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호감도는 상승엔 동의, 지지율 상승엔 글쎄"
[더팩트ㅣ국회=곽현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가족 리스크'로 곤혹을 치르면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급부상하고 있다. 외동딸 설희 씨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연구로 미국은 물론 세계적 관심을 모으면서 가족 리스크에 휩싸인 두 후보와 대비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도덕성 우위를 선점한 안 후보가 이를 계기로 지지율 상승세를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이 후보는 장남의 불법 도박 논란과 성매매 의혹으로 위기를 맞았다. 윤 후보도 배우자 김건희 씨의 허위경력 기재 의혹 논란으로 대권 행보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두 후보는 공식 사과까지 하며 수습에 집중하고 있다. 호재를 만난 안 후보는 상대 후보들을 향해 공세를 퍼붙는 한편 '무결점'을 띄우며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안 후보는 지난 16일 기자들과 만나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을 모두 다 알 것"이라며 "자기 스스로 다스리지 않고 자기 가족이 화목하지 않은 상태에서 국가를 다스리기는 힘들다는 오랜 교훈이 있다"고 했다. 이·윤 후보를 싸잡아 꼬집은 것이다. 나아가 그는 같은 날 오후 유튜브 채널에 딸 설희 씨와 대화 장면을 공개하며 화목한 가족 분위기를 보였다.
설희 씨는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교수팀 소속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최근 제1공동 저자로 발표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인체 침투 경로를 연구한 논문이 과학 저널 '네이처 화학'에 실려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또 코로나19 변이인 오미크론, 델타와 관련한 연구 성과에 힘입어 미국의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의 인터넷판 1면 전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안 후보는 이런 자신의 딸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다른 후보 가족들과 차별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 배우자 김미경 교수도 법의학 전문가로 알려져 전문성과 도덕성을 모두 갖춘 '엘리트 가족'으로 조명받고 있다. 안 후보 측에 따르면 최근 김 교수는 매주 1회 코로나 선별 검사소에서 의학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가족 리스크'가 대선 중대 변수로 떠오르자 정치권에선 설희 씨의 선대위 합류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안 후보가 유력 주자들에게 실망한 표심을 흡수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지 않겠냐는 관측에서다. 하지만 안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설희 씨의 선거운동 참여 계획은 전혀 없다"며 일축했다.
다만, 선대위 측은 다른 당 후보 가족과 비교했을 때 도덕성 측면에서 충분한 비교 우위에 있는 점을 거론하며 설희 씨의 참여를 지속적으로 요구할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뉴욕타임스 등 국위선양 하는 (설희 씨의) 자랑스러운 모습 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등 적극적인 홍보를 선대위 차원에서 계속 준비하겠다"라고 말했다.
안 후보 측은 앞으로 선거운동 방향에 대해 중도층을 끌어안는 메시지와 정책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윤 후보와 이 후보에게 피로감을 느낀 일부 지지층들이 이탈하는 현상을 보이자 이들을 포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안혜진 국민의당 선대위 대변인은 "정치적인 분열 보다 중도 실용을 추구하고 포퓰리즘 보단 국민 우선주의를 내세울 것"이라며 "기존의 유약한 프레임을 버리고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주는 전략으로 미래먹거리, 글로벌리더의 면모를 보여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설희 씨가 정치인 자녀로서 돋보일 수는 있으나 안 후보 지지도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선 물음표를 던졌다. 이은영 휴먼앤데이터 소장은 "양당 후보 이탈 지지층이 안 후보 지지자가 될 지는 의문"이라며 "안 후보의 비호감도가 상쇄되면서 호감 이미지로 바뀔 수는 있겠지만 안 후보 자체에 메리트가 없기 때문에 소구력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딸의 활약은 분명히 후보의 호감도 상승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안 후보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선거운동에서 자녀의 부정적인 요소는 큰 리스크로 확산될 수 있으나 긍정적인 요소는 제한적으로 반영된다는 의견도 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유권자의 의사결정 변수는 무수히 많지만 특정 후보가 아닌 다수의 후보에게 가족 리스크가 터진 만큼 안 후보의 지지율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 "지나친 가족의 선거운동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설희 씨가 자기의 역할에 충실한다면 호감도를 끌어올리는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지만, 안 후보 자신의 장점을 키워나갈 카드를 준비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