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토론 횟수, 늘리자는 與 vs 기피하는 野

대통령 선거 후보 토론회 횟수가 토론회가 도입된 15대 대선부터 최근 20대 대선까지 줄어드는 추세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후보들이 토론을 통해 활발하게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후보들이 선거법에서 정해진 대로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하는 토론회 3회는 의무로 참석하지만, 그밖에 토론이나 대담에는 참석을 회피한 결과다. /남윤호 기자

15대 대선부터 20대 대선까지, 토론 횟수 하락세

[더팩트ㅣ김미루 인턴 기자] 대통령 선거 후보 토론회 횟수가 토론회가 도입된 15대 대선부터 최근 20대 대선까지 줄어드는 추세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후보들이 토론을 통해 활발하게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후보들이 선거법에서 정해진 대로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하는 토론회 3회는 의무로 참석하지만, 그밖에 토론이나 대담에는 참석을 회피한 결과다.

현재 대선 후보 토론회는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선거기간(후보자 등록 다음 날부터 선거일 전날까지) 동안 3회 이상 필수로 열려야 한다. 내년 3월 9일 치러지는 20대 대선의 경우 선거기간은 2022년 2월 15일부터 3월 3일까지로 18일 동안이다. 공직선거법 82조에 따르면, 합동 방송 토론회에 나와야 하는 후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다.

다만 법정 3회는 어디까지나 최소 기준이다. 이 최소 기준을 보완하는 게 방송사가 주관하는 토론회, 관훈클럽 같은 단체가 주관하는 대담회다. 이런 토론이나 대담회는 선거일 1년 전부터 개최할 수 있다. 공직선거법 82조에서 규정한 바다. 정당 정책이나 후보자 의견을 듣기 위해서 마련됐다.

이렇듯 토론회 개최의 취지가 좋은데도 대선 후보들이 토론회 참석을 기피한 탓에 대선 후보 토론회 횟수는 점차 줄어들어 왔다.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대선 후보 토론회가 도입된 1997년 15대 대선(김대중, 이회창, 이인제) 때는 법정 3회에 더해 57번의 언론사와 단체 초청 토론·대담이 이뤄졌다. 하지만 이후 토론·대담 횟수는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16대 대선에서 잠깐 늘어났다가 또다시 줄어들었다.

△16대 대선(노무현, 이회창, 정몽준) 때 법정 3회, 언론사/단체 83회, △17대 대선(이명박, 정동영, 이회창) 때 법정 3회, 언론사/단체 44회, △18대 대선(박근혜, 문재인, 이정희) 때 법정 3회, 언론사/단체 12회, △19대 대선(문재인,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때 법정 3회, 언론사/단체 14회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19대 대선 때 조금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유력 후보가 다섯 명이어서 후보 한 명씩 참여하는 개인 대담이 전보다 많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토론 자체가 활발해졌다고는 보기 어렵다.

지난 20일 ‘코로나19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단체 연대’가 주최하는 후보 간 양자 토론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응하지 않으면서 무산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1인 대담으로 진행됐다. /이선화 기자

토론 기피 현상은 20대 대선에도 나타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내년 2월 15일 이후에 열리는 '법정 토론만 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20일 ‘코로나19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단체 연대’가 주최하는 후보 간 양자 토론도 윤 후보가 응하지 않으면서 무산됐고, 이 후보 1인 대담으로 진행됐다. 국민의힘 선대위 관계자는 앞서 언론과 인터뷰에서 "토론을 회피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토론을 하자는 것"이라며 "이 후보의 일방적인 토론 요구에 굳이 맞출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토론 참여를 기피하는 이유에 대해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윤 후보가 국정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낮다"며 "(경선 때도 답변이 어려운 질문에) '먼저 말씀해보시죠' 하면서 넘겼다. 진검승부해야 하는데 준비가 되어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대로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22일 SBS 인터뷰에서 "(토론회 없이)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며 토론 개시를 촉구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전날 "의혹도 많고 국민들 문제의식도 크니까 빨리 토론회를 해서 국민들에게 검증할 기회를 줘야 되는데 유력 후보들이 거부하니까 토론회가 안 되고 있다"며 "국정운영을 책임지겠다고 국민의 선택을 받는 분들의 도리는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지난달 26일 메타버스에서 토론하자고 청년 정책 중심 토론회 개최를 제시했다. 그는 대선후보들의 역량도 따져보는 좋은 자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남윤호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지난달 26일 "메타버스에서 토론하자"고 청년 정책 중심 토론회 개최를 제시했다. 그는 "대선후보들의 역량도 따져보는 좋은 자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아예 법정 횟수를 늘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23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선거기간 전에도, 선거기간 중에도 (합동) 토론이 필요하다"며 "김승남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선거운동 기간에 3차례 이상, 선거운동 시작되기 전에는 3차례 이상 해서 6차례 이상 개최하는 법"이라고 소개했다. 김승남 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개정법을 통해 토론회 불참으로 국민의 알 권리가 침해되는 일이 줄고 국민 알 권리가 확대되길 기대한다"며 이같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22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토론회 개최 횟수를 '3회 이상'에서 '7회 이상'으로 늘리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다만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상대방) 곤궁 빠뜨리기식 토론이라면 오히려 진정한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경우도 있다"며 과거 2012년 대선 후보 토론회에 출연한 이정희 당시 통합진보당 후보 사례를 언급했다. 당시 이 후보는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려 나왔다"고 거침없이 발언했고, 박 대통령은 네거티브 공세에 토론회 내내 곤혹스러워한 바 있다. 그러면서도 황 평론가는 "(법정 기준인) 3번은 너무 적다"는 데에는 동의했다.

국민 여론은 '토론회가 많을수록 좋다'는 쪽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17∼18일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8명을 대상으로 '대선 토론회를 많이 진행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지' 물은 결과, 응답자의 67.7%가 "알 권리를 위해 토론회는 많을수록 좋다"고 답했다.

한편 개인 SNS가 활발해지면서 후보들이 득 될 게 없는 토론회에 참석해 인지도를 올릴 필요가 없어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황 평론가는 "유권자가 SNS에서 쌍방 소통하면서 말실수와 장점을 동시에 보고, 그 가운데 비교 분석해서 본다"고 말했다.

다만 SNS에서는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부각하기 때문에 토론의 순기능인 검증과 무관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 평론가는 "SNS 소통은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것"이라며 "자기 기획 하에 통제 가능한 것들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시민들을 초대해 직접 요리한 음식들을 선보이며 대화를 나누는 내용의 유튜브 방송을 오는 27일 시작한다.

miro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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