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명, 사과에도 가시지 않는 의혹…중도층 표심 영향
[더팩트ㅣ김미루 인턴 기자]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사과할 의향'이 있다"(15일 김건희 씨 연합뉴스 인터뷰)
"(아내의 사과의 뜻 표명) 그런 태도는 적절한 것으로 보여진다. 여권의 공세가 기획 공세이고 아무리 부당하다 느껴진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눈높이와 국민의 기대에서 봤을 때 조금이라도 미흡한 게 있다면 국민들께 '송구한 마음을 갖는 게 맞다'"(15일 윤석열 대선 후보 발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의 '가짜 스펙' 의혹에 대해 당사자들과 국민의힘이 14~15일 해명을 내놨다. 하지만 해명을 할수록 의혹이 가시는 게 아니라 더 깊은 늪에 빠지는 모양새다. 미흡한 해명, 사과인 듯 아닌 듯한 사과에 윤 후보의 '헌법 대통령', '공정 대통령'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씨가 받는 의혹은 크게 '과거 유흥업소 근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및 코바나콘텐츠 대기업 협찬 특혜', '가짜 스펙을 앞세운 겸임교수 임용' 세 가지다. 이 중 유흥업소 근무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며 강하게 부인하고 있고,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주가조작 및 협찬 특혜 의혹은 장기간 수사에도 법을 위반한 뚜렷한 정황이 드러나지 않았다.
반면 김 씨가 2007년 수원여자대학교에 제출한 지원서에 '경력'과 '수상 기록'을 날조했다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 '가짜 스펙' 의혹은 상황이 다르다. 김 씨가 한국게임산업협회에 재직했다고 밝힌 기간에 협회가 세워지지 않았다는 사실과 김 씨가 대상을 받았다고 했던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 김 씨 이름으로 응모된 출품작 자체가 없었다는 사실이 14일 YTN 보도로 밝혀지면서 의혹이 커졌다. 이에 김 씨를 비롯해 윤 후보,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가 나서서 해명했지만, 의혹 확산 도화선에 불을 붙이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같이 지낸 관계자는 누구인가?
먼저 '같이 지낸 관계자가 있다'는 해명이다. 김 씨는 "(한국게임산업)협회와 같은 건물에서 지내면서 관계자들과 친하게 지냈다"면서 자신이 기획이사로 일한 시기가 "김영만 회장 때였다"고 말한 사실이 15일 YTN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김 씨는 과거 한국게임산업협회에서 2002년 3월부터 2005년 3월까지 재직했다고 이력서에 기재했다.
하지만 김 회장이 취임한 것은 2005년 4월로 시기 자체가 겹치지 않는다. 이날 YTN 보도에 따르면 김 회장은 "김건희 씨에 대한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김 씨 재직증명서에 적힌 2004년 4월부터 2005년 3월까지 재직한 1대 게임산업협회장인 김범수 현 카카오이사회 의장 측도 "김건희 씨가 일했던 기억이 없다"며 비슷한 답을 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이에 더해 게임산업협회 설립 이후 정책실장과 사무국장으로 5년간 재직했다는 한 직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서 "당시 김 씨를 본 적이 없다"면서 "최대 10명 미만일 정도로 직원 수가 적어 모든 직원이 가족처럼 친하게 지냈다"고 했다.
◆재직 기간 착각?
게임산업협회 관계자들과 김 씨의 해명이 엇갈리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김 씨가 '재직 기간을 착오했다'고 새로운 해명을 내놨다. 최지현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수석부대변인은 14일 "김 씨가 협회 관계자와의 인연을 바탕으로 2년 넘게 기획이사로 있으며 일을 도왔다"면서도 "보수를 받은 게 아니니 이력에 기재한 '재직 기간'은 착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15일 YTN 보도에 따르면 김 씨의 재직증명서 발급일은 지난 2006년 6월로 김 씨가 협회 일을 그만뒀다는 2005년 3월에서 1년 3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김 씨는 허위 경력이 기재된 지원서로 1년 가까이 수원여자대학교에서 겸임교수를 지냈다. 같은 경력을 담은 지원서를 국민대학교에도 제출하고, 2014년부터 다섯 학기 동안 겸임교수로 재직했다.
◆결혼 전인데 검증해야 하나?
김 씨의 부적절한 해명도 논란이 됐다. YTN에 따르면 김 씨는 관련 의혹 제기에 불쾌함을 나타내며 "당시엔 윤석열 후보와 결혼한 상태도 아니었는데 이렇게까지 검증을 받아야 하느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이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윤 후보가 부인의 처신을 놓고 결혼 이후에 제지하지 못했다면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라면서도 "(결혼) 전 일을 갖고 윤 후보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과하다고 생각한다"고 윤 후보를 감쌌다.
더불어민주당의 판단은 달랐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를 겨냥해 "궤변으로 의혹을 덮지 말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남에게 해가 된 것이 아닌데 뭐가 문제냐는 인식을 가진 사람이 영부인이라면 우리의 국격은 어찌 되느냐"면서 "대통령과 영부인은 서로의 생각과 가치관에 깊이 물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대선 후보 배우자의 가치관이나 살아온 행적에 대한 의혹을 당연히 검증해야 한다"면서 "김 씨의 허위 경력 기재 의혹에 대해 철저한 검증이 이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신도 털면 안 나올까?
김 씨는 '당신도, 기자도 털면 안 나올 줄 아느냐'는 해명도 했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15일 "YTN 기자가 검증하니까 '아니, 그러면 왜 나만 이렇게 말하자면 괴롭히느냐'고 하면서, 억울하다며 '당신도, 기자도 털면 안 나올 줄 아느냐(라고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공인 의식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면서 "(검증 결과의) 의미를 축소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공직자 아내로서 고민이 없다"면서 "대통령 부인은 더더욱 국민 감시를 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평론가는 이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는 본인이 가장 잘 알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적 검증'이 '시비 제기'?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일파만파 커지는 가운데 국민의힘 선대위 측이 '중요하지 않은 문제'라는 식으로 문제를 일축하려고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은 15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대통령을 뽑는 거지 대통령 부인을 뽑는 게 아니다"라면서 "후보의 부인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얘기한다는 게 내 상식으론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도 이날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나와서 "'정말 이런 문제가 대통령 선거의 중심이 되는 게 맞느냐'라는 의문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선대위원장은 김 씨와 윤 후보의 장모 최 씨를 둘러싼 위법 사항에 대한 공적 검증에 대해서 "네거티브 공방"이고 "시비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박 평론가는 "대통령은 국부 정도로 상징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영부인 관심은 대통령만큼 높다"고 말했다. 이 평론가도 "(영부인은) 직·간접적으로 국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 "당연히 검증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중도층 표심 영향은?
김 씨의 '가짜 스펙' 해명이 꼬이면서 윤 후보의 공정 이미지가 훼손돼 중도층 표심을 잃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윤 후보는 14일 관훈클럽 토론회 모두발언에서도 "국가는 공정한 시스템을 구축해 반칙과 특권을 일소하고 평등한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라며 법치와 공정을 강조했다.
이 평론가는 "한국인은 '3입(입시·입사·입대)'에 관련한 공정 이슈에 상당히 민감하다"면서 "(윤 후보 배우자 의혹이) 의외로 중도층에 있는 사람들 표심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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