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대립각에 강성 지지층 반발 우려…힘 못쓰는 '추진력'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를 둘러싼 당정 간 힘겨루기가 더불어민주당이 한발 물러났다.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정책 차별화에 나설수록 당내 강성 친문 지지층의 반감이 커질 수 있다는 부담감에 이재명 대선 후보가 자신의 강점이었던 '추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딜레마에 빠진 모양새다.
민주당은 4일 정책 의원총회에서 '이재명표' 정책에 대한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의총에서 민주당은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 관련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 내 추진하기로 뜻을 모으고 '우선 입법 과제'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 후보가 지난 3일 선거대책위원회 첫 회의에서 주문한 대로 부동산개발이익 국민완전환수제, 분양가상한제, 분양원가공개제도 등 입법 지원을 준비할 예정이다.
그러나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 문제도 적극적으로 추진해달라"는 이 후보의 두 번째 요청에는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신현영 원내대변인은 정책 의총이 끝난 후 브리핑에서 "정책의총의 주요 이슈는 아니었다"며 "이런 것에 대해 앞으로 깊게 고민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있었다"고 전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자유 발언 시간에도 '재난지원금' 관련한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앞서 이날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도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와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재난지원금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당초 민주당은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에 신중론을 보였으나, 이 후보의 거듭된 요청에 당 지도부가 '검토에 착수하겠다'며 공개적으로 언급해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이 후보는 국민 1인당 30만~50만 원 정도 재난재원금을 추가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동조해 민주당도 재정여력이 충분하다며 재정당국을 압박했다. 이에 정부는 강하게 제동을 걸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3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해 "막 여기저기서 이 주머니, 저 주머니 막 뒤지면 돈이 나오는 상황이 아니지 않냐"라며 작심발언하기도 했다. 이에 이 후보가 "국채 발행을 더 하자는 것이 아니라 초과 세수로 하되 필요하면 다른 사업도 일부 조정하자는 것"이라고 반박하면서 당정 갈등이 고조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현재 '재난지원금 추진' 기류는 한풀 꺾인 분위기다. 당정 불협화음이 현재 권력과 미래권력의 힘겨루기로 해석되면서 청와대가 중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당정 협의와 국회 협의로 접점이 찾아질 것으로 믿는다"면서 "손실보상, 간접적 피해, 그리고 재난지원금 이 중에서 어떻게 할지는 국회에서 논의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난 시정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초과 세수와 관련해 "국민들의 어려움을 추가로 덜어드리면서 일부를 국가채무 상환에 활용함으로써 재정 건전성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 발언을 강조했다. 늘어나는 세수의 용도로 손실 보상 확대와 국가채무 상환에 방점을 둔 청와대의 의중을 완곡하게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으로선 국정 수행 지지율 30%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기 쉽지 않다. 게다가 이 후보는 지난 2017년 대선 경선 때부터 당내 친문재인 지지층 사이에서 '비토 정서'가 강했던 인물이다. 재난지원금 이슈가 지난해 총선 때처럼 이번 대선에서 중도층에 호소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재난지원금 추진을 고심하게 하는 정무적 판단 요소다.
정치권에선 당정이 지원금액을 줄여 지급하는 방안으로 조율할 것이라고 본다. 이 후보 측 우원식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tbs 라디오에서 거듭 '전국민 재난지원금' 추진을 주장하면서 "(1인당) 25만 원으로 하려면 13조 정도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는 이 후보가 언급한 '30만∼50만원' 보다 줄어든 금액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과 8일 전체회의를 열어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돌입한다. 이 과정에서 재난지원금 방안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여권 권력지형 판세를 가늠해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