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씨를 둘러싼 '허위 이력' 논란이 뜨겁다. 일각에서 제기했던 '쥴리' 논란과 다른 개념이다. 김 씨의 '허위 이력' 의혹은 윤 후보가 내세운 '공정'을 흔들 수밖에 없다. 김 씨는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잘 보이려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돌이켜보니 너무나도 부끄러운 일이었다. 모든 것이 저의 잘못이고, 불찰입니다"라고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여론은 돌아설 수 있을까. <더팩트>는 김 씨의 '허위 이력' 의혹을 <상>, <하>로 나눠 되짚어 봤다. <편집자 주>
김건희 "저의 잘못이고, 불찰…부디 용서해주십시오"
[더팩트ㅣ곽현서 기자] "진작에 말씀드려야 했는데, 너무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 때문에 남편이 비난받는 현실에 너무 가슴이 무너집니다. 과거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하겠습니다. 많이 부족했습니다. 제가 없어져 남편이 남편답게 평가만 받을 수만 있다면 차라리 그렇게라도 하고 싶습니다. 저는 남편에 비해 한 없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제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남편 윤석열 앞에 저의 허물이 너무나도 부끄럽습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씨가 26일 본인을 둘러싼 허위 이력에 대해 고개 숙였다. 그는 모든 것이 본인의 불찰로 남편인 윤 후보의 잘못이 아니라며 사과했다. 대선 최대 변수인 윤 후보 가족 리스크를 김 씨가 직접 진화에 나선 것이다.
김 씨는 그간 논문 표절과 주가 조작 등의 의혹을 받아왔다. 여기에 최근 대학 시간강사나 겸임교원 채용 과정에서 제출한 서류가 실제 경력과 다르다는 지적이 추가적으로 제기됐다. 이에 김 씨를 둘러싼 '경력 부풀리기' 의혹 6가지 이슈를 큰 틀에서 다시 한번 정리했다.
◆의혹 1. 대학 임용 과정, 허위 이력 및 가짜 수상 경력 논란
김 씨는 한림성심대 시간강사, 서일대 시간강사, 수원여대 겸임교원, 안양대 겸임교원, 국민대 겸임교원 지원 이력서에 허위 학력·경력·이력을 기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씨는 2001~2004년 강사로 재직했던 한림성심대에 지원하면서 '1995년 미술세계대상전 입상' 경력을 적었다. 하지만 김 씨는 이 대회 수상자 명단에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 씨는 또 학교 측에 '서울 대도초등학교 실기강사', '서울 광남중학교 교생실습'이라는 경력을 기재했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김 씨는 1997~98 서울 대도초등학교, 98년 서울 광남중학교에서 근무한 적이 없었다.
국민의힘은 김 씨가 졸업한 숙명여대 학업성적증명서를 통해 '광남중' 교생실습 입증 자료를 공개했지만, 대도초 교생실습은 근거 자료를 찾지 못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26일 "김 씨가 대도초등학교에 근무했으나 24년 전이라 자료가 없을 뿐"이라면서 "광남중학교 '교생실습' 경력을 '근무'라고 기재한 것은 부정확한 기재"라며, 영락여상을 영락고등학교로 잘못 기재한 것은 "학교 통폐합 과정에서 교명 변경 과정이 있어 교명을 혼동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일대 시간강사(2004~2006년)에 지원할 때는 국민대에서 박사과정을 하며 정부 BK21 사업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력을 적었다. 교육부는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을 통해 '김 씨는 BK21 사업 프로젝트 참여에 대해 해당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김 씨는 또 서일대 지원 과정에서 '한림성심대' 출강을 '한림대 출강'이라고 적었다. 윤 후보 측은 '한림성심대 경력증명서'를 공개하며 "한림성심대를 한림대로 단순 오기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가장 논란이 되는 의혹은 2007년 수원여대 겸임교수 임용 과정이다.
김 씨는 이력서에 2002년 3월 1일부터 2005년 3월 31일까지 3년 동안 한국게임산업협회 기획팀 기획이사로 재직했다고 적어 냈다. 하지만 해당 협회는 2004년 6월에 설립됐다. 즉 설립도 안 한 곳에서 근무했다고 경력을 허위로 기재했다는 이야기다.
김 씨는 본인이 기획이사로 일했던 시기를 '김영만 회장 때'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김 회장은 김 씨가 적은 재직기간 직후인 2005년 4월 취임했다. 김 회장 측도 "김 씨를 만난 적도 기억에도 없다"고 반박했다. 당시 김 씨가 적은 재직기간 회장을 맡았던 김범수 카카오이사회 의장 역시 "(김 씨에 대한)기억이 없다"고 했다.
이에 윤 후보 측은 여러 업체가 섞여 일하는 와중, 20여 년 전 김 씨의 활동을 모든 사람이 기억하기란 무리라는 반박을 내놓으면서도 이와 관련 '착오'가 있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수상경력 허위 기재 의혹도 있다. 김 씨는 수원여대 광고영상과 겸임교수 초빙지원서류를 제출하면서 '연구 실적'에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대상'(2004년 8월), '2004 대한민국애니메이션대상특별상'(2004년 12월), '2006대한민국애니메이션대상특별상'(2006년 12월 6일) 등 수상 내역을 적어냈다. 그러나 서울국제애니메이션 관계자는 당시 김 씨의 개명 전 이름 '김명신'으로 제출된 출품작 자체가 없다고 했다.
김 씨는 이와 관련해 한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돋보이려고 한 욕심"이라며 "그것도 죄라면 죄"라고 말했다. 사실상 가짜 수상경력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단체수상(대한민국애니메이션대상특별상 04·06)을 개인 수상인 것처럼 쓴 다른 수상 경력 두건에 대해서는 "회사 직원들과 같이 작업했기 때문에 경력에 넣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인터뷰에서 수상경력을 학교 진학을 위해 쓴 것도 아닌데 무슨 문제냐고 되묻기도 했었다.
김 씨가 안양대·국민대 겸임교원 지원 당시 제출한 이력서도 문제다. 해당 이력서에는 각각 영락고 미술 교사, 서울대 경영대학원 석사 졸업으로 기재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김 씨가 서울대 경영대학원이 아닌 경영전문대학원을 졸업했고, 영락고가 아닌 영락여상에서 미술강사로 근무했다고 지적했다. 김 씨가 수료한 경영전문대학원 경영전문석사는 학위 논문 없이도 딸 수 있는 과정으로, 서울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위 두 개는 분명 다른 학위다.
민주당은 또 김 씨가 수원여대(2007년)·안양대(2013년) 강사 지원 당시 이력서에 기재했던 미국 뉴욕대(NYU) 연수 경력이 허위라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 씨가 이력서에 적었던 연수 프로그램 자체가 당시 뉴욕대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에 윤 후보 측은 김 씨는 서울대학교 GLA (Global Leader Association) 2기(2006년 5월 ~ 2006년 12월) 과정을 다녔고, 그 과정 중에 뉴욕대 연수가 포함되어 있었다고 주장하며 수료증 발급, 당시 기사 등을 배포했다.
그러나 여당은 김 씨가 2006년 10월 23일부터 27일까지, 서울대 문화 콘텐츠 글로벌 리더 과정의 마지막 코스로, 뉴욕대(NYU) 스턴 비즈니스 스쿨에 청강을 다녀온 것이 전부라고 주장한다. '5일짜리 연수'를 학력란에 적은 것이라는 얘기다.
민주당은 학력란에 단기 방문을 넣는 것은 허위라고 주장하면서 김 씨가 수료한 서울대 GLA 과정 내 뉴욕대 연수 경험이 '방문'이냐 '프로그램 이수'냐가 허위 이력 의혹의 쟁점으로 부상했다.
윤 후보 측은 김 씨가 학력란에 분명히 '연수'라고 기재했다며 문제 될 것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다만, 김 씨의 이력 관련 의혹들이 끊임없이 제기되자 윤 후보는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경력 기재가 정확하지 않고 논란을 야기하게 된 자체만으로도 제가 강조해온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은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국민의힘은 김 씨 기자회견 후 "서울대는 일반대학원과 전문대학원 모두 ‘경영학과’ 단위로 모집한다"며 "김 씨가 학계의 용어나 체계에 익숙하지 않아 통상 부르는 대로 ‘경영대학원’으로 기재했다"고 했다. 또, 논란이 된 서울대 GLA(Global Leader Association)의 연수프로그램을 마치 뉴욕대 연수프로그램인 것처럼 기재했다는 더불어민주당 측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국민의힘은 "(김 씨는) 이력서에 수원여대 지원서에 연수프로그램 명을 정확히 기재했고, 1개월 이내 단기 연수임을 밝혔다"며 "안양대 지원서에는 연수실적란이 따로 없어 학력란에 연수 사실을 기재했다"고 해명했다.
◆의혹 2. 삼성미술관 전시회 논란
한 언론사는 김 씨가 2003년 인천 미디어아트 비엔날레의 부속 행사로 열린 '신체적 풍경' 전에 참여했다고 밝히면서도 허위 경력 의혹을 제기했다. 작가들이 전시회 관련 도록에 주요 출품작 도판과 학력, 수상 및 전시 경력을 기재하는 데 김 씨가 '수상 및 전시 경력'란에 '2003년 Portrate전(展) 삼성미술관 기획'이라고 적은 것이 허위라는 내용이다. 당시 삼성미술관은 현재 '라움미술관'을 지칭한다.
이에 윤 후보 측은 삼성플라자 전시 경력 의혹에 전면 반박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관련 팸플릿을 공개하며 "찾아서 해명할 것은 해명하고, 부족한 부분은 겸손한 자세로 국민께 말씀드릴 부분은 말씀드려야 한다. 18년 전 조각까지도 하나씩 찾아내고 있다"며 일각에서 제기한 의혹을 해명했다.
공개한 팸플릿을 보면 경기도 성남에 있는 삼성플라자 갤러리는 2003년 7월 9일부터 15일까지 ‘인간풍경 전’을 개최했다. 팸플릿 표지에 적힌 참여 작가 이름에는 '김명신'이라는 이름이 적혀져 있으며, 안쪽에는 김 씨의 출품작 사진도 담겨있다.
☞<하>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