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말 민생에 전념…대전환의 시대 국가 미래 준비"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주요 정당의 대선 후보가 확정되면서 대선 정국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임기를 6개월가량 남겨 둔 문재인 대통령은 민생과 국가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하락세가 뚜렷한 상황에서 요소수 품귀 사태 등 민생 현안과 직결된 악재까지 불거지자, 임기 말 해이해질 수 있는 공직사회의 기강을 바로잡으면서 다시 한번 국정의 고삐를 조이는 모양새다.
YTN 의뢰로 리얼미터가 1~5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25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문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는 34.2%를 기록 전주 대비 4.5%포인트(P) 하락했고, 부정 평가는 전주 대비 5.3%P 오른 62.9%를 기록했다. 문 대통령 부정 평가가 60%대를 넘어선 것은 지난 5월 3주 차 조사 이후 5개월여만이다.
특히 리얼미터 여론조사 기간 문 대통령은 통상적으로 지지율 상승에 도움이 되는 해외 순방(이탈리아·영국·헝가리)을 다녀왔지만, 지지율은 급락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있는 '대장동 의혹',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5일)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과 함께 민주당 지지율도 4%P 하락한 25.9%를 기록했고, 대선 후보가 확정된 국민의힘 지지율은 3.4%P 상승한 46.0%로 양당 격차는 20% 이상 벌어졌다. 이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대 격차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0%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내년 대선에서 정권을 교체하는 것이 좋다는 여론도 높다. 뉴스1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7~8일 전국 18세 이상 1011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정권 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는 정권교체론이 과반이 넘는 53.5%를 기록했다. 반면 '정권 유지를 위해 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는 정권유지론은 34.1%에 그쳤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이런 흐름이 지속되면 임기 말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 동력이 점점 약해지면서, '레임덕(권력누수)'에 빠질 수도 있다. 청와대는 기본적으로 지지율 변화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별다른 악재가 없는데도 30% 초중반까지 떨어진 지지율 흐름에 경각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문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주요 현안들을 직접 언급하면서 내놓은 메시지는 이런 사정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정확히 우리 정부 임기가 6개월이 남은 시점이다. 정부는 마지막까지 민생에 전념하며 완전한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급변하는 대전환의 시대에 맞게 국가의 미래를 준비하고, 선진국으로서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요소수 공급 차질 문제가 시급한 현안이 됐다"라며 "급한 곳은 공공부문 여유분을 우선 활용하고, 긴급 수급 조정 조치 등으로 수급 안정화에 만전을 기할 것이다. 정부가 수입 지체를 조기에 해결하는 노력과 함께 수입 대체선의 발굴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국민들께서는 지나친 불안감을 갖지 마시길 당부드린다"고 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외교' 활동에 주력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최근 7박 9일간의 유럽 순방과 관련해 "숨 가쁜 일정이었지만, 성과가 적지 않았다. 한층 격상된 한국의 위상을 실감했고,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도 거듭 확인했다. 세계 정상들은 우리의 모범적 방역과 경제 회복, 문화 분야의 성공,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상향 등 기후위기 극복 의지, 선진국과 개도국의 가교로서 선도적 역할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라며 "정부는 국격 상승이 국민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도록 더욱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행된 상황에서 방역과 백신, 경제와 민생이 조화를 이뤄 일상회복에서도 성공적인 모델을 만들어내고 'K-방역'을 완성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선 민생과 직결된 안건이 통과되기도 했다. 임세은 청와대 부대변인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선 내년 4월 30일까지 한시적으로 휘발유·경유·LPG부탄의 유류세 적용세율과 천연가스 할당관세를 인하하는 내용을 담은 대통령령안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개별소비세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관세법 제71조에 따른 할당관세의 적용에 관한 규정'이 심의·의결됐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정부의 유류세 인하가 일선 주요소 등에서 곧바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의안 심의를 마친 후에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유럽 순방 주요 성과 및 후속 조치와 관련해 "교황청 방문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교황의 지지 및 모멘텀을 확보했고,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으로 선도국가로의 우리나라의 위상을 확인했다"라며 "COP26(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정상회의를 통해 우리나라의 기후 리더십을 강화하고 기후대응 정책을 개도국과 적극 공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 부대변인은 "이번 순방으로 글로벌 현안 해결을 위한 우리의 기여 수준이 확인되었고, 향후 우리의 입지 제고를 위한 후속 협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 마친 후 김부겸 국무총리와 주례회동을 갖고 요소수 문제, 다가올 겨울철 대비 민생과 재난안전 대책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국무조정실 기획총괄정책관실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김 총리는 "관계 부처가 힘을 모아 요소수의 긴급 수급 대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최대한 이른 시일 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요소의 국내 생산을 추진하고 △요소수 대체 촉매 개발 △오염물질저감장치(SCR) 기능개선 △조달청 전략비축 등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이번 일을 계기로 특정 국가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고, 국민 생활과 밀접한 물품을 점검해 수입선 다변화 등 면밀한 관리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겨울철 민생과 재해 안전 대책에 대해선 코로나19로 취약계층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금년은 평년보다 추운 겨울이 될 가능성도 있어 위기가구를 최대한 발굴해 필요한 지원을 제때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한파와 대설, 화재와 산불에 대해서도 사전 점검과 준비를 통해 선제적 대응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대선 정국이 본격화됐고, 지지율은 하락세로 접어든 임기 말 문 대통령의 민생 현안과 외교에 주력하는 행보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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