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민주당 측 "단독 후보 출마는 아직 논의 중"
[더팩트ㅣ곽현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옛 민주당계 인사들에게 복당과 사면을 제안하며 범여권 대통합 카드를 꺼내 들었다. 최근 호남 출신 인사들의 이탈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열린민주당과 단일화 논의에도 급물살을 타면서 '범진보' 결집 성사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선 이 후보는 최근 탈당자들에 대한 '복당·당내 대사면'을 전격 제안하며 범진보 결집에 신호탄을 쐈다. 그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내년 대선이 초접전 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개혁 진영이 최대한 힘을 모아야 한다. 여권 대통합, 거기에 걸림돌이 될 수 있으니 (탈당자들을) 대사면 하자"고 밝혔다.
최근 민주당 표밭으로 불리는 호남권 주요 인사들이 '탈민주'를 선언하자 이탈표 방지와 외연층 확장에 힘을 쏟는 모양새다.
실제로 호남권 '거물 인사'로 불리는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과 김동철 전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에 합류했다. 이들은 윤 전 총장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며 "저희 두 사람의 뿌리인 호남에서 윤 후보 리더십을 인정하고 놀라울 정도의 지지를 보낼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 윤 전 총장 캠프 측은 정진우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을 정무특보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전직 당직자 및 지방 의원들이 국민의힘으로 향하고 있다. 호남권에서 보이는 잇따른 이탈 행보는 이 후보와 민주당에 적지 않은 부담이다.
여기에 '제3지대'가 꿈틀대면서 외연 확장과 중도층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내년 대선은 거대 양당의 '박빙' 싸움으로 예상된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일찌감치 대권 행보를 시작했고, 지난 1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까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본격적인 '제3지대'에 닻을 올렸다. 특히, 중도층에 강한 소구력을 가진 안 대표의 대권 도전은 '51대49' 초접전 상황에서 캐스팅보트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복잡해지는 대선 구도 속에 민주당과 정의당의 연대도 불확실하다. 그간 민주당과 정의당은 '범진보' 세력이라는 명목하에 단일화를 추진해왔다. 이 후보 역시 "심상정 후보 본인은 (완주) 의지를 표명하는데 정치는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이 하는 것"이라며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심 후보는 '단일화 시효는 끝났다'며 거듭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도 이날 심 후보와의 단일화를 언급한 이 후보에게 "무례하고 오만한 태도로 덩치를 앞세운 반칙"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일부 인사들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공천에 실패하거나 정치적 소신을 밝히며 당적을 던진 이후 지금까지 복당이 거부된 상황이다. 이 후보가 구체적 구제 대상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정치권에선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당에 합류한 호남권 인사(정동영, 장병완, 천정배 등)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열린민주당을 창당한 인사(김의 의원, 정봉주 전 의원 등) △21대 총선 공천 결과에 불복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인사(민병두 전 의원) △동교동계(정대철, 권노갑 전 의원) 등을 예상 수혜자로 보고 있다. 이 후보 측 대변인 박찬대 의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민주 정부 4기 재창출을 위해 내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다만 옛 민주계를 끌어안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면 현역 의원들과 원외 지역위원장 등의 반발을 부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탈당파가 총선과 지방선거 출마를 노리면 공천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정대철, 권노갑 전 의원 등의 입당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거센 내부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열린민주당과 통합 가능성도 고개를 들었다. 이 후보는 당내 경선 중에도 열린민주당 유튜브에 출연해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김성회 열린민주당 대변인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연대 혹은 당내 후보 선출'에 대해 "논의 중이나 발표 단계가 아니기에 자세한 사항은 말씀드리기가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열린민주당이 당내 경선을 통해 단독 후보를 선출할지, 이 후보와 손을 잡고 지지 선언 할지에 대해선 아직 미지수다.
이와 관련, 당분간 이 후보와 민주당의 '러브콜'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정식 상임선대본부장은 대선 선거준비단 기자간담회에서 중도·외연 인사들이 추가로 선대위에 합류할 것임을 시사했다. 조 본부장은 "외부 인사 영입 등 다양한 방식이 될 것"이라며 "인선 등의 일정은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열린민주당의 선대위 참여 여부에 대해선 "후보와 송영길 대표 중심으로 논의해 방향을 잡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