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정치팀은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이재명, 들어갈 땐 '침묵' 나와선 "최선 다하겠다"
[더팩트ㅣ정리=이철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제 20대 대통령선거 후보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확정했다. 그동안 경선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았던 이 지사지만, 제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낙연 전 대표에게 큰 표차로 패하면서 턱걸이 과반(50.29%)으로 논란이 불거졌다. 이 전 대표 측이 무효표 산정방식을 놓고 승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내분을 진화하기 위해 당무위원회를 소집했고, 끝내 이 전 대표 측의 이의제기를 기각했다. 이 전 대표도 당무위 결과 직후 '수용' 메시지를 냈지만, 양측의 묵은 감정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또한, 청와대가 방탄소년단(BTS) UN 총회 특사 활동비 미지급 사실이 알려지며 진실공방이 불거졌다. 탁현민 의전비서관이 지급을 완료했다고 직접 밝혔지만, 14일 국정감사에서 미지급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아울러,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당 해체" 발언으로 다시 한번 도마에 올랐다.
◆靑 "BTS에 유엔 특사 활동비 정산 완료" 거짓말 논란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지난 1일 복수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강하게 반박하면서 일단락된 듯했던 BTS 유엔 총회 대통령 특사 활동비 미지급 논란이 또 불거졌네?
-맞아. 지난 1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미 정산을 완료했다", "비용은 이미 지급됐다"는 2주 전 탁 비서관의 말과 달리 아직 BTS는 비용을 지급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어. 해당 비용은 문체부 산하기관인 해외문화홍보원에서 지급되는데, 박정렬 해외문화홍보원장은 이날 오후 국감에서 "아직 (지급이) 안 됐다"고 했어.
-14일까지도 지급하지 않았는데, 1일에 "비용은 이미 지급됐다"고 말한 건 거짓말을 한 셈이네?
-탁 비서관은 거짓말은 한 게 아니라는 입장이야. 그는 이날 SNS를 통해 "정부 행정 절차상 대금지급결정이 완료됐으나, BTS 소속사 하이브가 작성한 결과보고서가 13일에 제출이 됐다"라며 "하이브 측 입금요청이 있어야 입금이 되는 정부 절차상, 하이브 측의 입금요청만 있으면 3일 후 바로 입금된다"고 반박했어. 또 "사소한 절차와 표현의 문제를 두고 마치 거짓말을 한 것처럼 오도하지 말라"고도 했어.
-이건 단어의 해석 차이가 아닌 것 같아. 일반적으로 '지급됐다'라는 말은 줄 것을 다 줬다고 이해하기 마련이야. 따라서 탁 비서관의 '지급됐다'는 표현은 분명 잘못된 표현이라고 할 수 있어. 본인은 답답하겠지만, '지급됐다'와 '행정적으로 지급 절차를 완료했다'는 표현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지. 따라서 야당이 일부 매체가 흠을 잡으려 하는 것 같다는 생각보다는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했음을 인정하는 게 맞을 것 같아.
-탁 비서관에게는 "BTS는 아직 돈을 못 받았지만, 우리(정부)는 줄 준비가 됐다"는 게 정산이 완료된 것이고, 비용이 이미 지급된 것과도 같다는 말이라는 얘기네. 다른 청와대 관계자들 반응은 어때?
-다른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정산 완료'는 행정 절차상 '지급 (준비) 완료'와 다르지 않다고 했어. 일반적으로 "정산 완료", "비용 이미 지급""이라고 하면 돈을 받아야 하는 쪽이 받아야 하는 금액을 받았을 때 쓰는 표현인데 청와대는 그게 아니라는 입장이야.
-행정고시 32회 출신으로 행정부, 대사관, 청와대, 지자체 등에서 공무원으로 일한 '행정 전문가'인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에게 탁 비서관의 해명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어봤는데 이렇게 말했어. "원칙적으로 정산이 완료돼 지급이 됐다는 것은 지출 서류에 결재를 하고 돈이 지급 대상 계좌에 입금이 되어야 지급했다고 표현한다. 2주 전 말과 달리 아직도 '지출 예정'이라는 게 드러났는데도 구차하게 변명하는 걸 보니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 같다."
-애초에 해명을 "BTS에게 특사 활동비를 주기 위한 행정 절차가 진행 중이다"라고 했으면 깔끔하게 정리됐을 사안인데 왜 이렇게 대처하는지 모르겠어.
◆이재명, 대선 후보의 쿨(?)한 출근길 인사
-지난 12일 이 지사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 첫 도정 업무 일정을 소화했지? 이날 출근길 현장에 많은 취재진들이 있었다고 하던데?
-맞아. 이날 이 후보는 경기도지사 자격으로 경기도의회 임시회에 출석했어.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당 이 후보를 향해 "하루속히 경기도지사직을 정리하고 대선 예비후보로 등록해 본격적으로 대선을 준비해야 한다"며 조속한 사퇴를 요청했기에 큰 주목을 받았어.
-취재진이 많이 기다렸을 것 같은데 현장 분위기는 어땠어?
-이날 도의회 앞은 상반된 분위기가 공존했어. 민주당 소속 의원 50여 명은 이 후보가 도착하기 직전 '한반도 종전선언 체결 및 평화와 번영 촉구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고 플래카드와 현수막을 흔드는 행사를 진행한 반면 '국민의힘' 당원 일부가 '대장동 게이트 특검 촉구'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서 있었지. 건물 앞에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이 전 대표와의 '원팀' 등 이 후보의 입장을 듣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방송국 카메라와, 기자들은 포토라인을 만들고 대기해 있었어.
-임시회의 시작이 오전 10시였기 때문에 현장에선, 이 후보가 9시 50분까지 경기도 의회에 도착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지만, 다소 늦은 10시 10분께 도착했지. 이날 이 후보는 경기도청을 출발해 걸어서 경기도 의회 건물까지 들어왔어. 이 후보가 도의회 현관에 도착하자, '지사직 사퇴 시기' 등을 물었지만, 손으로 답변 거부 의사를 밝히며 아무런 말 없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 버렸어.
-건물 안 로비에선 민주당 소속 의원들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후보'로 선출된 것을 축하하기 위해 일렬로 도열하는 등 환영 인사가 있었어. 일부 의원들은 꽃다발을 건네면서 "대선 후보 선출을 축하합니다"라고 축하 인사와 악수를 나눴지.
-현장 분위기는 훈훈했지만 취재진은 이런 상황에 다소 당황한 모양이야?
-후보로 선출된 직후 첫 도정 일정이기 때문에 간단한 인사말이나 소감을 기대했지만, 이 지사는 건물로 직행했어. 도열을 기다리면서까지 질문을 계속했지만, 별다른 답변 없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본 회의장으로 이동했지. 결국, 출근길에서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해 현장에 있던 취재진은 아쉬운 마음을 숨길 수 없었어. 그래도 이 지사는 회의가 끝난 뒤 나오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짤막히 답했어.
-이날 오후 이 후보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감사에 도지사 신분으로 끝까지 임하겠다고 발표도 했던데?
-맞아. '지사직 사퇴' 질문에 답변하지 못하고 고심했던 모양이야. 이 후보는 1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숙고한 결과 당초 입장대로 국감에 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어. 18일과 20일 예정된 행정안전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성실히 임한 뒤 지사직을 사퇴할 것으로 예상돼.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곽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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