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인물 평전' 읽어보니…'이런 위인(?)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출간한 만화로 읽는 오늘의 인물 이야기-비상대책위원장 김종인. 정치인으로서 약 60년간 지내온 김 비대위원장의 영웅적(?) 일대기가 소상히 담겨 있다. /송다영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 자서전 출간

[더팩트ㅣ송다영 기자] '지난 60여 년간 한국 정치사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대한민국 선거판의 미다스 손' '정치권의 고액 단타 과외 강사' (책 서두에 표현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표현하는 수식어구들)

'만화로 읽는 오늘의 인물 이야기 - 비상대책위원장 김종인'은 김 전 비대위원장의 자료제공·자문·감수를 거쳐 만들어진 책이다(기획 황선우, 구성 김은·황선우, 그림 김형태). 김 전 비대위원장은 15일 출판기념회를 열어 정치 복귀의 신호탄을 쐈다. 이 자리에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등이 참석해 '대선 합류 러브콜'을 보냈다.

책 가격은 2만 원. 책 커버 뒷면에는 '본 서적은 인터넷 판매 전용으로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구입할 수 없습니다'라는 주의 문구가 써 있다. 책 분량은 201쪽이고, 텍스트가 나열된 줄글보단 만화의 형식을 빌려 인물 평전 특유의 '지루함'을 탈피하고자 노력했다.

책 발간위원장을 받은 금태섭 전 의원은 출판기념회에서 "(이 책은) 수십 년 동안 우리 사회 리더로서 문제해결을 고민하고 미래를 설계해온 김종인의 일생을 그린 책"이라며 "김 전 비대위원장이 걸어온 길을 보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십'이 어떤 건지를 생각해달라는 것이 발간위원장으로서 독자께 부탁드리고 싶은 점"이라고 밝혔다.

금 전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우리 사회에서 훌륭한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는 건 당연한 생각이므로 (정치인이든 아니든) 넓은 층이 읽었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의 출생 이후 강산이 5번 바뀔 동안 세상에도 없었던(53년 차이) 기자가 책을 정독했다. 독후감을 간단히 세 가지로 요약해 보았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출간한 만화로 읽는 오늘의 인물 이야기-비상대책위원장 김종인 내용. /송다영 기자

√'자서전' 혹은 '위인전'…장르 헷갈려

책을 보며 김 전 비대위원장이 '위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목차부터가 1) 1960~1970년대 정치와 인연을 맺고 2) 1980년대, 야당보다 더한 야당 3) 1990년대, 대한민국의 벽돌을 쌓으며 4) 2000년대 비상(非常)을 비상(飛上)으로 각 챕터가 연대순 구성이다.

책 서두부터 김 전 비대위원장은 '대한민국 선거판의 미다스 손' '정치권의 고액 단타 과외 강사' '위기정당의 119 구조대' 등으로 지칭되어 있다. 또, 현재 시점에서 김 전 위원장의 50여 년 정치 역사를 따라가는 '액자식 구성'을 하고 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독립운동가이자 초대 대법원장을 지냈던 '가인' 김병로(1887~1964) 선생의 손자로 태어났고(비범한 출생), 가난한 독일 유학 시절 독하게 재정학을 공부해 8년 만에 경제학 박사학위를 따냈다(고난과 극복). 또 그 능력을 유럽에서 펼칠 수 있었으나 조국을 버릴 수 없어 '정치적 암흑기'였던 대한민국(1973년)으로 돌아와 반백 년을 한국 정치를 위해 힘썼다는 결말(나라를 위한 헌신)까지 전형적인 영웅적 구조의 서사다.

내용 외적으로 김 전 비대위원장을 영웅적으로 묘사하는 '그림'도 눈에 띈다. 국가 정책에 대해서 김 전 비대위원장이 쓴소리할 때면 그의 몸은 크게, 뒤에는 흰색 강조 효과를 삽입한다. 또 그의 선구안으로 시작된 각종 정치 전략들이 결국 결실을 드러나는 장면에서는 김 전 비대위원장의 머리, 손 등 신체들이 만화의 칸을 침범해 표현되기도 한다. 김 전 비대위원장의 생각이 강조될 때에도 흰색 강조 배경은 어김없이 등장한다. 김 전 비대위원장의 영웅적 면모를 돋보이게 하려는 효과로 추정된다. 책을 단시간에 완독해서일까. 가끔 '위대한 김종인' 효과가 과도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어 쉬는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다.

책에서는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다 보니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여의도가 계속해서 김 전 비대위원장을 찾게되더라 하는 구조를 반복하고 있다. /송다영 기자

√취준생에게 추천하는 책?…'국회가 김종인을 필요로 하는 이유' 상세히 서술

앞서 말했던 책 타깃층과 관련 '취준생(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이 읽으면 좋을 거라고 추천한다. 김 전 비대위원장 관련 각종 에피소드 구조와 취업을 위한 '자소서(자기소개서)' 서술 방식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1970년대 국내 유일한 '경제 전문가'였으며 (책에 의하면) 새파랗게 젊은 교수에 불과했던 김 전 비대위원장은 부가가치세, 근로자사회의료보험, 근로자 재형저축 등 박정희 정부 시기 당시 주요 사회적 개혁을 총괄한다. (책 표현에 따르면) '일개 신참 독일 유학파 교수의 기적'이라고 서술되어 있다. 이는 자소서 속 '해당 직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하는 질문에 '실력을 기반으로 업무의 성과를 낸 경험이 있다'고 취준생들이 모범 답안을 써내는 구조와 상당히 닮아있다.

이후 80년대에도, 90년대에도, 2000년대 이후에도 김 전 비대위원장은 '어떠한 난관에도 불구하고' 국가를 향해 자신이 목표하고자 하는 바를 설파해낸다. 90년대에는 '어쩌다보니' 경제, 외교, 정무, 국방까지 자신이 관여하게 되었다고 서술하면서도 '성공한 대통령'을 만들기 위한 '킹메이커' 역할에 충실했을 뿐이라며 자신의 역할을 낮추기도 한다. 책 속 에피소드들은 시대와 그에 따른 정책 사안은 다르지만, 결국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다 보니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여의도가 계속해서 김 전 비대위원장을 찾게되더라 하는 구조를 반복하고 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1993년 노태우 정부 청와대 경제수석 당시 동화은행에서 2억 1000여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 형을 선고받았다. /송다영 기자

√'영웅'은 실수 안 한다?…'뇌물 수수' 관련 한 문장뿐

책이 자전적 성격을 띄고 있음에도 김 전 비대위원장의 무수한 성과에만 집중했을 뿐, 자기반성이나 기타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지 못한 것은 크게 아쉽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1993년 노태우 정부 청와대 경제수석 당시 동화은행에서 2억 1000여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 형을 선고받았다.

책에서는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나중에 사면복권까지 됐지만'이라는 한 문장으로 간단히 표현돼 있다. 이후 정치 재입성을 고사했으나,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호출과 (노 전 대통령 정부 대열 합류는 결국 좌절되었다) 17대 국회 당시 조순형 의원의 권유 등으로 10년 만에 정계를 복귀했다며 '국회 내 김종인의 필수 불가결함'을 또다시 강조했을 뿐이다.

김 전 비대위원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엔 새누리당 총선을, 진형을 바꿔 문재인 전 대통령 당시 민주당 총선을 이끌었던 것에 대해서도 책에서는 그 '승리의 성과'에 대해서만 설명할 뿐, 개인 김종인으로서 소회는 어땠는지는 빠져있는 것도 아쉽다. 자서전 속 인물에 대한 '인간적' 순간을 포착하고 싶었던 독자에게는 실망이 될 수 있는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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