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지사 찬스' 실컷 써먹어"…'대장동 의혹' 법적 조치 예고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돌입하기 위해 임기 8개월을 남겨두고 지사직에서 물러났다. 대선 후보와 도지사로서 1인 2역을 자처하며 불거졌던 '지사 찬스' 논란이 수그러들지 주목된다. 야권은 "'지사 찬스'를 실컷 써먹었다"며 맹비난하고,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25일 이 후보는 경기도지사직을 사퇴했다. 공직선거법상 대선 후보자의 사퇴 시한(대선 90일 전인 12월 9일)보다 한 달 넘게 일찍 물러난 것이다. 다음 달 5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을 앞두고 대권 행보에 속도를 내기 위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상임선대위원장을 요청하는 등 기본 선대위 구성 논의에도 돌입했다.
이 후보는 퇴임 기자회견에서 지난 3년여 재임 기간 성과를 나열하며 "오늘은 도지사 임명장을 받은 지 1213일째 되는 날로, 지난 6월 기준 공약 이행률 98%를 달성했다"고 자평했다. '도정을 점수로 평가해달라'는 취재진 물음에는 "보고 받기로는 79점이라는데, 오르락내리락하니 요즘은 얼마 정도 하려나 모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야권은 이 후보가 대선 경선을 치른 후에야 지사직에서 물러난다며 "공직을 본인의 정치적 야심을 채우는 수단으로 악용한 가장 나쁜 사례"라고 혹평했다. 윤 전 총장 캠프 이상일 공보실장은 이날 논평에서 "경기도 산하 기관에 측근을 낙하산으로 내리꽂고, 재난지원금 명목으로 예산을 마음대로 쓰는 등 '지사 찬스'를 실컷 써먹었다"고 했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해선 "배임죄를 인정하고 특검 수사를 통해 법의 심판을 달게 받겠다고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이 후보는 지사직을 유지한 채 대선 경선을 치르면서 당 안팎에서 '지사 찬스' 비판을 받아왔다. '기본' 시리즈 공약 홍보 관련 국회 행사 등을 다수 개최하며 경기도 예산과 인력을 동원해왔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더팩트> 취재 결과, 지난해 3월부터 올해 8월까지 영등포구청에 접수된 경기도 정책 관련 국회 토론회 개최 현수막 게시 신청 건수는 38건에 이르렀다.
국회 토론회 개최 과정에서 경기도 예산도 상당 금액 투입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8일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입수한 경기도 내부 문건에 따르면 지난 6월 국회 근처 호텔에서 주최한 '기본금융' 토론회의 경우 소요예산은 1200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표면적으로는 경기도와 국회가 공동 주관하는 정책 토론회이지만 야권은 사실상 이 후보의 사전 선거운동에 경기도 자원이 과도하게 투입됐다고 지적해왔다.
이 후보는 '보은 낙하산 인사' 논란에도 직면한 바 있다. 야권은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 전·현직 간부 중 이 후보의 측근이 40여 명에 달하며, 이 후보가 2018년 9월 시행한 '열린채용'이 본격화하면서 전문성이 떨어지는 '낙하산' 인사가 대서 진입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이 후보는 음식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를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내정했다가 쿠팡 물류창고 화재 당일 '먹방' 논란이 불거지며 임명을 철회한 바 있다. 최근 공공장소에서 행패를 부려 직위해제된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의 박 모 전 상임이사는 2012년 업체로부터 수천만 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아울러 이 후보가 주도한 '일산대교 무료화'도 이르면 이번 주부터 가능해질 전망이지만, 손실보상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 불가피해 도청을 떠나는 이 후보가 혈세로 생색내면서 송사 등 책임은 전가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후보와 경기도 측은 국민연금공단의 수익률을 존중해 정당하게 보상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경기도와 국민연금 간 보상금 입장차가 커 법적 판단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지난 13일 국정감사에서도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사업권 발탁을 의미하는 공익처분에 이르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람"이라며 이 후보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야권의 공세는 더 치열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가 2015년 초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투자팀장 정민용 변호사에게 공모 지침서 내용을 직접 보고받았다는 언론 보도를 근거로 이 후보를 향한 특검 도입을 거듭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이미 설치한 당 대장동 게이트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를 통합해 이날 국민 검증 특별위원회를 당 공식기구로 출범시켰다. 또 국정감사 과정에서 이 후보가 허위 진술을 했다며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로 법적 조치도 예고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도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이 후보에 대한 고발장을 직접 접수했다. 원 후보는 이 후보가 국정감사 위증 혐의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업무상 배임 혐의 등 모두 17건의 고발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자연인 신분이 된 이 후보는 2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 등록을 하고,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차담 형식으로 면담한다.
'원팀 구축'을 위해선 여전히 반발하는 지지자들을 끌어안아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이 후보는 이낙연 전 대표가 선대위 상임고문직을 수락한 데 그쳐 대선 유세 지원에서 한발 물러났다는 시각에 대해 "선대위원장 위에 고문이 있는 것"이라며 "비협조적인 게 아니라 더 예우해드리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또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의 반발에 대해선 "최선을 다해 설득하고 잘 끌어안고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