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의혹' 침묵 깬 문 대통령, 미묘한 시기 "검·경, 수사 촉구" 배경은?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대장동 의혹에 대해 검찰과 경찰은 적극 협력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조속히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첫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이 이날 오전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정치적 중립' 고려…靑 "이제는 말할 때라 판단한 듯"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해 검찰과 경찰의 철저하고 신속한 수사를 지시했다. 그간 야당의 특검, 여당 일각의 정부 합동수사본부 설치 요구에 침묵했던 문 대통령이 갑자기 검·경의 수사를 언급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참모들에게 "대장동 사건에 대해 검찰과 경찰은 적극 협력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조속히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대장동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청와대는 대장동 논란에 대한 청와대와 문 대통령의 입장을 묻는 말에 "청와대는 엄중하게 생각하고 지켜보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해왔다.

이 지사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지 이틀 만에 문 대통령의 첫 입장이 나온 것은 민주당 대선 경선 진행 중 어떤 입장을 표명하더라도 정치적 중립을 깨고 당 경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동안 야당에서 대장동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여러 번 요구했고, 특검에 관련된 요구도 있었는데, 이 시점에 대통령께서 이런 언급을 한 배경이나 계기가 있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에 "말씀을 전하실 때라고 판단을 하셨을 것"이라고 답했다.

민주당 제20대 대선 후보에 선출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서울 합동연설회에서 수락연설을 마친 후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다만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 직선제 이후 역대 최장수 국무총리를 지낸 이낙연 전 대표가 경선 결과에 대한 이의제기를 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대장동 논란 첫 메시지가 나온 것을 두고 정치적 의미가 담긴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이와 관련 이낙연 캠프 수석대변인을 맡고 있는 오영훈 민주당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라면서도 "의혹이 가시지 않는 상황의 엄중함을 말씀하신 게 아닌가.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날 청와대가 이 지사의 문 대통령 면담 요청으로 만남 일정을 협의 중이라는 사실을 함께 공개한 것과 이 지사가 문 대통령의 대장동 메시지가 나온 지 약 30분 만에 온라인으로 '긴급 현안 기자회견'을 열고 대장동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해명한 것 등을 고려하면 과도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기를 어려워 보인다.

다만 문 대통령이 야당의 특검, 이 전 대표 측의 합수본 설치 요구 등에 대해선 답하지 않고 수사를 진행 중인 검·경의 철저하고 신속한 수사를 주문했다는 점과 이 지사가 '지사직 사퇴' 없이 국정감사에서 대장동 의혹 정면돌파를 예고한 것 등을 감안하면 조기에 대장동 논란이 정리되길 바라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긴급 현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앞서 지난 10일 민주당 경선이 끝난 직후 문 대통령은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민주당 당원으로서 이 지사의 민주당 대선 후보 지명을 축하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 지사 측도 문 대통령의 대장동 메시지는 원론적으로 할 수 있는 말을 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이재명 캠프 이경 대변인은 통화에서 "여당 후보가 선출되기 전에는 다른 경선 후보가 있으니 그렇게 (입장을 표명하지) 못했지만, 이 지사가 당 대선 후보가 됐다"라며 "청와대에서 그런 메시지가 나온 것은 당연한 순리다. 관련한 여야의 주장에 뭐라고 한 게 아니라 검찰 수사를 빨리 끝내라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의 대장동 메시지에 대한 여야의 공식적인 입장을 극명하게 갈렸다. 이소영 민주당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강조한 문 대통령의 입장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하고 완전히 동의한다"라며 "검·경에 대해 다시 한번 조속한 진상규명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반면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검찰과 경찰은 한 달 가까운 시간을 늑장·부실 수사로 낭비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당사자가 핸드폰을 창밖으로 던졌다가 발견되는 촌극을 빚는가 하면 주요 인물이 미국으로 떠나버린 일도 생겼다"라며 "국민들은 이미 검·경의 수사만으로는 제대로 된 실체를 규명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대통령의 당부 역시 검·경의 수사와 마찬가지로 너무 늦었고, 부실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허 수석대변인은 "이 지사가 집권여당의 후보로 선출된 마당에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질 리 더더욱 만무하다"라며 "특검이 답"이라고 강조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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