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찍느니 윤석열"···의원실 팩스테러까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자들로 추정되는 이들이 민주당 의원실에 팩스로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결선투표 촉구 문서. /출처=민주당 국회의원 소속 사무실.

전문가 "이재명 빨간불, 원팀 구성 시급"

[더팩트ㅣ국회=곽현서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은 막을 내렸지만 이낙연 전 대표 지지자들과 당 지도부 사이 감정의 골은 더 깊어지는 모양새다. '차라리 야권 후보를 찍겠다'는 이탈층도 등장했다. 경선 불복을 시사했던 이 전 대표 측을 향한 여당 인사들의 비판이 이어지자 지지자들은 민주당 의원실에 팩스 테러까지 감행하는 등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경선 기간 '네거티브' 논란과 진흙탕 싸움을 이어왔던 여당이 이번엔 '원팀' 구성을 두고 난관에 봉착했다. 지난 14일 민주당 권리당원과 경선 참여자 3만여 명은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을 대표해 '이재명 후보 결정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이 전 대표 측이 사퇴 후보들의 무효표 처리를 문제 삼아 결선 투표를 요구했지만 당 지도부가 득표율 계산에 문제가 없다며 박수 추인으로 이의 제기를 수용하지 않자 강력히 항의하고 나선 상황이다.

소송과 별개로 인터넷상에선 이 전 대표 측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민주당 경선 결과에 불복하는 서명운동이 진행 중이다. 시작한 지 12시간 만에 4만6000여 명이 뜻을 함께하겠다고 모였다. 이에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일부 지지자들의 가처분 신청은 캠프 입장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지지자들의 분노는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까지 번지고 있다. 조 전 장관이 페이스북에 "이낙연 후보의 승복으로 민주당 경선이 끝났다. 제안 하나 올린다. 자신이 반대했던 후보에 대한 조롱, 욕설, 비방 글을 내리자"고 적은 것이 발단이다. 트위터를 비롯한 각종 SNS 상에는 조 전 장관의 저서 '조국의 시간'을 불에 태우거나 갈기갈기 찢는 인증사진이 연달아 올라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님이 이재명을 도와주는 순간 대통령님도 문파(문재인 대통령 지지자)에서 제명당할 수 있다는 걸 자각해야 한다"며 문 대통령을 향한 경고도 서슴잖았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은 막을 내렸지만 장외에선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 지지자들이 이재명 후보 결정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하면서 이재명 뽑을바엔 윤석열 뽑겠다며 민주당을 이탈 하고 있다. 14일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에서 열린 이낙연 필연캠프 해단식을 마친뒤 꽃다발을 들고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는 이 전 대표. /남윤호 기자

지지층 반발의 화살은 민주당 의원실로도 향했다. 15일 <더팩트> 취재 결과, 국정감사가 진행 중인 민주당 소속 의원실에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이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팩스가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팩스는 두 가지 버전으로 제작돼 불특정 시간대 혹은 연달아 수십장이 전송되고 있다고 한다. 종이에는 "더불어민주당 사사오입반대!, 결선 투표촉구!, 故 더불어민주당의 양심에 명복을 빕니다" 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당 지도부가 이 전 대표 측의 이의제기를 받아들이지 않자 애꿎은 의원실 직원들에게 화풀이를 하면서 업무에 차질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스를 받은 의원실 직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우리 의원실에만 20장의 팩스가 왔고, 주변 민주당 의원실 여러 곳에 이런 문서가 왔다"며 "같은 당원끼리 '이렇게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해야 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당 지도부는 공개적으로 이 전 대표 측을 비판하면서 지지자들의 분노를 키웠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설훈 의원의 대장동 관련 '이재명 구속' 발언을 두고 "당의 집단 지성을 무시하고 단정적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당 중진의 모습은 아니다. 승복의 정치 전통을 지켜달라"고 했다. 여기에 송영길 대표가 한 방송에서 자신을 비난한 이 전 대표 지지층을 가리켜 "일베와 다를 바 없다"고 비하하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했다.

계속되는 갈등에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은 "차라리 윤석열을 뽑겠다"며 민주당을 이탈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11~12일 이 전 대표 지지자 604명을 대상으로 이재명-윤석열-심상정-안철수 4자 가상대결 시 이 지사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14.2%에 불과했다. 반면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지지할 것이라는 응답이 40%에 달했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배철호 리얼미터 전문위원은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로서는 빨간불"이라며 "대야 전선 구축 및 대장동 의혹 해소 만큼이나 '원팀'을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로 떠오른 상황"이라고 평했다.

이재명 대선 후보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당 지도부와 함께 입장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회의장에서 민주당은 원팀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 더 큰 힘으로 승리의 길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라고 말하며 대선 승리를 위한 원팀 구성을 강조했다. /이선화 기자

이 전 대표 측 지지층과의 내홍을 적기에 수습해야 한다는 경고음이 커지면서 이 후보와 당 지도부는 이 전 대표와 지지자 달래기에 나섰다. 이 후보는 15일 "존경하는 이 전 대표께서 품 넓게 받아주시기 때문에 하나의 단일 대오로 반드시 내년 선거에 이길 것"이라며 이 전 대표를 추켜세웠고, 송 대표는 자신의 '일베' 발언과 관련 "극단적 행태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표현이었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반발이 사그라들지는 미지수다. 이 전 대표의 원팀 행보는 현재 불분명한 상황이다. 이 전 대표는 해단식 직후 이 후보 선대위 합류 여부 등 향후 계획에 대해 "오늘은 드릴 말씀이 없다"는 말만 남겼다. 이 후보는 지방을 순회하면서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로서는 이탈한 당원들의 마음을 돌리는 것이 최대 과제로 남게 됐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전 대표가 이 후보의 손을 확실히 들어주기 보단 당내 비주류를 자처해 재기를 도모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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