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0선 의원' 문제 되지 않는다"
[더팩트ㅣ곽현서 기자] 20대 대통령 선거는 전례 없는 '0선' 후보 간 대결이 펼쳐지게 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일찌감치 대선 본선 링 위에 오르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되면서다. 여기에 두 후보 모두 높은 비호감도를 기록하면서 유권자들의 고심은 더 깊어지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두 후보가 경선 과정에서 압도적 투표로 뽑혔다는 점을 언급하며 "문제될 것 없다"고 했다.
지난 5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한민국 제1야당인 국민의힘 20대 대통령 후보로 선출됐다. 윤 후보는 경남도지사를 지낸 홍준표 의원과, 4선 중진 유승민 전 의원 등 이른바 '정치 베테랑'들을 따돌렸고, 이 후보는 경선에서 '국무총리'를 경험한 다선 의원인 정세균·이낙연 경선 후보를 제쳤다. 이로서 이번 대통령 선거는 '0선' 의원들의 대결이 됐다.
원내 경험이 전무한 후보들이 대선에 출마한 것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지금처럼 어느 선거에서도 양당 후보 모두 중앙정치 경험이 없었던 적은 처음이다.
'평생 검사'로 지내온 윤 후보는 입당 4개월 차 새내기 당원이자 정계에 입문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정치 초보자'다. 의원 경험뿐 아니라 행정 경험 자체가 전무하다. 이로 인해 경선 과정에서 산업·경제·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과 노하우가 없다는 점에서 '자질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원내 경험이 없기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마찬가지지만, 같은 '0선'이라 하더라도 이 후보는 2005년 열린우리당에 입당해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등 선출직 지자체장 경력을 다지며 풍부한 행정 경험이 있다. 이 과정에서 불도저 같은 추진력은 많은 사람들에게 '행동하는 이재명'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켜줬고, '한다면 하는 행정가'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렇듯 국회 경험 없는 두 후보의 약진은 기성 정치권에 대한 세간의 뿌리 깊은 반감이 최대 동력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은영 휴먼앤데이터 소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코로나로 오랫동안 비정상적인 일상생활이 지속되다 보니 '내 상황을 바꾸어줄 사람'을 찾는 욕구가 커졌다"면서 "기존 틀에 얽메이지 않고 새로운 시각으로 후보들을 바라보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두 후보 모두 원내 경험이 없어 국회를 상대하는 과정에서 치명적인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후보의 이력은 '검사'가 전부다. 빠른 추진력이 필요한 수사 영역과 달리 장기간 '주고받기식' 협상을 거쳐야 하는 정치권 환경에 익숙지 않을 수 있다. 무엇보다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24년 총선까지 최소 2년간 '여소야대' 정국에 직면하게 된다. 180석에 육박하는 범여권의 '입법'과 '예산' 수립 과정에서 '협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소통과 협의에 익숙하지 않은 윤 후보가 국정운영을 잘 이끌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
국회와 소통한 적 없는 건 이 후보도 마찬가지다. 이 후보는 '재난지원금 지급'과 '기본소득' 등 주요 정책 관련해서 경기도의회, 성남시의회 등과 의회 협상을 해왔지만, 국회를 상대하는 과정에서 '원내' 협치를 경험하지 못한 것은 약점이 될 수 있다.
두 후보 모두 의회 경험이 없기 때문에 국회 내 '지지 세력'이 없다는 점도 리스크로 작용한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 지금은 '이재명계'와 '윤석열계'가 다수가 됐지만 정치 이념이나 철학, 공통의 경험에 기초한 연대라기보다는 높은 지지율에 따른 결과로 급조된 성격이 강하다. 특히 이 후보는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등 당원들의 외면을 받아왔다.
이에 신율 명지대 교수는 "정치 세력과 국회 경험 있는 사람이 대통령 한다고 해서 '협치'가 잘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 소장도 "두 후보 모두 권리·책임 당원의 압도적인 투표로 뽑혔다"면서 "민심보다 당심이 정한 후보들이기에 지지 세력이 없다고 보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이번 대선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비호감' 선거다. 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이 지난 4일 발표한 11월 1주 차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이 후보는 60%, 윤 후보는 56%로 각각 비호감도가 절반을 넘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두 후보는 경선 초기부터 꾸준히 '높은 비호감도'를 유지했지만 결국 후보로 선출됐다. 현 정부 들어 진영 대결이 고착화되면서 통합·협치 능력보다는 상대 후보를 압도할 수 있는 이른바 '스트롱맨'에 대한 선호가 강력하게 작동하면서 대통령의 자질, 도덕성, 품격을 검증하는 것은 후순위가 됐다. 두 사람 모두 강인한 '돌파형 리더십'을 갖춘 대통령의 탄생을 원하는 각 진영 내 핵심 지지층의 성원에 힘입어 본선에 진출했다.
신 교수는 "역대 대선 후보 중 호감도가 높은 후보는 없었다"며 "왜 이번 선거에 유독 '비호감도'를 강조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결국 경험 부족과 '비호감' 리스크 요인을 최소화하면서도 여의도 기성정치에 물들지 않은 '0선 후보'의 장점을 어떻게 유권자들에게 전달할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선거는 '내 삶을 플러스 시켜줄 만한 정책'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능력을 갖췄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네거티브'보다는 '정책' 선거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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