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장애인 고등·평생교육, '헌법적 권리'"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9일 오전 충남 공주시 공주대학교 옥룡캠퍼스에서 열린 공주대 부설 특수학교 설립 간담회에 참석해 특수학교 설립이 지니는 의미를 되새기고,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문 대통령 내외가 간담회를 마친 뒤 (왼쪽부터)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이화영 공주대 특수교육과 학생,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 대통령 내외, 공주대 부설 특수학교 설립 현장 방문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29일 공주대학교 부설 특수학교 설립 현장을 방문해 참석자들과 특수학교 설립이 지니는 의미를 되새기며, 장애학생들이 차별받거나 소외되지 않고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여건 조성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 내외는 이날 오전 10시 공주대 옥룡캠퍼스를 방문해 학생·학부모·교사·주민 대표 등 19명, 최혜영 의원(더불어민주당)·김예지 의원(국민의힘),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원성수 공주대학교 총장, 임경원 공주대 특수학교개교준비단장, 김지철 충청남도교육감, 김정섭 공주시장 등과 함께 간담회를 가진 후 특수학교 설립 기공식에 참석했다.

◆'공주대·부산대·한국교원대 부설 특수학교' 2024~2025년 개교

문재인 정부는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교육 지원 강화를 국정과제로 정하고, 특수학교 및 일반학교 특수학급 확대를 추진해 왔다. 특히 서울 서진학교(2020년 개교) 설립 시 장애 학생 학부모의 '무릎 호소'로 드러난 특수학교 설립에 대한 지역사회와의 갈등을 계기로,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면서도 우수한 교육자원과 연계한 전문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국립대학 부설 특수학교 설립을 추진했다.

그 결과 공주대(직업교육 특화, 2024년 3월 개교), 부산대(예술 특화, 2024년 3월 개교), 한국교원대(체육 특화, 2025년 3월 개교)가 개교를 앞두고 있다.

장애아이를 둔 부모들에게 자녀가 성인이 된 후 자립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특수학교는 오랜 소망이었다. 비장애인들은 통상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거나, 사회로 진출하는 반면 장애인들은 대학과 사회의 품 대신 다시 부모의 품으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이 시기 장애아이를 둔 부모들은 자신들의 사후 아이가 삶을 살아갈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활발한 경제활동을 해야 하지만, 돌봄의 부담이 커져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공주대 부설 특수학교는 국내 첫 국립 직업교육 특성화 특수학교로서 제과·제빵 등 장애 학생이 많이 취업하고 있는 분야에 더해 스마트농업, 반려동물 관리 등 미래 유망 분야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고, 졸업 후 취업 연계까지 지원해 장애 학생의 사회적 자립을 돕는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29일 오전 충남 공주시 공주대학교 옥룡캠퍼스에서 열린 공주대 부설 특수학교 설립 간담회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文 "국립대 부설 특수학교, 장애인 고등·평생교육 접근성 제고 첫걸음"

문 대통령은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아주 기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누구보다도 기뻐할 장애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떠올랐다"며 "특수학교 설립을 흔쾌히 수용하고 설립을 위해 애써 주신 모든 분께 각별한 감사도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장애학생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자신의 꿈과 적성을 기를 수 있도록 특수학교와 특수학급, 특수교사의 확충을 추진해 지난 4년간 14개의 특수학교를 개설했고, 1717개의 특수학급을 증설했다. 또한 2017년 67.2%에 불과했던 특수교사 배치율도 82.4%까지 높였다"라면서도 "아직도 낮은 수준에 있는 장애인의 고등교육과 평생교육에 대한 접근성과 편의성이 대폭 제고되어야 한다. 국립대 부설 특수학교는 이를 위한 첫걸음으로써 매우 의미가 크다"고 했다.

아울러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한 아이를 키워내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마을이 키워낸 아이가 다시 마을을 성장시키게 된다"라며 "아직도 일부 지역에서 장애인 특수학교의 설립을 반기지 않는 분들이 적지 않은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보다 너른 마음으로 우리의 아이라고 여겨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장애학생과 학부모, 특수학교개교준비단 교수·교사, 특수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한 바리스타 및 예술가, 장애학생 현장실습 업체 관계자, 주민 대표 등은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 설립될 특수학교에 대한 기대와 바람을 이야기했다.

◆"특수학교 설립, 복지가 아닌 권리의 실현"

이하영 서울서진학교 학부모는 "지금도 주위에는 특수학교 보내는 것이 서울대 가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고 한다. 저에게 모두 로또 맞았다고 하는데, 이것이 특수교육의 현실"이라며 "서진학교 아이들처럼 더 많은 학생들이 자신에 맞는 학교에서 즐겁게 학교생활 하기를 바란다. 특수학교 설립은 복지가 아닌 권리의 실현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임경원 공주대 특수학교개교준비단 단장은 "저희 부설 특수학교는 직업 분야의 특수목적 고등학교로서 특수교육계의 마이스터고등학교라고 보면 될 것"이라며 "앞으로 장애인들의 고등교육, 또 평생교육까지 잘 준비해서 공주대가 대한민국 특수교육의 메카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9일 오전 충남 공주시 공주대학교 옥룡캠퍼스에서 열린 공주대 부설 특수학교 설립 기공식에서 시삽하고 있다. /뉴시스

서산성봉학교 학교기업 징검다리 별솔카페에서 일하고 있는 이유정 바리스타는 "바리스타로 일하기 전에 사무직 특수교육 실무원으로 일한 경험이 있는데, 장애인에 대한 고려 없이 과중한 업무가 주어져 장애인·비장애인 간 소통의 어려움으로 힘들었다"라며 "이후 바리스타라는 직무로, 희망일자리로 취업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다. 현재 무기직으로 일하고 있는 바리스타라는 직업은 커피를 내리는 것도 재밌고, 손님들에게 서빙하는 것도 재밌어서 후배들에게 권하고 있다. 직업교육 특성화 특수학교에서 장애 학생들에게 흥미와 소질을 고려한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진우 한국타이어 표준사업장 한국동그라미파트너스 팀장은 "이 일을 처음 시작할 때 제가 장애인가 어떻게 일을 할까, 발달장애인들이 출퇴근과 식사는 혼자 할 수 있을까 고민과 편견이 있었다"라면서도 "실제 운영해 보니 하나의 기우, 어떤 편견의 문제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학교가 설립돼 장애인들이 기회와 성취감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정숙 "누구도 편견으로부터 차별당하지 않는 세상 바란다"

김정숙 여사는 간담회 참석자들의 이야기를 들은 뒤 "길이 없는 곳에 길도 만드시고, 앞으로의 포부로 더 큰 길을 만들어 가시려 하는 그 의지를, 희망을 함께 응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는 "'장래희망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는 장애학생의 이야기를 듣고, 많은 생각을 했었다"라며 "누구도 편견으로 차별당하지 않고, 누구도 세상으로부터 거절당하지 않고, 누구도 희망으로부터 소외되지 않는 세상을 바란다. 오늘 첫 삽을 뜨는 공주대 부설 특수학교가 장애학생들 앞에 닫혔던 문을 열고 세상 속에 여러 갈래 길을 내주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마무리발언에서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과 똑같이 편안하게 이동하고, 잘 교육받고, 좋은 직업을 가지고, 나아가서는 평생교육을 받는 것은 복지가 아니고 헌법적인 권리"라며 "그 점에 대해서 우리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지방 교육 당국들과 함께 더 노력을 기울여 주시기 바라고, 최혜영·김예지 의원은 국회에서 많이 뒷받침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간담회를 마친 문 대통령은 모든 참석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특히 휠체어에 앉아 있는 장애학생들과는 무릎을 굽혀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후 기공식장으로 이동한 문 대통령 내외와 참석자들은 시삽을 한 후 기념촬영을 끝으로 일정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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