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정치팀은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물고기 죽인 與 의원, 강아지 인형 대동한 野 의원…의원들의 '국감 쇼'
[더팩트ㅣ정리=허주열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 직접 나와 해명했다. 벼르던 야당은 엉뚱한 '돈다발 사진'을 공개하고, 이 지사가 마음껏 해명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줬다는 혹평을 받았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감이 대부분 마무리된 가운데 독특한 이벤트(?)들도 눈길을 끌었다.
-'1일 1실언'을 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국민의힘의 유력한 대선 후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번엔 '전두환 옹호'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뒤늦게 사과했지만, 잦은 실언에 초보 정치인 '윤석열 리스크'가 점점 커지는 모양새다. 또다른 국민의힘 대선 후보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도 관심을 모았던 딸 유담 씨가 다시 등장해 부녀간 '케미'를 선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개막 기념행사에 국산 전투기 'FA-50'을 타고 등장해 국내외 이목을 집중시켰다. 역대 대통령 중 국산 전투기를 타고 우리 하늘을 비행한 인사는 문 대통령이 처음이다.
◆'돈다발 사진' 나오자 6시간 만에 '진위' 파악한 커뮤니티
-야당이 '대장동 의혹'을 두고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를 국정감사장에 출석시켜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는데, 오히려 국감을 통해 '이 후보가 논란에 대해 마음껏 해명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준 꼴'이라는 혹평을 받았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이 딱 맞는 것 같아. 특히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이 후보의 '조폭 연루설'을 제기하면서 근거로 들었던 '돈다발 사진'은 그야말로 헛발질이었어.
-지난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서 김 의원은 오전 11시 30분께 국제마피아파 조직원 출신 제보자 박철민 씨 진술서를 읽으면서 돈다발 사진 2장을 PPT로 띄웠어. 김 의원은 제보자의 말을 빌려 이 후보가 2007년부터 국제마피아파와 유착 관계에 있었고, 성남시장 재임 시절 이들에게 사업 특혜를 준 뒤 20억 원에 가까운 현금을 받았다고 주장했지.
-이 후보의 '조폭 연루설'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잖아?
-맞아. 지난 2018년 7월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조폭 출신이 운영하는 '코마트레이드'라는 단체가 성남시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어. 코마트레이드는 이 후보가 성남시장으로 있던 2015년 성남시 중소기업인 대상도 수상했지. 이 후보가 2007년 국제마피아파 1차 공판에 변호사로 참여한 것도 밝혀졌어. 하지만 당시 이 후보는 이준석 코마트레이드 대표가 조폭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조직원 변론도 인권 변호사로서 무죄변론 사건이었다고 반박했어. 이후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2년 뒤 대선 국면에서 다시 수면 위로 떠 오른 거지.
-그런데 국감 마지막에 상황이 반전됐지?
-한병도 민주당 의원이 김 의원이 제시했던 사진 중 하나와 동일한 것을 공개하면서야. 김 의원이 '뇌물'의 증거라고 제보받았던 현금다발 사진은 박 씨가 2018년 11월 페이스북에 자신의 사업 성과를 자랑하며 올렸던 사진과 똑같은 것이었어. 한 의원은 "저 조폭이란 사람이 내가 사채업 해서 돈 벌었다고, 렌터카와 사채업을 통해 돈을 벌었다고 띄운 사진"이라고 지적했지.
-한 의원은 어떻게 알게 된 거지?
-친여 성향 커뮤니티 클리앙에 국감이 한창 진행 중이던 오후 6시 넘어 게시글이 올라왔어. 김 의원이 제시한 사진이 박정우라는 인물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과 동일한 것이라는 주장이었어. 해당 게시글에는 '민주당에 전달하겠다'는 댓글들이 달렸어. 민주당 소속 의원실에도 제보 전화가 쏟아졌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그 전에 여당에서도 인지했다고 해. 박찬대 의원실 관계자는 "제보 전화가 오지는 않았고, 보좌진 중 한 명이 클리앙 글을 보고 알게 됐다"고 말했어. 박 의원이 질의 순서가 임박한 한병도 의원과 박재호 간사에게 해당 내용을 전달해줬다고 해.
-김 의원이 의혹을 제기한 뒤 약 6시간 만에 커뮤니티가 진위를 파악한 셈이네.
-김 의원은 논란이 불거지자 "사진의 진위 확인을 못 했다. 장(영하) 변호사가 그걸 가져와서 강력하게 주장을 해서 그랬다"고 해명했어. 하지만 민주당은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며 윤리위에 김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제출했어. 취재진 사이에선 "잘 돌아가는 커뮤니티 한 곳이 국회의원 사무실 1곳보다 낫다"는 자조 섞인 말도 나왔어.
-'조폭 연루설'로 오히려 역습하는 등 민주당과 이 후보는 '대장동 의혹' 관련해 고비를 넘긴 것 같아. 물론 이 과정에서 이 후보가 10번 넘게 '흐흐흐' 웃으면서 "비호감도를 키웠다"는 평가도 있지만, 취재진 사이에선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가 다수야.
-국민의힘도 자료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 한 한계가 있었어. 중요 혐의를 추궁하기 위해선 당시 자료가 필수인데, 중요 자료 제출을 받지 못하니 겉돌 수밖에 없었지. 이건 어떤 식으로든 개선이 좀 필요해 보여.
-국감을 통해 의혹이 해소되길 바랐던 국민들로선 결국 의혹 해소는커녕 '쓴웃음'만 나오는 상황이 되고 말았지. 정말 정치는 국민 수준을 보여준다는 게 맞는 말일까 하는 의심이 들어. 개그프로그램에 나가면 더 잘하겠다는 '냉소'를 정치권은 새겨들어야 해. 국감장에서 반말하고 나이를 따지는 모습이 고스란히 방송을 탈 때는 정말 아찔했어.
-이제 '용광로 선대위'가 출범을 하려면 경선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와의 회동이 관건인데, 언제쯤 만날까?
-이 후보 쪽에서는 최대한 빨리 회동이 성사되면 좋다는 분위기야. 지난 20일 이 전 대표가 이 후보와의 통화에서 "어떤 역할이든 맡겠다"고 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기도 했는데, 출처가 이 후보 캠프 쪽에서 흘러나온 것이라고 해. 반면 이 전 대표 측은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어. 보도가 나오자 이 전 대표 측은 "추측과 확대 해석은 자제를 요청드린다"고 했어. 양측 캠프에서 역할을 했던 분들이 만나 협의하면 좋겠다는 정도의 의견을 나눈 것뿐이라고 강조했지. 보도가 나가자 이 전 대표 측에선 굉장히 민감하게 받아들였다고 해. 그래서일까. 해당 기사도 게재된 지 몇 시간 만에 삭제됐어.
-어쨌든 민주당 지도부는 늦어도 다음 달 초에는 선대위를 출범시켜야 한다는 의지가 강한데, 그 전에 이 후보와 이 전 대표와의 '막걸리 회동'이 성사될지 계속 주목해야겠네.
◆물고기부터 강아지 인형까지…국정감사인가 동물농장인가
-지난 1일 시작했던 2021년 국정감사가 약 3주간의 일정을 마치고 대부분 마무리됐는데, 이번엔 유독 독특한 이벤트(?)들이 많았던 것 같아.
-맞아. 매년 국정감사 때가 되면 의원실에선 화제가 될 만한 독특한 아이템을 위해 의원들과 보좌진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이번엔 유독 극단적인 연출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경우가 많았어.
-지난 7일 국정감사가 한창이던 때 윤준병 민주당 의원이 환경노동위원회 국감 도중 물고기를 죽여 '동물 학대'라는 비판을 받았어. 윤 의원은 전북 새만금 공사 현장에서 사용된 건설 재료의 유해성 확인차 새만금 공사 현장의 제강슬래그(제철공장에서 발생하는 찌꺼기) 침출수와 세종청사 인근 금강물이 담긴 수조에 각각 살아있는 금붕어와 미꾸라지를 넣었어. 윤 의원은 슬래그 침출수에서 몸부림치다 폐사한 수조에 리트머스 시험지를 넣어 알칼리성이 강한 용액이라고 설명하며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윤리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야권 의원들의 강한 질타를 받았지. 당시 환노위 국감을 취재하던 동료 기자는 "아무리 국감장이라지만 이런 쇼는 더 이상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경악스러웠던 현장을 설명해줬어.
-'이재명 청문회'를 방불케 했던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장에는 난데없는 강아지 인형이 등장해서 화제였어.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이른바 양 가면을 씌운 강아지 인형을 '대동이'라고 소개했는데, 민주당 의원들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고성이 오갔고 이로 인해 10분 동안 정회되는 소동이 벌어졌어.
-송 의원은 '양두구육'(겉과 달리 속은 변변치 않다)이라는 의미를 전하려던 것으로 알려졌어.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던 이재명 지사는 특유의 '흐흐흐' 웃음을 남발하며 "양두구육은 본인들 이야기"라며 되받아쳤어. 이 인형은 앞서 8일에도 등장했었는데, 당시 송 의원은 "대동이는 평등한 세상을 만들고자 붙인 이름이다. 그런데 이 강아지가 좋은 걸 먹더니 구린 냄새가 나서 '대똥이'라고 이름 붙였다"고 했었어.
-여당의 항의로 송 의원의 강아지가 뺏기는 사태까지 발생했고, 언론과 대중들의 '이게 뭐 하는 짓이냐' 혹은 '적절한 설명이었다' 등의 상반된 평이 오갔어. 취재진은 의원실의 입장을 직접 듣고자 연락을 시도했지만, 논란을 의식한 듯 사무실 전화는 '자동 응답 답변'으로 설정돼 아무런 답변을 들을 수 없었어.
-경기도청 국감 중 스캔들의 주인공인 김부선 씨 목소리 출연도 화제가 됐었지?
-맞아. 18일 행정안전위원회 국감 도중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은 "어떤 분이 도저히 열 받아서 못 참겠다. 전달해 달라는 이야기가 있었다"면서 휴대전화를 통해 녹음된 음성을 마이크에 가져다 댔어. 그러자 민주당 간사인 박재호 의원을 비롯한 위원들의 비판이 쏟아졌고, 결국 서 의원은 직접 김 씨의 메시지를 읽었어.
-이번 국감이 유독 이 지사 관련 사안들만 관심을 받다 보니 국회 내부에선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다고 하던데?
-여당 의원실 A 보좌진은 "국감을 위해 한 달 동안 열심히 준비했지만, 이재명의 '대장동' 관련 사안이 아니면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면서 "민생보다는 정치판의 연장이 된 것 같아 아쉽다"고 했어.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곽현서 기자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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