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수' 안철수, 단일화 일축했지만…'밀당' 통해 몸값 올릴 듯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잔디광장 분수대 앞에서 제20대 대통령선거 출마 선언을 마친 뒤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남윤호 기자

다자구도 속 야권 셈법 복잡…野 후보 단일화 무게 실려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일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2012년, 2017년에 이어 이번까지 세 번째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 일정을 불과 나흘 앞둔 상황에서 대선 레이스에 시동을 걸면서, 정치권에선 보수 야권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안 대표는 이날 국회 잔디광장 분수대 앞에서 연 대선 출마 선언식에서 완주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그는 "당선을 목표로 나왔다. 제가 정권교체 할 것"이라고 했다. 또 임기 중반에 중간평가를 받고 국민 과반 이상 지지를 못 받거나 22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제1당이 되지 못하면 중도 사퇴하겠다는 공약도 걸었다.

다만 안 대표는 대선 출마 선언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 경선 결과에 따라 단일화에 대한 입장이 달라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 "국민의힘 경선 과정을 보면서 어떤 분이 총리나 장관으로 적합한 분인지 잘 관찰하겠다"고 답했다. 연대 가능성의 여지를 둔 것으로 보인다.

당장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도 구애에 나섰다. 홍준표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분리해서 대선 출마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고 안 대표도 거기에 동의했다"라고 밝혔다. 또한 "과거 DJP(김대중·김종필) 연대하듯 세력 대 세력을 서로 연대해 공동 정부를 창출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꾸준히 해왔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안 대표와) 소통하고 있다"며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때 안 대표가 출마해서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주셨고, 이후 단일화에 응하신 뒤 그 결과에 승복해 열심히 도와주셔서 우리 당이 정권 교체에 희망을 품게 된 데 큰 역할을 해주셨다"고 치켜세웠다.

유 전 의원은 전날 "당의 대선 후보가 되면 안 대표와 즉각 단일화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역시 K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단일화를 안 하면 4년 전 선거의 재판이 된다. 단일화를 안 할 명분도 없을 거로 생각한다"며 문을 활짝 열어 놨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이 안철수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본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선 경선후보자 10차 토론회에서 후보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원희룡, 윤석열 후보, 홍준표, 유승민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은 안 대표와 단일화에 적극 찬성하는 분위기지만 관건은 있다. 안 대표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과 여전히 불편한 관계로 남아 있는 점이다. 지난 4·7 서울시장 선거 이후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합당을 추진했지만, 감정싸움만 벌이다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와 안 대표는 신경전을 벌였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주한 EU대사 접견 이후 기자들과 만나 "(안 대표는) 당긴다고 당겨지는 분도 아니고 민다고 밀쳐내지는 분도 아니다"라며 "본인 판단에 따라 제안할 수 있다고 보지만 저희가 먼저 제안할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설령 두 대표 간 앙금이 남아 있더라도 '정권 교체'라는 명분이 같다는 점은 향후 단일화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특히 국민의힘으로선 보수 야권의 표가 분산되는 것이 걸림돌이다. 다자구도 속에서 보수의 표가 갈린다면 자칫 대선 승리가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 바람'은 많이 잦아들었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지만, 안 대표는 지난 19대 대선에서 21.41%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24.03%)를 위협했을 정도로 많은 지지층을 두고 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상에서도 5%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여전히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정치권에서는 안 대표가 몸값을 올리며 단일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언근 부경대 전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안 대표는 국민의힘 측과 '밀당'(밀고 당기기)을 하다가 몸값을 높여서 단일화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본인도 여론지표상 당선권과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안 대표가 국민의힘과 통합하기로 한 명분과 이날 대선 출마선언식에서 내건 구호 역시 '정권교체'다. 이 목표를 이루려면 이번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야권과) 도모하는 것이 자신의 논리에도 합당하다"며 "올 연말이나 내년 초쯤 야권 통합과 후보 단일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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