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론'에 인물론 부각…메시지 과다, 구설 우려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선거대책위원회가 '이재명의 민주당'을 표방하며 탈바꿈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후보 '원톱 체제'로 운영되면서 기대했던 대로 "민첩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후보에게 일정과 메시지가 과중하게 쏠리면서 잇단 말실수 등 효율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민주당 선대위는 지난 2일 이 후보가 요청한 대로 소수의 핵심 지도부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한 '몽골기병' 선대위를 발표했다. 기존의 '원팀 선대위'는 16개 본부에 169명 현직 의원 전원이 직함을 하나씩 달고 참여했지만, '몽골 기병 선대위'는 본부를 6개로 축소하고, 이 후보의 측근을 당과 선대위의 주요 보직에 전면 배치하는 등 집행력을 키우고 업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실무자 중심으로 꾸렸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후보가 선대위 업무 전반을 다루는 사령탑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대선 레이스를 뛰는 선수로 활동하는 구조가 되면서 선거 전략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민주당 선대위에는 조직 전반을 아우르고 지시하는 총괄선대위원장이 없어 대다수의 안건은 선대위 각 본부에서 후보가 직접 보고를 받고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 캠페인도 이 후보를 직접 내세우는 일정이 대부분이다. 이 후보는 주말을 포함해 최대 4일간 버스로 전국을 순회하는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에서 지역민을 상대로 현장 연설을 하고, 평일에도 평균 3~4개의 일정을 소화한다. 이동 중에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이나 온라인 여론도 직접 모니터링하고 있다. 정권교체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당이 아닌 인물론을 부각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난 6일 출범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선대위가 정책과 메시지를 관리하는 '원톱'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홍보와 세대 소통에 집중하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과 주력 업무를 분담하는 삼각편대 구조인 것과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현재의 선대위에서는 후보의 강점을 제대로 알릴 수 있다는 이점은 있지만, 잦은 메시지와 일정으로 불안 요인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즉흥적이고 솔직 화법을 구사하는 이 후보가 많은 메시지를 쏟아낼수록 혼선이나 말실수 등 불필요한 논란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후보는 최근 "존경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 표현으로 구설에 올랐다. 지난 3일 전주의 한 식당에서 지지자들을 만나 힘을 얻는다는 취지에서 "그래서 우리 존경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께서 대통령 하시다가 힘들 때 대구 서문시장을 갔다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고, 민주당 지지자들이 반발하자 나흘 만인 7일 서울대 강연에서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이라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라고 해명했다.
이를 두고 야권과 온라인상에서는 '문재인 존중한다 했더니 진짜 존중하는 줄 알더라', '특검하자 했더니 진짜 특검하는 줄 알더라' 등의 표현으로 비꼬며 그의 발언 번복을 지적하고 있다.
이 후보는 또 같은 날 서울대 강연을 앞두고 만난 차별금지법제정촉구 시위대의 항의에 "다 했죠?"라고 반문하며 강연이 예정돼 있던 장소로 급히 자리를 뜨면서 진보 진영의 반발을 샀다. 후보가 소화해야 할 일정이 꽉 차 있는 가운데 돌발 상황에 대해 진중하게 메시지를 내고 판단할 여유가 없어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선대위는 향후 일정과 메시지 관리에 신중을 기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지난 7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지지자들의 글을 읽고 직접 댓글을 달며 소통하는 일정을 갑작스레 취소하기도 했다. 일정이 많다는 내부 논의 결과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선대위 원톱 체제는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고, 향후 선거 전략에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선대위 관계자는 "모든 일정과 기획과 관련된 정책도 (후보와 실무진이) 소화가 되니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는 게 당연한 시기인데 윤석열 후보가 (이런 모습이) 너무 없으니 비교해서 많게 보이는 것"이라며 "계속 이런 지적이 있다면 방법을 찾겠지만, 현재까지 논의된 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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