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대상 아니면 제가 답변 제한" 예고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20일 2차 '대장동 국정감사'에서는 1차 때와 달리 웃음기를 빼고 차분한 태도를 유지했다. 야당 의원들의 공세에는 더 강하게 맞받아쳤다.
이 후보는 이날 경기도청에서 열린 두 번째 '대장동 국감'에 앞서 인사말부터 지난 18일 행안위 국감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 후보는 "국감은 인사청문회가 아니다"라며 "법률에 기한 국가 위임사무나 국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사업에 한해서 가능하면 답변을 제가 제한하도록 하겠다"고 야당 의원들에게 미리 경고장을 날렸다. 이는 언론에 사전 배포된 인사말에는 담기지 않은 내용이었다. 지난 1차 때에는 준비한 인사말을 그대로 읽었던 것과 대조된다.
그는 또 국감 출석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도 말을 아꼈다. 18일 국감에서 취재진과 만나 10분 넘게 국감에 임하는 각오나 현안에 대해 답변하던 것과 확 달라진 태도였다.
국감이 진행되자 이 후보는 웃음기를 빼고 차분한 어조로 대응했다. 이는 당 안팎의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 측은 2차 국감에서는 질의·답변 과정에서 웃음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행안위 국감에서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조폭 연루설'을 제기하던 당시 10여 차례 웃음을 보였다. 이에 야권에선 "국민을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국감에서 12번이나 비웃느냐"(김기현 원내대표)는 비판이 나왔다.
다만 이날 국감에서도 이 후보의 웃음소리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는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이 '설계자=범인, 돈을 가진 자=도둑' 손팻말을 들고 "설계자는 증인(이 후보) 맞으시죠"라고 질의하자, "심상정 의원과 똑같으시네요"라며 웃음을 보였다.
같은 당 송석준 의원이 "화천대유 신참 사원도 퇴직금으로 50억 원을 받았는데 설계한 분은 천문학적 보수가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부인이 서운해하지 않던가요?"라고 하자 이 대목에서도 이 후보는 웃음을 보였다. 그는 "(설계한 저한테는) 안 주더라. 왜냐하면 피해를 입었으니까"라며 "제 아내는 그렇게 부정한 돈을 탐할 만큼 나쁜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 후보는 송 의원 질의가 끝나자 "재밌게 잘 들었다"고 답하는 여유도 보였다.
반면 대장동 의혹을 둘러싼 배임 혐의, 인사 개입 의혹 등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공세에 대해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강경한 태도로 몰아세웠다.
이 후보는 '화천대유로부터 금전적 이득을 취하지 않았다면 서운하지 않았나'는 송 의원 질의에 "전혀 안 섭섭하다. 그런 부정한 돈에 관심 가져본 일이 없다"며 "많은 사람들이 이권 사업에서 어떻게 인허가권자가 돈 안 받을 수 있겠냐 의심 하는데 그래서 '부처 눈에는 부처가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가 보이는 것이다. 송 의원은 전혀 상상이 안 되겠지만 그런 사람도 세상에는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의 관계를 거듭 추궁하면서 "제가 묻는 대로 답변해달라"고 하자 이 후보는 "여기가 범죄인 취조하는 데도 아니고"라고 쏘아붙였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 보고를 받은 적 없냐"면서 답변을 막고 질의를 이어가려고 하자 "팩트도 아닌 것들을 발표하고 일방적 주장하면서 답변 못하게 하는 건 옳지 않다", "코끼리 다리를 만지듯 엉뚱한 소리를 하지 말라" "의원님도 12년 전에 어디서 누구 만났는지 기억나지 않을 것"이라며 맞섰다. 자신의 긴 답변에 이의를 제기한 국민의힘을 향해선 "이런 식으로 공격만 하도 답을 안 들으면 앞으로 아예 위임사무, 보조사무 외에는 답변을 안 할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대장동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본부장에 대해서도 이전보다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유 전 본부장은 증인(이 후보)에게 충성을 다했다'는 야당 의원 발언에 "충성을 다한 것이 아니라 배신한 것"이라며 "이런 위험에 빠뜨리게 한 것은 최선을 다해 저를 괴롭힌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유 전 본부장의 민감한 신상 관련 발언을 생방송으로 중계되는 국감장에서 내뱉기도 했다. 유 전 본부장 압수수색 당시 보고 여부를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제가 들은 바로는 (유 전 본부장이) 작년부터 이혼 문제 때문에 집안에 너무 문제가 있다고 해서 체포당할 당시 자살한다고 약을 먹었다고, 침대에 드러누워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다"고 말했다.
1차 국감에서 애매한 발언으로 의문을 키운 쟁점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해소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 후보는 지난 행안위 국감에서 '협약서에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포함됐다가 7시간 만에 삭제됐다'는 야당 의원의 지적에 "삭제한 게 아니고 추가하자고 하는 일선 직원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답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야권에선 이 후보가 당시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추가하자는 직원 건의를 알고도 묵인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이 후보는 "제가 그때 의사결정을 이렇게 했다는 게 아니고 최근에 언론에 보도가 되니까 이런 얘기가 내부 실무자 간에 있다고 알았다"며 해명했다. 그는 국감 도중 정회 시간을 활용해 페이스북에 '팩트체크' 자료를 올리고 "초과이익 환수조항은 처음부터 없었으니 '삭제'할 수 없다"며 "초과이익 환수 추가의견을 미채택했다고 하는 것이 맞다"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