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윤리특위 징계 의원' 살펴보니...7할은 '입이 화근'

지난해 21대 국회 개회 이후 윤리특별위원회(이하 윤리특위)에 징계안이 회부된 국회의원은 17명이다. 이중 거짓말, 막말, 성폭력 2차 가해 등의 실언으로 이름을 올린 국회의원들이 12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배정한 기자.

17명 중 12명, 거짓말-막말-성폭력 2차 가해 등 '실언'

[더팩트ㅣ송다영 기자] "국회의원은 의원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하여야 한다."(국회법 제25조)

21대 국회가 문을 연 지 1년 7개월. 그동안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윤리특위)에 징계안이 회부된 국회의원은 17명이다. 이중 거짓말, 막말, 성폭력 2차 가해 등 '실언'으로 이름을 올린 국회의원은 전체 의원 중 70%인 12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가 운영하는 국회감시사이트 '열려라국회'와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24일 기준 21대 국회의원 윤리특위 징계 심사 중에 있는 징계안은 18건이고, 의원 수는 17명(윤호중 2건)이다.

정당별로 살펴보면 민주당이 (탈당 후 무소속 포함) 9명, 국민의힘이 (사직 의원 포함) 8명이다. 민주당에는 홍익표, 남인순, 김용민, 윤호중(2건), 장경태, 황희, 윤영찬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이상직, 윤미향 무소속 의원도 탈당 전 민주당 출신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동일 기준) 김웅, 정점식, 김용판, 성일종, 조수진, 유상범 의원이 등재됐다. 박덕흠 무소속 의원은 탈당 전 국민의힘 소속이었으며, 곽상도 전 의원은 국민의힘 탈당 후 사직했다.

윤리특위는 국회의원의 자격심사, 징계 등을 한다. 국회의원의 자격에 이의가 있을 때 자격심사를 하고, 윤리특별위원회가 해당 의원에 대한 심사를 한 뒤 그 결과를 국회에 제출한다. 만일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해당 의원의 자격에 관한 의결을 할 수 있다. 자격이 없다는 결정이 내려지면, 해당 의원은 그 직을 잃는다.

윤리특위는 지난달 11일 전체회의를 열어 무소속 윤미향·박덕흠·이상직 의원과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의 징계안을 상정하고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심의를 넘긴 상태다. 하지만 몇몇 의원들이 자신을 둘러싼 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자진 탈당했을 뿐, 이중 누구도 실제로 윤리특위 '징계'를 받지 않았다.

√ 막말, 거짓말, 허위사실 유포, 성희롱…'말의 품격' 떨어뜨린 의원들

총 18개의 징계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5건을 제외한 13건이 의원들의 부적절한 '언행' 탓에 불거진 내용들이다. 8건이 민주당, 5건이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다.

민주당부터 살펴보면 우선 윤호중 의원은 '허위사실 유포'가 1건, '막말'이 1건이다. 첫 번째 징계안은 지난 3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여하면서 불거진 '실언'에서 비롯됐다.

윤 의원은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법안(안전공대법)'을 논의하던 중 "솔직히 말하면 산자위(산업통산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폐특법(폐광지역개발지원에대한특별법)을 처리해 드리면서 20년 동안 연장해 주면서 약속받은 거다. 거기서 합의해서 올라온 것을 이렇게 반대하고 나가면 '먹튀(먹고 튀다)'"라고 발언했다. 야당이 폐특법 통과를 조건으로 한전공대법법 동의를 약속했다는 의미로, 마치 법안 통과 거래를 한 것처럼 해석됐다. 이에 야당은 윤 의원을 허위사실 유포로 국회에 징계를 요구했다.

그에 앞서 윤 의원은 지난해 11월에도 막말로 윤리특위에 회부됐다. 국민의힘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국회 출석 통지가 막혀 항의 방문하자 기자 출신인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을 겨냥해 "그 양반이 '찌라시' 만들 때 버릇이 나오는 것 같아 유감스럽다"고 말한 바 있다.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국회 윤리특위에 허위사실 유포 1건, 막말 1건으로 징계안이 올라와 있다. /국회=이선화 기자

장경태 의원 징계안도 '막말'이 문제 사유다. 장 의원은 지난해 8월 김남국, 이재정 의원이 진행한 유튜브 방송에서 "법사위(법제사법위원회) 힘들겠다. 개소리라고 해도 되나요. 개소리를 어떻게 듣고 있지"라고 발언했다.

홍익표 의원은 허위 사실 유포로 징계안이 올라갔다. 지난 3월 민주당의 원내대책회의 자리에서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이 2014년 제정한 부동산 3법으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강남 부자가 됐다"고 발언한 게 화근이었다. 국민의힘은 "부동산 3법은 국민의힘 김희국 의원이 발의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여야가 합의해 통과된 법안"이라며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비판했다.

김용민 의원도 허위 사실 유포 지적을 받아 윤리특위에 회부됐다.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가정보원법 전부개정법률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하던 중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을 언급하며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동생이 건설업자로부터 향응 및 금품을 제공받았다"고 발언했다.

황희 의원은 '공익신고자등의 비밀보장 의무 위반'이 징계 이유다. 지난해 9월 황 의원은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서 모씨의 군 복무 특혜 의혹 최초 제보자의 실명을 공개한 바 있다.

윤영찬 의원은 이른바 '카카오 들어오라고 하라' 문자가 '막말'이라는 징계 사유로 지적됐다. 윤 의원은 지난해 9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주호영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연설이 포털 다음 메인뉴스에 등재되자 "이거 카카오에게 강력히 항의해 주세요" "카카오 너무하는군요. 들어오라고 하셍"이라는 문자를 누군가에게 보냈다가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 있다.

지난해 9월 윤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주호영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연설이 포털 다음 메인뉴스에 등재되자 이거 카카오에게 강력히 항의해 주세요 카카오 너무하는군요. 들어오라고 하셈이라는 문자를 누군가에게 보냈다가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남인순 의원은 '성폭력 2차 가해'를 이유로 징계안이 올라왔다. 남 의원이 메신저 대화방에서 故 박원순 시장 성추행 피해자를 부른 호칭이 문제가 됐다. 남 의원은 지난해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 직후 민주당 여성의원들의 SNS 단체 대화방에서 다른 의원들에게 "피해호소인 표현이 현재까지 정리된 워딩" "그동안 당은 피해호소인의 진술을 듣고 가해 지목인을 조사한 후, 외부인사로 구성된 조정위원 심의 후 당에 권고하면 최종 판단을 해왔다" 등의 의견을 냈다.

국민의힘 사례를 살펴보면 김웅 의원이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거짓말'과 '범죄 가담 의혹'을 이유로 징계안이 올라와 있다.

김 의원은 지난 9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 매체가 보도한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기억나지 않는다"하고 정부와 여당에 대해 "실체가 불분명한 사안을 두고 음모론을 제기한다, 공작을 중단하라"고 말해 여당이 징계안을 제출했다.

김웅 의원은 지난해 4월 손준성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과 공모해 두 차례에 걸쳐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을 사주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공직선거법 위반)를 받고 있다. 공수처는 이를 근거로 김 의원의 고발 사주 초기 기획 단계부터 정보 수집·고발장 작성·전달 등 고발장 유통의 전 단계를 추궁할 예정이다. /과천=이동률 기자

이어 김용판 의원은 지난 10월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대선 후보의 '조폭 연루설'을 주장해 여당으로부터 '허위사실 유포'로 징계안이 회부됐다. 국제마피아파 조직원 박철민 씨의 진술서, 박 씨가 이 후보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하는 현금사진 등을 공개했지만 거짓으로 밝혀졌다. 당시 김 의원은 "진위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시인하기도 했다.

여당 의원의 '막말' 피해자였던 조수진 의원은 본인도 '막말'과 '성희롱 발언'으로 징계안에 이름을 올렸다. 조 의원은 지난 1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 고민정 의원을 지칭하며 "조선시대 후궁이 왕자를 낳았어도 이런 대우는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발언해 여성비하적 표현이라며 민주당 의원들의 빈축을 샀다.

유상범 의원은 '허위사실 유포'로 징계안이 올라왔다. 그는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정부ㆍ여당 인사가 포함된 옵티머스 펀드 투자자'라며 여권 핵심인사들의 실명을 거론하고 의혹 연루 추정자 명단 등을 공개한 바 있다.

곽상도 전 의원은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과 연관해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징계안이 올라왔다. 곽 전 의원은 자신의 소개로 아들이 '화천대유자산관리'에 입사해 6년 근무하는 동안 50억 원의 퇴직금을 받았다는 사실과 관련해 "산재로 받은 것" "월급은 250여만 원" 등의 발언을 했다. 다만 그는 윤리특위 징계와 별개로 의원직에서 스스로 물러나 사직했다. 이른바 '50억 클럽' 연루와 관련해 검찰은 곽 전 의원에 대해 지난 1일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과 관련해 이른바 50억 클럽에 거론된 곽상도 전 의원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한편 언행을 제외하고 윤리특위에 회부된 의원은 5명이다. 이 가운데 김웅 의원과 함께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이 '고발사주 의혹' 고발장 전달자로 꼽혀 '범죄 가담 의혹'으로 징계안에 올랐다. 국회의원의 품위에 어울리지 않게 횡령·배임으로 윤리특위에 회부된 의원들도 4명이다.

이상직 무소속 의원은 이스타항공 자금을 수백억대 횡령·배임한 혐의로 재판을 받으면서 동시에 '주식의 매각 또는 신탁 의무 위반'으로 윤리특위로 넘겨졌다. 같은 사유로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도 징계안이 제출됐다.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은 본인의 가족 회사에 입찰 수주 계약을 맺었다는 의혹으로,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정의기억연대'의 기부금과 정부 보조금을 용도에 맞지 않게 썼다는 의혹으로 윤리특위 징계안에 이름을 올렸다.


manyzero@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