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인서 유족 대표로 발언…"제 품에서 마지막 숨"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배우자 이순자 씨가 "남편 재임 중 고통을 받으신 분들께 남편을 대신해 사죄드린다"라고 밝혔다. 5·18 민주화운동 등 구체적인 사과 대상은 빠졌다.
이 씨는 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된 발인에서 추도사와 헌화가 끝난 뒤 유족 대표로 발언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돌이켜보니 남편이 공직에서 물러난 뒤 저희는 참 많은 일을 겪었다"라며 "그럴 때마다 (전 씨는) 모든 것이 자신의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라고 말씀하시곤 했다"라고 기억했다. 그러면서 "남편의 재임 중 고통과 상처를 받으신 분들께 남편을 대신해 특히 사죄를 드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 씨는 전 씨가 사망하던 상황에 대해 "11월 23일 아침 제 부축을 받고 자리에서 일어나시다가 갑자기 쓰러져 제 품에서 마지막 숨을 거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62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부부로서 함께한 남편을 떠나보내는 참담하고 비통한 심정을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나 고통 없이 편안한 모습으로 이 세상과 하직하게 된 것에 감사하다"라고 덧붙였다.
또 이 씨는 "장례식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시라"고 호소했다.
이 씨의 발언에 앞서 진행된 추도사는 이대순 전 체신부 장관이 맡았다. 이 전 장관은 전 씨에 대해 "선진조국 창조 비전 구현을 위해 일생을 헌신해 높은 실업률, 2차 오일쇼크 등 허우적거리던 한국 경제를 되살려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라고 평가했다.
이날 전 씨 발인에는 이 씨와 아들 재국·재용·재만 씨, 딸 효선 씨 등 50여 명이 참여했다. 전 씨의 시신은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된 뒤 장지가 결정될 때까지 연희동 자택에 임시 안치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1931년 경남 합천군 출신 전 씨는 1979년 10월 박정희 전 대통령이 피살되면서 합동수사본부장으로 수사를 맡았고 같은 해 '12·12 군사반란'을 일으켜 집권했다. 1988년 초까지 대통령을 지낸 전 씨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유혈 진압의 주범으로 지목돼 퇴임 뒤 내란과 살인 등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후 1997년 12월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전 씨는 말년에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하한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았다. 지난해 11월 광주지법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같은 법원에서 항소심 재판 절차를 밟아 왔다. 23일 오전 피고인인 전 씨가 사망하면서 해당 재판은 공소기각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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