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부인 역할 최소화할 듯…金 등판 안 할 가능성도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 지휘체계를 두고 내분이 일어난 상황에서 윤석열 대선 후보는 배우자 김건희 씨의 등판에 회의적인 입장을 내놨다. 허위경력 기재 의혹 논란에 대한 김 씨의 셀프 소명 여부에 이목이 쏠리지만, 김 씨가 직접 나설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윤 후보는 22일 보도된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김 씨의 선거 기간 공식 활동에 대해 "영부인이라는 말은 쓰지 말자. 계획은 처음부터 없었다"며 "제 처는 정치하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 본인이 전시하고 본인 일하는 데서 공개적으로 나설 순 있지만, 남편 정치하는 데 따라다니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다만 '선거운동 기간 아예 동행을 하지 않는 것인가'물음에 "나도 모르겠다. 필요하면 나올 수도 있다"면서 공개 등판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면서 "대통령 부인은 가족에 불과하다. 대통령 배우자에 대해 법 외적인 지위를 관행화시키는 건 맞지 않는다"며 대통령 배우자를 보좌하는 청와대 제2부속실 폐지를 시사했다.
대선 과정과 집권했을 때 김 씨의 역할론에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김 씨의 허위경력 기재 의혹에 대해 여권이 파상공세를 퍼부으면서 파문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씨가 전면에 나서는 것은 국면 전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 씨의 학력 부풀리기 위혹의 진위에 궁금증은 날로 커지고 있는 점은 윤 후보의 고민 지점이다. 김 씨는 2001~2014년 한림성심대와 서일대, 수원여대, 안양대, 국민대 시간강사·겸임교원 지원 과정에서 허위 경력을 써낸 의혹을 받는다. 또 서울대가 개설한 프로그램 중 5일짜리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학력인 것처럼 학력란에 기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여론 자체도 싸늘하다. 국민적 정서에 반하는 김 씨의 의혹 여파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20∼21일 전국 1027명을 대상으로 대선 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윤 후보는 40.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37%를 기록했다. 윤 후보의 지지율은 2주 전보다 5.2%포인트 떨어졌는데, 장남의 도박 문제로 고개를 숙였던 이 보가 0.1%포인트 하락한 것과 대조된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김 씨의 경력 위조 의혹은 대선 주요 이슈인 만큼 본인의 직접 사과와 소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윤 후보의 언론 인터뷰를 언급한 뒤 "영부인에 대한 국민적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이미 후보와 부인이 사과를 했지만 민심을 조금 더 냉철하게 판단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이수정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전날(21일) KBS 라디오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김 씨) 본인이 직접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력서를 왜 정확하게 적지 않았느냐는 부분은 윤 후보가 알 길이 없는 문제다. 윤 후보가 나서서 사과를 해도, 그 부분은 혼인관계 이전에 일어났던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도 같은 날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 김 씨의 의혹 대응과 관련해서 "한 번쯤은 후보 배우자가 나와서 사과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도 "배우자를 한 번쯤이라도 밖에 내세워서 사과하게 하느냐 안 하느냐는 후보의 결정에 따르는 것이지 다른 사람이 강요할 수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아예 김 씨가 대선 과정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윤 후보도 김 씨의 등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가족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때문에 김 씨의 학력 위조 의혹을 두고 여야의 첨예한 공방이 길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