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한국시리즈 1차전 '직관'…정치와 야구의 '닮은 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1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kt위즈와 두산베어스의 한국시리즈 1차전을 관람할 예정이다. 사진은 윤 후보가 지난 9월 모교인 서울 충암고에서 야구하는 모습. /윤석열 캠프 제공

尹, 야구팬 속으로…'유세' 전략으로 보여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차기 대선이 4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가을 축제 '한국시리즈'가 14일 막을 엽니다. 정규시즌 1위로 일찌감치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kt 위즈와 '미러클 두산'이라는 별명이 붙은 두산베어스가 격돌합니다. 벌써 우승 트로피를 어느 팀이 차지할지 관심이 쏠립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이날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한국시리즈 1차전을 '직관'합니다. 한창 당 선대위 구성과 대선 행보로 바쁠 시기에 야구 관람을 택했습니다. 그만큼 야구를 좋아한다는 뜻이겠지요. 지난 6월 SNS를 개설하고 자신에 대한 정보로 '야구는 투수'라고 언급하기도 했을 정도입니다.

경선 레이스가 한창이었던 지난 9월에는 서울 은평구 충암고 야구부를 찾기도 했습니다. 윤 후보는 청룡기와 대통령배 대회 2관왕을 달성한 모교 후배들을 격려했습니다. 유니폼까지 차려입은 그는 글러브를 끼고 공을 던지며 실력을 뽐내기도 했습니다.

고교야구와 국내 프로야구를 넘어 메이저리그까지도 관심이 있는 모양입니다. 지난 12일 서울 중앙당사에서 조지아주 출신 존 오소프 미국 상원의원을 만나 "조지아의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월드시리즈에서 이겼다. 야구팬으로서 축하드린다"고 인사를 건넸습니다.

윤 후보가 단순히 야구를 보기 위해서 야구장을 찾는 것만은 아닐 겁니다. 분초가 아까운 중차대한 시기에 여가를 즐기러 귀한 시간을 내는 것은 큰 실익이 없기 때문입니다. 남녀노소 많은 야구팬들에게 친근감을 주는 등 눈도장을 찍으려는 숨은 전략이 있어 보입니다.

과거 대선 때도 '야구 유세'가 있었습니다. 2017년 4월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광주를 찾아 '해태'(현 KIA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호남 민심을 저격했습니다. 그해 같은 달 유승민 당시 바른정당 대선 후보 역시 딸 유담 씨와 함께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를 찾아 경기를 관람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10월 26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시구하는 모습. 앞서 문 대통령은 같은 해 4월 대선 후보 시절 광주에서 해태 유니폼을 입고 유세를 벌였다. 대통령이 된 뒤 다시 광주 야구장을 찾은 것이다. /더팩트 DB

'대권 3수생'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도 지난 19대 대선 과정에서 부산 사직구장을 방문해 야구 경기를 보러온 시민들과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2018년 6월 서울시장 후보 때도 서울 잠실야구장을 찾았습니다. 정권 교체를 노리는 윤 후보가 야구 유세를 이어가는 셈입니다.

올해 한국시리즈를 관중석에서 지켜볼 예정인 윤 후보가 직접 등판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10월 광주에서 열린 KIA타이거즈와 두산베어스의 한국시리즈 1차전 때 시구를 했습니다. 약 7개월 만에 대통령으로 다시 호남을 찾은 겁니다. 당시 KIA가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던 '우연'이 작용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시구는 역대 대통령으로는 5번째였습니다. 과거 전두환·김영삼·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이 마운드를 밟았습니다.

정치와 야구는 꽤 닮은 구석이 있습니다. 공격과 수비로 승부를 가르는 야구처럼 여야도 첨예한 공방을 불사합니다. 어떻게든 상대를 이기가 위해 갖은 전략을 동원합니다. 야구에서 상대 팀을 혼란에 빠뜨리기 위해 '위장 사인'을 내는 것처럼 정치판에는 포퓰리즘도 경쟁도 펼쳐집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전국민재난지원금'과 윤 후보의 '자영업자 50조 피해 보상안'을 두고 '돈 뿌리기 경쟁'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 부재와 국가 재정 악화를 고려하지 않은 선심성 정책이라는 지적입니다. 여야도 상대 정책을 악성 포퓰리즘이라며 비판합니다.

흔히 야구는 흐름과 분위기 싸움이라고 합니다. 정치판의 대선도 마찬가지입니다. 승기를 잡은 듯하다가도 홈런 한 방에 전세가 역전될 수 있듯, 대권 경쟁도 큰 악재에 휘청거릴 수 있습니다. '전두환 옹호' 발언과 '개 사과' 논란으로 수렁에 빠졌던 윤 후보 사례가 최근 일입니다.

무엇보다 최선을 다하며 페어플레이를 바란다는 점은 야구와 정치가 일맥상통합니다. 안일한 태도와 상대를 존중하지 않고 자극하는 행동을 야구팬들은 싫어합니다. 설령 응원하는 팀이라도 회초리를 듭니다. 정치인도 국민의 심판이라는 선거를 치르며 매를 맞습니다.

이번 대선도 국민은 감동적인 승부를 기대합니다. 이기는 데 급급한 저질 정치는 국민의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당 4번 타자 이 후보와 보수 정당 구원투수 윤 후보의 맞대결. 이들이 한국시리즈보다 중요한 대선에서 정정당당한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을까요?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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