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하>] 윤석열 '반듯이' 고친 민주당, 되레 '머쓱'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0일 광주 5·18민주묘지를 찾아 남긴 방명록. 오월 정신 반듯이 세우겠습니다라고 쓴 문장이 맞춤법에 안 맞다는 지적이 나오며 논란이 일고 있다. /광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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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5년 전 '82년생 김지영' 공감에서 돌아섰나?

[더팩트ㅣ정리=이철영 기자]

◆'반드시'와 '반듯이'가 정치영역이 되는 순간

-지난 11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국립 5.18민주묘지를 방문했을 당시 방명록에 쓴 '민주와 인권의 오월 정신 반듯이 세우겠습니다'가 논란이지?

-맞아. 이경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 부대변인이 페이스북에 '반듯이'를 '반드시'로, '세우겠습니다'를 '지키겠습니다'로 첨삭한 사진을 올리며 "연습하고 갔을 텐데 한글도 모르다니. 이젠 웃음도 안 나온다"고 윤 후보를 비판했어.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도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오월 정신을 반듯이 세우겠다고 하는 것은 오월 정신이 비뚤어져 있다는 의미로 오월 정신 모독입니다"라며 "반듯이가 제대로 쓴 것이라면 더 문제"라고 지적했지.

-이 후보나 민주당에서 윤 후보의 '반듯이'를 지적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솔직히 말하면 좀 유치하다고 봐. 어떻게 국민을 위할까를 생각하는 게 우선인 것 같은데, 이런 지엽적인 문제를 끄집어낸다는 게 좀 어이가 없어. 그리고 민주당 측에서 광주, 그리고 5.18민주화운동을 대하는 태도도 문제라고 생각해. 광주나 5.18민주화운동이 본인들에게 소유권이 있는 것도 아닌데 너무 주인 행세를 하는 것 같아. 국민통합을 이야기하면서 오히려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것 같아. 선거도 좋지만, 여당이 상대 후보의 이런 문제에 집착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게 왜 논란이 되는지 모르겠어. 지적은 두 가지야. '반드시'라고 써야 했는데 맞춤법을 틀린 게 아니냐는 것과 오월 정신이 비뚤어져 있다는 문제의식이 깔려있다는 거야. 일단 전자는 확실히 아니야. 한글맞춤법 조항과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반듯이'는 '비뚤어지거나 기울거나 굽지 않고 바르게'라는 의미가 있고, 윤 후보가 방명록에 작성한 문구로 봐도 문법상 틀리지 않았어. 더구나 윤 후보는 과거에 썼던 SNS 글에서 '틀림없이 꼭'의 의미로서 '반드시'를 헷갈리지 않고 잘 썼어.

이경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 부대변인이 페이스북에 반듯이를 반드시로, 세우겠습니다를 지키겠습니다로 첨삭한 사진을 올리며 연습하고 갔을 텐데 한글도 모르다니. 이젠 웃음도 안 나온다고 윤 후보를 비판했다. /이경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반드시'와 '반듯이' 논란에 대해 의문이 든 건 이 후보 측 인사가 올린 '방명록 첨삭' 때문이었어. 우리가 학생일 때 선생님이 틀린 문법을 지적하면서 고쳐줄 때 빨간 색연필을 들고 고쳐주잖아. 사진을 보고 '반듯이 세우겠습니다'가 '문법적으로' 틀린 건지, 직접 관계 기관에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국립국어원에 전화를 해봤어.

-국립국어원에는 '온라인가나다'라고 해서 전화로 문법적으로 헷갈리는 부분을 물어보면 알려주는 상담실을 운영하고 있어. 기자임을 밝히고 '정신을 반듯이 세우겠다'라는 표현이 문법적으로 틀린 건지 물어봤어. 관계자에게 "궁금한 게 있어 전화했다. 현재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윤석열 후보가"까지만 이야기했는데 관계자가 한숨을 쉬며 "'반듯이' 말씀하시는 거냐"고 되묻더라고. 머쓱하게 웃으며 "맞다. 알고 계시냐" 했더니 한층 어두워진 목소리로 "네…"라고 했어.

-이후 "문법적으로는 틀린 건 없으나 해석의 문제는 정치의 영역이다"라는 답변을 받았어. 이 관계자는 마지막에도 "(국립국어원은) 국가기관이므로 우리 입장을 잘 헤아려줬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마음이 좀 무겁더라고.

-윤 후보의 '반듯이' 표현을 두고 여야가 공방을 벌였는데, 맞춤법에 어긋났다고 보진 않아. 5월 정신을 반듯하게 세워나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야. 다만 '5월 정신이 비뚤어진 것이냐'라는 민주당의 주장도 이해돼. 윤 후보가 방명록에 '민주와 인권의 오월 정신, 반듯이 지키겠습니다'로 썼다면 더 명확하게 뜻이 전달될 수 있었을 것 같아.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최근 확 끄는데요 발언 논란 후 기자들과의 백그라운드 브리핑을 하지 않으면서 실언을 줄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3일 경기도 부천시 부천테크노밸리 U1센터에서 진행된 K-웹툰의 역사를 다시 쓰는 웹툰작가들과 만나다 간담회에 참석해 웹툰 작업공간을 둘러보는 이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잦은 말실수에 고구마 된 이재명

-이 후보가 기자들 앞에서 '침묵'한다는 게 무슨 말이야?

-이 후보의 '백브리핑 거부'로 취재진의 불만이 상당해. 이 후보는 최근 기자들의 현장 질의에 답변을 하지 않고 있어. 당 측에서 인선한 것으로 알려진 강훈식 정무조정실장과 한준호 의원이 후보가 일정 사이사이에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는 '백그라운드 브리핑(백브리핑)'을 하지 못하도록 제지한 거야.

-이 후보는 최측근인 정진상 선대위 부실장이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자택 압수수색 당시 통화했다는 보도가 나간 뒤부터 질의에 침묵하더니, 급기야 지난 8일 일이 터졌어. 당시 이 후보는 선대위 회의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한 개발이익 공유 구상을 밝혀서 기자들의 질의가 쏟아졌어. 주요 현안이었고 집권당 대선 후보의 공약이었으니 국민의 궁금증을 대신해 물어보는 건 당연했어. 그런데 강 의원은 "(후보는) 걸으면서 말씀 안 하십니다. 물러나 주세요"라고 했고, 두 번째 일정에서도 "앞으로 (백브리핑은) 절대 없다"고 통보했어. '대선 후보는 원래 백브리핑을 해오지 않았다'는 이유도 덧붙였지.

-급기야 세 번째 일정에서도 질문이 막히자 기자들은 항의했고, 대변인들이 대신 답변하겠다고 하자 기자단은 이를 거부했어. 그러자 박찬대 수석대변인은 "대변인은 필요 없어요? 대변인 필요 없으면 그러면 우리 기자들 안 만난다"고 불만 섞인 발언을 하기도 했어.

-11일에는 2030 청년층을 공략한 '청년 가상자산을 말하다' 간담회에서도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자 한 취재진은 "여기 있는 기자들이 2030인데 그렇게 얘기 안 하고 가시면 어떻게 하나"라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어.

-이 후보가 발언을 자제하게 된 배경은 뭐야?

-선대위가 출범하면서 당과 이 후보 경선 캠프 측 조율이 되지 않아 빚어진 혼선이라는 분석이 나와. 당에서 대선 후보의 메시지 관리를 요청했는데, 어느 수위까지 백브리핑을 할지 논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백브리핑 불가' 방침을 밝혀버린 거지. 민주당 관계자는 "원래부터 대선 후보는 백브리핑을 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가 되겠나. 이 후보의 강점은 여의도 정치인과는 다른 '신선함'인데 구태 정치인 이미지만 생긴다. 당에서 말실수를 지레 겁먹고 후보를 과잉보호하려는 것 같다"고 지적했어.

-선대위로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경선 과정에서 잦은 실언으로 지지율이 하락한 걸 지켜봤으니, 리스크를 사전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있는 듯해. 최근만 해도 이 후보는 웹툰 제작 현장을 방문해 '오피스 누나 이야기' 제목을 보고 "확 끄는데요"라고 말해 구설에 올랐어. 지난 10일에는 관훈토론에서 "음주운전 경력자보다 초보운전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논란이 됐어. 지난 6월에 정계에 입문한 윤 후보의 '정치신인 리스크'를 부각한 건데 해명할 것도 없이 잘못된 발언이라고 생각해. 범법행위인 음주운전과 초보운전을 어떻게 비교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돼.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선대위 내부에서도 하루에 한 번씩은 백브리핑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긴 했어.

-민주당이 후보 말실수에 대한 대응을 잘못하고 있는 것 같아. 실언을 했으면 부적절했다고 깔끔하게 사과하면 될 일이지, 소통을 줄이겠다는 건 완전 전략 미스라고 봐. 취재한 바로는 '오피스 누나' 발언이 논란이 된 후 선대위 측에선 후보에게 관련해 따로 직언하지 않고 넘어갔다고 해.

-사석에서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후보가 소통을 많이 해서 얻는 장점이 많은데 꼬투리가 많이 논란이 되다 보니 전략적으로 말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분위기"라고 전하면서도 "'오피스 누나' 발언은 이 후보가 너무 똑똑해서 그렇다. 차라리 '너무 야한 것 아닙니까'라고 솔직하게 말했으면 됐는데 그분들에게 실례이니 순간적으로 재치있게 돌린 것이다. '확 끄는데요'보다 '화끈하다'가 더 나을 뻔했다"라고 말하기도 했어. -이 후보가 얼마 전 올린 글이 청년 세대에서 뜨거운 논란이라고 하던데?

1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매타버스(민생버스) 출발 국민보고회에서 마스크를 고쳐쓰는 모습. /남윤호 기자

-맞아. 이 후보는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번 함께 읽어 보시지요"라는 짤막한 문구와 함께 디시인사이드 이재명 마이너 갤러리에 게시된 '홍카단이 이재명 후보님께 드리는 편지'라는 글 링크를 공유했어. 문제는 이 글이 '反 페미니스트' 성격을 담고 있어 '성별 간 갈등을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거야. 이 글 자체가 '민주당이 페미니즘과 거리를 두어야한다. 이 후보가 페미니즘을 멈춘다면 지지하겠다'라는 내용을 주로 담고 있기 때문에 '이 후보가 2030 남성 표심을 잡기 위해 페미니스트를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어.

-이 후보가 '페미니스트 비판' 관련 글을 공유한 건 처음이 아니라고?

-이 후보는 지난 8일에도,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비공개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를 요구하는 주장과 민주당의 페미니즘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온라인커뮤니티 에프엠코리아(펨코)의 '2030 남자들이 홍준표 지지한 이유'라는 글을 같이 읽자며 공유한 거로 알려졌어. 펨코는 최근 홍 의원에 대한 20~30대의 지지세가 강하게 표출된 온라인 커뮤니티야.

-이대남의 표심을 얻기 위한 전략이었지만 오히려 '20대 여성(이대녀)'의 표심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어. 당 관계자는 "최근 이 후보의 발언이 어느 편에 선다는 취지로 들릴까 봐 고민"이라며 "청년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었다고 해명했어.

-이 후보가 페미니스트와 거리 두기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이대남 '표심을 위해 '이대녀' 표심을 버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자 사과도 했다면서?

-이 후보는 지난 10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글에 동의해서가 아니고, 한 번씩 읽어보자 그들이 무슨 생각 하고 있는지. 그 차원에서 공유했다"고 밝히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 하지만 이러한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여.

-특히, 이 후보는 2017년 대선 당시 "'82년생 김지영'이 유행이다"라며 "대통령이 되면 '2017년생 김지영'으로 바꿔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이 행복하고 당당하도록 평등한 세상을 만들겠다"며 '페미니스트'를 자처했었어. 하지만 최근 페미니스트를 비판하는 비슷한 기조의 글들을 여럿 공유하면서 정반대 행보를 보여서 더 많은 비난을 받는 것 같아.

-이런 이 후보의 발언에 대해 실제 2030세대 기자들은 어떻게 생각해?

-동료 기자 A 씨는 대선 후보가 '특정 정치 성향을 가진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가져오는 것'을 지적하며 "분란과 갈등만 초래할 뿐 그 어떤 것도 남지 않았다"고 지적했어. 동료 기자 B 씨도 "일방적으로 특정 성별에 대한 비판 의식이 높은 글을 가져오는 건 오히려 청년 세대의 분열에 기름 붓는 격"이라고 했지. 다만 동료 기자 C는 "일부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도 하나의 여론이다"라는 점을 강조했어. 그는 "글을 게시한 사람도 '혹시나 읽을 줄 모르겠지만'이라는 마음에 게시했다. 이 후보가 이렇게까지 세심하게 의견을 받아들이고 수용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했어.

-젠더 갈등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인들이 이 문제를 세심하게 다뤄, 갈등과 분열을 줄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곽현서 기자, 송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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