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 '보여주기' 영입 후 나 몰라라"
[더팩트ㅣ송다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영입 인재 1호 조동연 공동선대위원장에 임명된 지 사흘 만에 개인사를 이유로 사퇴했다. 한국 정당의 '밀실주의'(어떤 일을 비밀리에 추진하는 경향이나 태도) 인재 영입에 따른 검증 부재를 다시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3일 조 위원장의 사의를 수용했다. 조 위원장은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직접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위원장이 출간한 저서('우주산업의 로켓에 올라타라'), 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공공행정학 석사 등의 '스펙' 등을 토대로 봤을 때 당내 쇄신 선대위의 1호 영입 인재로 적합하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조 위원장 사퇴는 사생활 의혹을 둘러싼 논란 때문이다. 송 대표는 조 전 위원장의 사퇴만은 막아보려 했지만, 끝내 막지 못했다. 그의 사퇴 논란을 두고 제기된 문제는 민주당의 검증 실패다. 조 위원장의 소구력에만 집중한 나머지 '세평'을 간과한 것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조 전 위원장 사태엔 민주당의 검증 문제와 함께 정당의 '보여주기식' 인재영입이라는 해묵은 문제에서 비롯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이번 사태를 보면) 인사 검증이 전혀 안 되고 있다는 것이다. 송 대표가 추천하니 '믿고 간 것'이 아니겠나"라며 "정당이 인재영입에 있어 당 내부자가 '이 사람이 좋겠다'고 추천하면 이견 없이 선임되는 '밀실주의'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징성이 높은 영입 '1호'라면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지만, 선거 때면 상징적 인물 임명으로 선거 취약층을 극복하려는 시도를 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도 정치권이 선거 때마다 지지율이 떨어지면 새로운 인재영입을 통해 돌파하려고 하는 것은 한국 정당의 해묵은 문제로 꼽았다. 그는 "사퇴한 분의 개인적인 문제로 그 가족들까지 피해를 본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면서도 "애초에 '선대본부장' 지위는 선거를 총지휘해야 하는 자리인데, (전문성이 언급됐던 만큼) 그에 맞는 분야에서 자문했어야 하는 게 맞지 않았나 싶다. 개인의 사생활 부분에 대한 검증 시스템이 부재한 것도 한국 정치의 대표적 문제점"이라고 말했다.
정당의 인재영입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에 영입됐던 복수의 관계자들은 영입에만 치중할 뿐 사후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점, 그리고 인재영입이 선거철에만 단기적으로 이뤄지는 점 등을 꼽았다.
과거 민주당 대선 캠프 인재영입을 거쳤던 관계자 A 씨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인재영입은 언제나 필요하다. 당 입장에서 인재 영입을 선거철 아니면 시도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사실 외부 인재영입은 (당을 위해) 상시로 이뤄져야 할 일인데, 선거철에 맞춰 이뤄지는 건 아쉽다. 인사 검증 문제도 인재영입이 상시화되면 덜할 것"이라고 보았다.
민주당 캠프 대선 영입 인재 출신 B 씨는 정당이 외부인사의 인재영입에만 집중할 뿐, 영입 이후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정당이 손을 놓고 있다고 본 것이다.
B 씨는 "인재영입으로 캠프에 들어왔을 때 영입된 사람들을 체계적으로 관리·교육하는 체계가 따로 없어 아쉬웠다"며 "여의도(정치)의 세계와 그 바깥은 완전 다른 세계인데, (영입 인재들이) 바깥에서는 자신만의 성과를 이룬 사람들인데도 불구하고 막상 (캠프에) 들어오면 여의도의 언어부터 익혀야 무지의 상태가 되는 것"이라고 정당의 부실한 관리를 비판했다.
그는 또, "기성 정치인과 같은 출발선에서 경쟁하는 것에 버티거나 남아있기 쉽지 않은 구조 탓에 금방 여의도를 떠나는 사람도 많다. 인재로 영입됐으면 그들을 성장시키는 체계도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그런 기능들이 약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A 씨는 "캠프에 외부 인재가 영입됐을 때, 당에 영입된 이가 자기 뜻을 펼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줘야 한다. 자리만 주는 것이 아니라 '권한'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러려고 외부 인재를 영입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