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자' 뿔나면 돌연 '출연 중단'하는 李, 유튜브 댓글보고 '고치겠다'는 尹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대선 전 2022년에는 여야 대선 후보들의 '유튜브' 출연이 더 잦아질 예정이다. 당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제작하는 콘텐츠 외에도 대선 후보가 다양한 장르의 유튜브 채널을 직접 찾아가 비대면 시대에 발맞춘 국민 소통을 이어가겠다는 의도에서다. 다만 양측 선대위 측에서는 유튜브가 '실시간 양방향' 소통 수단인만큼 온라인 반응을 집중해 살피는 분위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측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되었다'는 이유로 1월 초 출연 예정이었던 한 유튜브 출연 계획을 돌연 '무기한 연기'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측은 유튜브 댓글 반응을 살펴(?) 고쳐나가겠다고 밝혔다.
양측 선대위는 유튜브를 통한 홍보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져 다음 해 1월 2일까지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적용되면서 대면 일정을 잠정 중단하고, 비대면 활동과 SNS 소통을 강화하는 차원에서다.
양당 후보가 최근 앞다퉈 출연했던 예능 프로그램에 더이상 모습을 보일 수 없게 된 점도 '유튜브'에 힘을 쏟는 이유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9일 자정을 기점(선거 90일 전)으로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 출연 등이 제한됐다. 선거 공정성 시비를 일으킬 수 있기에 규정상 보도·토론 방송을 제외한 프로그램에는 출연할 수 없기 때문이다.
√ 나라를 살린 '삼프로TV'? 대선 후보 유튜브 대담에 시청자 폭발적 반응
비대면 활동과 TV 프로그램 대체의 일환이었던 대선 후보의 유튜브 출연이 호재가 된 것은 지난 크리스마스다. 25일 173만 명(29일 기준)의 구독자를 가진 경제 전문 유튜브 채널 '삼프로TV'는 20대 대선 특집으로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삼프로TV'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채널의 주된 구독자는 주식, 투자 등 경제 분야에 관심이 있는 3050세대"라고 밝혔다.
영상 공개 이후 29일 오후 기준 이 후보가 307만 회, 윤 후보가 190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두 후보는 각각 90분 내외 분량의 인터뷰에서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세 진행자와 함께 나눴다. 두 후보는 조회수에 비례하듯 엇갈린 평가를 받았다.
이 후보는 앞서 주식 및 부동산 관련 정책을 전면 내세웠던 것만큼 방송에 나온 모습도 경제 관련 사전 지식이 해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후보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이 후보의 삼프로 영상이 300만을 돌파한 소식을 SNS를 통해 전파하며 지인들에게 삼프로 영상 링크를 공유하는 '캠페인'을 진행하자는 말도 나온다. 2030세대, 이 후보를 '포퓰리스트' '과격한 사람' 등으로 인식하는 이들 등 이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사람들에게 영상 시청을 권유해 단기간에 후보 이미지를 쇄신하자는 전략이다.
이 후보 선대위 관계자도 삼프로 출연 반응과 관련해 "이 후보가 주식과 관련한 유튜브 채널에 하나 더 나가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있어 추가 출연에 대해 기획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훈풍을 이어받아 후보의 전문성을 앞세워 '민생안정' 의제를 선점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반면 윤 후보에 대해서는 경제 대책과 관련해 부족한 모습을 보였단 댓글이 줄을 이었다. '삼프로TV'가 전문성을 갖춘 채널인 만큼 통상 공중파 방송에서 진행됐던 대선후보 토론회와 달리 경제에 집중한 문제들에 대해 후보의 답변을 요청하다 보니, 두 후보 간 답변의 차이가 더 극명하게 보였다는 평가다.
윤 후보 선대위 관계자는 '삼프로TV' 출연 평가와 관련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당내) 생각이 다를 수 있어 평가도 여러 가지로 나왔다. (방송을 계기로) 후보의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앞으로 보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당 선대위 측은 공통적으로 후보들이 향후 유권자들의 반응을 고려해 다양한 유튜브에 출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향후 어떤 유튜브에 출연하게 될 지에 대한 구체적 사항에는 말을 아꼈다.
다만 윤 후보 선대위 관계자는 "'삼프로' 외에 외부 유튜브 출연은 여기저기 요청이 있어 몇 개 검토는 하고 있다"며 "지난 12월 9일부터는 지상파와 종편 TV 채널 토론회 외에는 대선 후보가 (선거법상) 출연할 수 없다 보니 유튜브나 SNS로 송출되는 채널 중 그 중에 잘 맞을만 한 걸 고르고 있다. 예능형 유튜브들이 많긴 한데, 몇 개는 출연을 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이남자' 눈치에 '닷페이스' 이어 '씨리얼' 유튜브 출연 돌연 취소한 이 후보
한편 이 후보 측은 유튜브의 주 시청층과 성향을 골라 출연을 결정하는 모습이다. 이 후보 측이 페미니즘을 비롯해 다양성을 지향하는 유튜브 채널 출연에 연이어 '돌연 퇴짜'를 놓으면서다.
앞서 27일 CBS 소속의 유튜브 채널 '씨리얼'에는 이 후보의 출연 예고가 올라왔다. '씨리얼'은 노동자,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학교밖청소년, 미혼모 등 사회적 약자를 다룬 실험적인 영상 콘텐츠들로 주목받은 채널로 29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 중이다.
씨리얼 측은 "'대선판에 실망한 사람들의 자조 모임'에 이재명 후보가 직접 등판(출연)하기로 했다"며 "'요즘 (남성) 청년은 '여사친(여자사람친구)'과 경쟁해야 한다'는 이 후보의 과거 발언, 전두환을 비판했다가 칭찬했다가 말을 바꾸는 것 등에 할 말 있으면 함께하자"고 이 후보의 출연 공지를 울렸다.
해당 소식이 알려지자 '이남자(20대 남성)'를 필두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위주로 '페미니즘' 방송에 이 후보가 출연하면 안 된다는 의견이 개진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선대위 온라인소통단장을 맡은 김남국 의원은 28일 디시인사이드 이재명 갤러리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보탰다.
김 의원은 "씨리얼 출연과 관련해 많은 분이 의견을 주셨다"며 "내가 일정 기획을 담당하는 업무를 하지 않아서 섣부르게 뭐라고 말씀드리기가 참 조심스럽다. 다만,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여러분들께서 주신 의견을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누락 없이 일정 담당하시는 선배께 꼭 전달하겠다. 그리고 진지하게 논의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선대위 측 관계자도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확정됐다고) 들은 바 없다. 다만 "씨리얼의 경우 매체 성격상 '논란의 여지'가 많아 이 후보가 나가면 '젠더갈등' 여지도 있고, 차별금지법 등 사회적 합의 과정이 필요한 예민한 한 두가지에 대해 비판하지 않을까(싶다)"며 "(이 후보가) 굳이 논쟁적 주제를 가지고 첨예하게 맞서는 걸 하지 않을 것 같긴 하다"고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씨리얼 측과 출연이 확정됐던 것은 아니라고도 강조했다.
하지만 씨리얼 측은 <더팩트>에 "이 후보의 출연 예정일은 1월 초였고, 계속 세부 내용과 일정을 협의해오고 있었다"며 "당 측의 '무기한 연기' 의사를 전달받은 것은 어제(28일)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논란이 돼서 내부 논의 결과 최종적으로 못 하게 됐다'는 의견을 전달해 왔다"고 밝혔다.
이 후보 측의 갑작스러운 유튜브 출연 연기 통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청년, 여성, 노동자 등 소수자 이슈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로 24만 명의 구독자를 가진 '닷페이스'도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이 후보가 닷페이스에 출연해 자신에 관한 댓글을 직접 읽고 소통할 것"라고 알렸지만, 해당 소식이 전해져 2030 남성 지지층의 반대에 부딪히자 이 후보 측은 출연을 무기한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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