는 다른 3기 신도시 지역은 물론 국토교통부 직원과 배우자, 직계존비속까지 대대적으로 조사를 벌였다.

이내 정치권으로도 불똥이 튀었다. LH 투기 사건을 계기로 민주당 의원과 가족들의 땅 매입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4·7 재보궐선거를 앞둔 터라 정치권은 바짝 긴장했다. 민주당은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 대한 부동산 전수조사를 제안했다. 야당은 수용 방침 밝혔지만, 합의 과정은 난항을 겪었다. LH 사태와 관련한 특검과 국정조사 등 구체적인 내용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해 3월 20일 국민권익위원회에 소속 의원 174명에 대한 부동산 소유와 거래 전수조사를 단독 요청했다. 권익위의 조사 결과가 나온 다음 날인 6월8일 민주당은 부동산 투기 의혹에 연루된 소속 의원 12명 모두에게 탈당을 권유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일부 의원은 억울하다며 강하게 반발하면서 당은 혼란에 빠졌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불기소나 무혐의 처분 등을 받은 의원들이 나오고, 시간이 흐르면서 탈당 권유는 유야무야됐다. 윤미향 의원만 제명 후 무소속으로 남아 있다.

시선은 야당으로 쏠렸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8월24일 권익위가 통보한 부동산 법령 위반 의혹 12명에 대한 징계처분을 내렸다. 탈당 요구를 받은 의원 6명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반발했다. 결과적으로 탈당과 징계도 흐지부지됐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경찰에서 무혐의 처분 등을 받은 이주환·이철규·최춘식·한무경 의원에 대한 '탈당 권고'를 취소했다. 부친의 부동산 관련 의혹이 불거졌던 윤희숙 당시 의원만 대선 불출마와 함께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지난 9월 사직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되면서 그는 여의도를 떠났다.

곽상도 전 의원이 지난해 10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의원직 사퇴 기자회견에 앞서 잠시 숨을 고르는 모습. 그는 아들의 화천대유 퇴직금 50억원 논란으로 의원직을 사퇴했다. /남윤호

◆의원실 압수수색·50억 퇴직금 논란

지난해 9월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이 제기됐다. 총선 직전인 2020년 4월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 서울 송파갑 국회의원 후보(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범여권 정치인 등의 이름이 적힌 고발장을 전달했다는 인터넷매체 뉴스버스의 보도가 발단이다.

여당은 총공세에 나섰다. 민주당은 검찰의 정치 공작이라고 규정했다. 이면에는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겨냥한 발언이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윤 후보는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을 '정치공작'이라고 반박하며 해당 의혹과 자신의 연관성에 선을 그었다.

시민단체의 고발을 받고 수사에 나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윤 전 총장 측근 검사의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을 압수수색했다. 곧장 국민의힘은 공수처의 압수수색이 불법이라며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하는 등 맞대응했지만, 공수처는 사흘 뒤 전격 재집행에 나서는 등 신경전을 벌였다.

'퇴직금 50억' 논란도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해 9월 곽상도 전 의원 아들이 대장지구 개발사업에 참여한 화천대유에서 퇴직하면서 50억 원의 퇴직·성과금을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국민 눈높이와 동떨어진 '퇴직금'에 여론은 싸늘했다. '아빠 찬스'라는 비판이 컸다.

곽 의원 아들 병채 씨는 입장문을 통해 아버지 소개로 2015년 6월 화천대유에 입사해 지난해 3월 퇴사하기 전 50억 원을 수령했다고 확인했다. 또 퇴직금과 성과급, 산업재해 위로금 명목으로 실수령액은 28억 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일부 초선 의원들이 의원직 사퇴와 제명 요구가 나오기도 했다.

코너에 몰린 곽 전 의원은 탈당에 이어 10월 2일 의원직 사퇴 입장을 표명했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고 곽 전 의원의 아들과 화천대유 관계자까지 조사한 뒤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지난달 2일 다툼의 소지가 있다며 기각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해 6월 1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기를 흔드는 모습. /이선화 기자

◆이준석 신드롬…'청년' 당대표

설마 했지만, 현실이 됐다. 지난해 6월 11일 이준석 대표가 당권을 거머쥐었다. 당 선관위에 따르면 당시 이 후보는 43.82%로, 나경원 후보(37.14%)와 주호영 후보(14.02%)를 누르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헌정사에 새로운 기록이다. 보수정당 첫 30대 대표, 원외인사 당 대표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민주당도 변화의 바람을 인정해야 했다. 송영길 대표는 이 대표가 선출된 직후 "탄핵의 강을 넘고 합리적인 보수로 발전하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우리나라 정당 사상 최연소 제1야당 당 대표 선출이 정치가 새롭게 변화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차별화를 꾀했다. 임기 첫날부터 '보수 불모지' 광주를 찾아 중도확장 행보에 나섰다. 또 취임 후 국회 첫 출근길에는 '따릉이'를 타고 등장하는 등 신선한 장면을 연출했다. 또 대변인단 선출을 위한 '토론배틀'을 추진하는 등 혁신적인 방법으로 대중의 시선을 끌었다. 그 결과 이 대표 취임 이후 한 달가량 국민의힘 지지율도 상승세를 탔었다.

반대로 이 대표의 돌발행동으로 당이 혼란이 빠지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국민의힘 선대위 구성 과정에서 이수정 교수 영입 등을 두고 윤석열 대선후보와 갈등을 빚은 이 대표는 지난달 말 돌연 잠행에 나섰다. 지난달 3일 윤 후보는 울산에서 이 대표와 만나 소통을 강화하기로 하고 갈등을 풀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최근에 조수진 최고위원과 선대위 지휘체계를 두고 다툼을 벌이다 선대위 직을 던졌다.

지난해 9월 28일 국가균형발전 위한 국회세종의사당 설치법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으면서 세종특별자치시에 국회의사당 분원을 건립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더팩트 DB

◆'세종의사당' 건립, 문이 열리다

지난해 9월 28일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법'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세종특별자치시에 국회의사당 분원을 건립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행정수도 이전을 공언한 이후 20년 만에 국회 세종의사당의 시대가 열리게 됐다.

여야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세종시에 국회의사당을 설치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투표에 부쳐 재석 185명 중 찬성 167명, 반대 10명, 기권 8명으로 가결했다. 의결된 국회법 개정안은 세종시에 국회 분원으로 세종의사당을 두도록 명시했다.

국회는 2020년 말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 기본설계비 147억 원을 2021년 예산에 반영했고,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의 법적 근거 마련 후 사업을 추진하도록 예산안 부대의견을 채택한 바 있다. 국회사무처는 '사전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에 곧바로 착수하는 등 본격적인 국회세종의사당 건립에 나선 상태다.

국회세종의사당 건립 예정 부지는 세종특별자치시 연기면 세종리 일대에 걸쳐 있으며, 면적은 61만6000㎡(18만6340평) 규모다. 국회의사당 규모(33만㎡)의 약 두 배에 이른다. 세종의사당이 건립되면 국가균형발전과 국회와 정부 간 국정운영의 비효율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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