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위 '원톱' 말 바꾸기·리스크 지적에 "참모 말 잘 듣는다"
[더팩트ㅣ여의도=박숙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6일 아들의 불법 도박 논란에 대해 인정하고 "형사처벌 사유가 된다면 당연히 선택의 여지 없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 의견이 분분한 '양도세 중과 유예' 방안에 대해서는 "정책 일관성이 목표가 아니기 때문에 유연하게 가보자는 입장"라며 추진 입장을 고수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민주당 출입 19개 인터넷 언론사를 대상으로 1시간 30분 동안 합동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이 후보는 '장남의 불법 도박 의혹 관련 형사처벌 가능성이 있다'는 질문에 "국가의 운명을 책임지는 사람을 국민이 검증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변 가족들에겐 안타까운 이야기일지라도 무한 검증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며 "형사처벌 사유가 된다면 당연히 그건 선택의 여지 없이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는 앞서 밝힌 입장문에서 아들을 둘러싼 의혹을 인정하며 "부모로서 자식을 가르침에 부족함이 있었다"며 "제 아들의 못난 행동에 대하여 실망하셨을 분들께 아비로서 아들과 함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한 바 있다. 다만 이 후보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아들의 추가 논란 가능성에 대해선 "추가로 이야기할 만한 건 없는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이 후보는 경쟁자인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 관련 허위 학력·경력 논란에 대해선 "후보 배우자 문제에 대해 말하는 게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앞서 이 후보는 대선 경선 과정에서 김 씨 의혹에 대해 "부인도 당연히 검증해야 하는데, 결혼 전 직업이 뭐니, 사생활이 뭐니 하는 문제는 당사자 간 문제일 수 있고 공무수행과도 관계없다. 그런 사람이랑은 결혼하지 말라는 것이냐"라며 가급적 검증은 후보 본인에 한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결혼 전 사생활 문제는 굳이 검증 대상으로 해야 하느냐에 대해 의문이라고 했던 것"이라며 "사생활이 아닌 범죄 혐의는 좀 다를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선대위는 출범 한 달 만에 현장성, 기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몽골기병' 형태의 후보 원톱 체제 선대위로 전면개편한 상태다. 하지만 후보가 당과 충분한 논의 없이 돌발 발언이나 정책들을 내뱉으면서 '이재명 리스크'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저는 당의 기민함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국민의 고통과 간절함에 정말로 예민하게 듣고 빠르게 반응했느냐에 대해선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각종 정책들에 대해 민주당과 내부적으로 철저히 협의하고 결정된 내용을 발표하고 집행하게 되면 아마 민주당에 대한 새로운 기대는 좀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현행 '원톱' 체제를 보완하되,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는 정책 혼선을 초래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정한 건 웬만하면 바꾸지 않는다'는 원칙도 중요한데 정책 일관성이 목표가 아니기 때문에 유연하게 가보자는 입장"이라며 당면한 현실적 문제 해결에 더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이 후보는 자신이 제안한 '양도세 중과 유예'에 대해 "민주당 내에서 이견이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고 정부도 반대 입장인 것 같다"며 "질렀다기보다 오래 협의하고 이견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지만 몇 가지에 대해 주요 당 지도부와 교감한 후 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치인은) 지배자나 사상가가 아니라 국민의 대리인이기 때문에 국민의 뜻과 국민 삶이 훨씬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양도세 중과의 단계적 한시 감면은 공급 정책에서 한 이야기"라며 "(다주택자들이) 탈출해야 하는데 과도한 양도세 부담으로 매물 잠김 현상이 있기 때문에 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유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시골주택을 포함한 2주택자 예외 사례를 언급하며"주말에 농촌지역에서 이틀씩 사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그런 게 부당한 것도 아니니 제지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측면에서 재산세 예외조항을 종부세에 대해 확대하는 게 필요할 것 같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대구·경북 지역 일정에서 언급한 '전두환 경제 성과 인정'에 대해선 "제 의도와 다르게 해석되고 있는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며 "(발언) 전문을 보면 이해할 수 있을·텐데 전두환이라는 사람이 어떤 경우에도 용서할 수 없는 중대범죄자, 국가반란수괴, 대량학살주점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일부만 이야기하다 보니 오해가 발생한 것 같다"며 "그 과정에서 상처받은 분들이 계실 수도 있기 때문에 그 점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 후보는 또 '원톱 리스크'에 대해선 "맞는 말이다. 언제나 책임의 양과 권한의 양은 일치한다"며 "제가 의외로 참모나 주변 의견을 매우 신중하게 받아들이고, 그래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했다. 이어 "신속기동형으로 바꿔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는데 인재영입이나 조직 재정비를 통해 보완하려 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 행보에 대해선 발전적 계승을 의미하는 기존의 '청출어람'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이 후보는 "(문 정부는) 제가 보기엔 못하는 것보다는 잘한 게 훨씬 많은 것 같다. (다만) 부동산 부분은 매우 아쉽다. 정책적 과오가 없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는 문재인 정부와는 다르다. 또 달라야 한다. 문 정부를 부정하는 건 아니다. 민주당 정부는 민주당 하나의 뿌리에서 나온 다른 기둥들이기 때문에 본질은 바뀔 수가 없다.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민주적이고 개혁적인 정책을 지향하는 중도정당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며 "정책적 차이는 (비난하고 정치적으로 공격하는) 정치적 차이와 다르다"고 했다.
이 후보는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 일들로 각종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대법원판결 변호인단 일부가 경기도와 산하 기관에서 수임료 등의 명목으로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돼 야권이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본인들의 기여 이상의 혜택을 받았다면 말이 되는데 아무리 살펴봐도 변호사 통상 업무에 대한 평균 이하 보수 문제로 문제 삼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고 반박했다.
주요 현안에 대해서도 답변을 이어갔다. 최근 언급한 내년 재보궐 선거 무공천 방침에 대해선 "당내 초선위원들 중심의 정당혁신위원회에서 공개적으로 던진 의제"라며 "당 대선 후보로서 제 입장은 최정 정리되지 않았다. 충분한 논의를 거쳐 최대한 국민 눈높이에 맞게 합리적으로 결정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선 "2016년 경선 때부터 명확하게 가진 입장"이라며 "성소수자에 관한 부분에 대해 곡해와 오해가 꽤 있어 보여 논의하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 무한하게 미룰 순 없기 때문에 논의를 실질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또 기획재정부의 관료주의를 지적하며 "예산편성 권한은 기재부로부터 분리해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내부에서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분리해낼지 논의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