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 李·尹, 청년 세대 지지율 위한 전략 "
[더팩트ㅣ국회=곽현서 기자] 대선 국면에 접어든 여야가 피선거권 연령 제한을 18세 이상으로 낮추는 방안에 뜻을 모으며 '정치개혁'에 불을 지폈다. '캐스팅보트'로 여겨지는 청년층에 표심을 호소하는 동시에 정치혁신 경쟁에서 주도권을 가지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야가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의사 일정을 합의하면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9일 여야는 21대 국회정치개혁특별위원회 구성과 본회의 의사 일정을 합의했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국민의힘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정개특위' 합의문에 서명하면서 "현행 만 25세 이상으로 된 피선거권 연령 문제 내용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8일 노웅래 민주연구원장도 관련 개정안을 이번 주 내 발의한다며 입법 추진을 예고해, '피선거권 연령 인하' 논의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피선거권 연령 인하'는 그간 꾸준히 제기됐던 논쟁이다. 현행 선거법상 만 18세가 되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 등 주요 공직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만 25세 연령 제한 규정이 있다. 이에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다면 국민주권을 행사할 권리도 있다"며 "선거권과 피선거권의 연령을 맞추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피선거권 연령 인하' 논의는 지난 6일 '청년의 날 기념식'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국민의힘은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피선거권 연령 제한을 선거권과 동일하게 조정해 연령 제한을 철폐하겠다"고 언급하면서부터 여야간 논의의 물꼬를 텄다. 이에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민주당이 일찍부터 주장해오던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 "곧바로 정개특위를 열어 논의를 시작하자"고 재촉했다.
여야 대표가 국회의원 등의 피선거권 연령 인하를 연이어 주장한 배경에는 정치 혐오가 강한 2030세대에게 정치개혁 이슈를 선점하는 모습을 보여 자기혁신 메시지로 활용하기 위함이다.
이 대표가 먼저 '피선거권 연령 하향' 이슈를 언급하자 송 대표는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지난 7월 이 대표와 합의했던 정치개혁 이슈인 '재외국민 우편투표제, 지구당 부활' 문제 등을 거론하며 "이 대표가 먼저 제안해 합의한 건데 국민의힘 의원들 반대로 추진이 안 되고 있다"며 견제하기도 했다.
이렇듯 양당 대표가 정치개혁 이슈까지 들고나온 것은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2030세대에게 낮은 지지율을 보이며 '청년층 표심잡기'라는 과제를 풀기 위함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2~4일 전국 성인 1000명을 상대로 '다음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 자유 응답 방식으로 물은 결과 20대 이하(18~29살)에서 홍준표 의원이 24%를 얻어 1위였고, 이어 이재명 후보가 20%를 기록했다. 30대에서는 이 후보가 29%, 홍 의원이 19%였다. 윤 후보는 20대에선 3%, 30대에서는 7%에 그쳤다.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나 한국갤럽 누리집 참조).
이 후보는 윤 후보보다 지지율이 양호한 편이지만, 현 정부의 부동산·일자리 정책에 대한 2030세대의 반감이 강해 다급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이낙연 전 대표 측과의 '불화' 논란 등 민주당 지지층이던 이들을 결집시키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윤 후보는 '자질 논란'과 연이은 '실언' 등 절대적인 비호감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여기에 홍준표 의원을 지지했던 2030 세대가 최근 탈당하고 있어 '원팀' 구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윤 후보는 홍 의원의 표심을 흡수하고, 적극적인 지지를 얻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내년 지방선거까지 영향을 미치는 이슈인 만큼 '피선거권 연령 인하' 논의는 양당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9일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피선거권 연령 인하'에 대해 "이번 정기 국회에서 처리할 것"이라고 답하며 의지를 보였다. 여야 합의로 피선거권 연령을 규정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처리된다면 내년 3월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부터 만 18세 이상의 출마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황 평론가는 현 상황을 '거대 양당이 2030 세대를 겨냥한 전략으로 피선거권 연령 인하 카드를 꺼내 들었다'고 진단하면서 "청년들의 사회적 기회가 넓어지기에 대선에 임박한 전형적인 '표 낚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럽에선 학생때 출마하는 경우도 있다"며 "정치적 성향을 떠나 긍정적인 사회적 흐름의 변화라고 평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