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허위경력 기재 의혹' 돌연 태도 변경 '엇박자'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볼멘소리가 자주 들린다. 내년 3월 9일 치러지는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선택할 후보가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아마도 최근 불거진 여야 유력 대선주자들의 '가족 리스크' 영향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죽하면 막장 드라마 같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만큼 충격적이고 자극적이라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장남의 불법도박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배우자 김건희 씨의 허위경력 기재 의혹으로 위기에 처했다. 국민들로선 전혀 예상치 못했던, 황당한 논란들이다.
두 대선주자는 사과의 '타이밍'이 엇갈렸다. 윤 후보는 17일 아내 김 씨를 둘러싼 논란들에 대해 "국민께 심려 끼쳐 죄송하다"며 허리 숙여 사과했다. 불과 하루 전만 해도 "저쪽(여당)에서 떠드는 얘기를 듣기만 하지 말라"고 언성을 높였던 그가 돌연 태도를 바꿨다.
전날(16일) 큰아들의 불법 도박 의혹을 인정하고 즉각 사과한 이 후보의 모습과 대비된다. 이 후보는 관련 언론 보도가 나온 뒤 먼저 사과문을 내고 "부모로서 자식 가르침에 부족함이 있었다"고 자책했다. 이와 별개로 장남 동호 씨도 입장문을 통해 "진심으로 사죄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윤 후보의 대국민 사과의 의미를 깎아내리고 싶진 않다. 그렇더라도 부인의 허위 경력 의혹과 관련한 보도가 나온 지 사흘 만에 공식 사과했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수년 전 일에 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는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채용 비리라고 하는데 그냥 공채가 아니다. 겸임교수나 시간강사다. 자료를 보고 뽑는 게 아니다. 현실을 좀 보시라."(15일) "부분적으로는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허위 경력은 아니다."(14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 이러한 윤 후보의 해명과 반발 행위는 오히려 불필요했던 일이 돼버렸다.
아울러 경력 부풀리기를 두고 '관행'이라는 윤 후보의 주장은 국민 정서와 동떨어져도 한참 떨어진다. 이력서에 경력을 허위로 기재하면 지원자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누구나 다 그렇다. 여론이 이토록 싸늘한 것은 김 씨의 고의 여부와 별개로 윤 후보 태도와 인식에 대한 국민의 실망일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윤 후보의 뒤늦은 사과는 반복돼 왔다는 점이다. 지난 10월 '전두환 옹호' 발언으로 논란이 일었을 때도 윤 후보는 자신의 발언에 대한 진위를 해명하는 데 애를 썼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다 잘못한 건 아니지 않나"라고도 했다. 그럼에도 여론이 들끓자 같은 달 21일 "송구하다"며 사과했다. 사흘 만의 일이었다. 하지만 이른바 '개 사과' 논란을 자초하며 거센 역풍을 맞기도 했다.
지난 9월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국회를 찾아 "국민이 다 아는 메이저 언론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라"며 왜곡된 언론관을 드러냈을 때나,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후쿠시마 원전'에 관한 발언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을 때도, 윤 후보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비슷한 태도를 보였다.
윤 후보의 오락가락한 태도를 보면, 떠밀려 사과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실제 온라인상에서 윤 후보가 위기를 넘기기 위해 소위 '간 보고' 사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의혹에 대해 소명하는 일은 당연하다. 하지만 문제가 드러나면 신속하고 제대로 사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과는 하는 사람이 아닌, 상대가 진심으로 받아들였을 때가 진짜 사과다. 국민은 윤 후보의 사과를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