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구속 4년 9개월 만에 '특별사면'…文 "국민 통합, 건강 등 고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4일 문재인 정부의 신년 특별사면 대상자에 포함돼 오는 31일 0시 4년 9개월간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출소한다. 지난 2월 9일 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 접촉해 병원에 격리됐던 박 전 대통령이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나와 서울구치소로 향하는 모습. /더팩트 DB

박범계 "대통령이 국민 공감대, 사법 정의, 국민 화합 등 고려해 결단"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24일 문재인 정부의 '신년(2022년) 특별사면' 대상자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국정농단',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새누리당 총선 개입' 혐의 등으로 징역 22년이 확정됐던 박 전 대통령은 오는 31일 0시 4년 9개월간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출소한다. 대통령으로 재임한 기간(4년 1개월)보다 수감 기간이 더 길었고, 역대 대통령 중 가장 긴 수감 생활을 한 박 전 대통령은 당분간 악화된 몸 상태를 회복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2022년 신년 특별사면 브리핑에서 "과거 불행한 역사를 딛고 온 국민이 대화합을 이뤄 코로나19 확산과 그로 인한 범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향해 새로운 걸음을 내딛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박 전 대통령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사면 대상에 포함한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정부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으로 박 전 대통령은 '특별사면 및 복권'됐고, 형 집행을 완료한 한 전 총리는 '복권'됐다. 헌법 제79조에는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사면·감형·복권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반사면은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특별사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으로 법무부 장관이 사면심사위원회에서 대상자를 선정해 대통령에 보고하고,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최종 결정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전임 대통령 사면은 국민 통합, 사법 정의, 국민 공감대 등을 생각하면서 판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후 고심 끝에 12월 24일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을 결정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4주년 특별연설 이후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는 모습. /뉴시스

앞서 지난 5월 10일 문 대통령은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 이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한 질문에 "전임 대통령 두 분이 지금 수감 중이라는 사실 자체가 국가로서는 참 불행한 일이다. 안타깝다. 특히 고령이고 건강도 좋지 않다고 하니까 더더욱 안타까운 마음"이라면서 "그런 점도 생각하고, (사면이) 국민 통합에 미치는 영향도 생각하고, 또 한편으로 우리 사법의 정의, 형평성, 또 국민들 공감대, 이런 것을 생각하면서 판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박 장관은 '박 전 대통령 사면 결정에 문 대통령이 언급한 국민 공감대와 사법 정의 등이 전제됐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사면은 국가원수의 지위로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공감대, 사법 정의, 법치주의, 국민 화합, 갈등 치유 등의 관점에서 고려하신 것으로 안다. 또 박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도 매우 중요한 기준이었다"고 답했다.

박 장관은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번 특별사면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선 "이 전 대통령의 사안과 박 전 대통령의 사안은 내용이 다르다. 또 국민적 정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 아니겠냐는 생각도 갖고 있다"라면서도 "사면이 어떠한 경위·절차로 이뤄졌는지는 소상히 말씀 못 드린다"고 말을 아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2022년 신년 특별사면 발표를 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청와대도 같은 입장을 밝히면서, 이 전 대통령이 특별사면에서 배제된 이유에 대해선 명확히 언급하지 않았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참모들에게 박 전 대통령과 한 전 총리의 특별사면·복권에 대해 "우리는 지난 시대의 아픔을 딛고 새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라며 "이제 과거에 매몰돼 서로 다투기보다는 미래를 향해 담대하게 힘을 합쳐야 할 때다. 특히 우리 앞에 닥친 숱한 난제들을 생각하면 무엇보다 국민 통합과 겸허한 포용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의 경우 5년 가까이 복역한 탓에 건강 상태가 많이 나빠진 점도 고려했다"라며 "이번 사면이 생각의 차이나 찬반을 넘어 통합과 화합, 새 시대 개막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사면에 반대하는 분들의 넓은 이해와 해량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 대통령의 박 전 대통령 특별사면 결단 시기에 대한 질문에 "전직 대통령 사면은 앞서 여러 차례 종교계, 시민단체, 비공식적으로 정치권의 요청과 건의가 있었다"라며 "구체적으로 언제쯤 결정했는지는 아는 바 없지만, 고심이 깊으셨던 것으로 알고 있다. 참모로서 짐작한다면 아마 마지막 순간까지 고뇌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이 배제된 배경에 대해선 "박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은 케이스가 많이 다르다"라면서도 "어떻게 다른지는 제가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24일 청와대 브리핑룸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 복권 관련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뉴시스

한편 박 전 대통령 특별사면에 대선 후보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문 대통령의 국민 통합을 위한 고뇌를 이해하고, 어려운 결정을 존중한다"며 "지금이라도 국정농단 피해자인 국민들께 박 전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늦었지만 환영한다"라며 "건강이 안 좋으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빨리 건강을 회복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환영한다"라면서 "이 전 대통령도 국민 통합을 위해 석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라며 "박 전 대통령을 탄핵하고, 법의 심판대에 세운 것은 바로 우리 촛불시민들이다. 대통령 개인의 동정심으로 역사를 뒤틀 수는 없는 일이고, 적어도 촛불로 당선된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해서는 결코 안 될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심 후보는 또 "문 대통령은 '사면권 최소화'가 원칙이라고 누누이 밝혀 왔고, 5대 중대 부패범죄에 대한 사면권 제한은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다"라며 "역사의 물줄기를 바꿀 수 있는 중대한 사면에 최소한의 국민적 동의도 구하지 않았다. 국민 통합이라는 말은 함부로 꺼내지 않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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