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결선투표' 주장…대통령 메시지와 다르게 가는 민주당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더불어민주당의 제20대 대선 후보로 선출된 가운데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 측이 사실상 '불복' 의사를 내비치면서 이 지사의 후보 지명을 축하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머쓱한 상황이 됐다.
문 대통령은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확정된 지난 10일 오후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민주당 당원으로서 이재명 지사의 민주당 대선 후보 지명을 축하한다"라며 "경선 절차가 원만하게 진행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그러면서 "선의의 경쟁을 펼친 다른 후보들에게도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전한다"라며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미래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원팀' 정신을 강조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메시지와 달리 민주당 경선 절차는 원만하게 끝나지도 않았고, 경쟁했던 당 대선 후보들 간 협력도 난망한 상황이다.
이낙연 캠프 의원들은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헌·당규를 제대로 적용하면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은 49.32%로 과반에 미달했다"라며 "당헌·당규에 따라 결선투표가 반드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0일 서울 경선을 끝으로 막을 내린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이 지사는 총 유효투표수 143만1593표(중도 포기자 2만8399표 제외) 중 50.29%(71만9905표)의 득표율을 기록해 과반에 턱걸이하면서 결선투표 없는 본선 직행을 확정 지었다.
이 전 대표는 같은 날 발표된 3차 국민선거인단 및 일반당원 선거결과 62.37%를 얻어 이 지사(28.30%)를 두 배 이상 앞섰지만, 앞선 경선에서 계속 밀린 탓에 56만392표(39.14%)로 2위를 기록했다. 대장동 의혹 등 이 지사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경선 막판 이 전 대표가 뒷심을 발휘했지만, 이 지사의 과반 득표 저지에는 실패한 셈이다.
이에 이낙연 캠프 측은 경선을 중도에 포기한 정세균 전 총리, 김두관 의원의 표를 '무효표'로 계산한 방식을 문제 삼으면서, 이를 고려한 이 지사의 실 득표율은 49.32%로 결선투표가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낙연 캠프 측은 당규 제59조 1항의 '경선 과정에서 후보자가 사퇴하는 때에는 해당 후보자에 대한 투표는 무효로 처리한다'는 규정을 사퇴한 후보에게 투표한 것은 무효이지만, 사퇴하기 전에 받은 표는 유효하다고 해석해 이같이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당 지도부와 선거관리위원회는 절차에 따라 경선이 진행됐고, 이 지사가 최종 후보로 선출된 것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선 결과가 나오자마자 룰 해석을 두고 당내 내분 양상을 보이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 직선제 이후 역대 최장수 국무총리를 지낸 이 전 대표 측이 문 대통령의 이 지사 축하 메시지와 다른 행보를 하면서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다소 난감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는 일단 당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당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대통령 메시지와 다르게 당에 내분이 생긴 상황에서 한 쪽 편을 들기도 어려운 만큼 난감해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이 전 대표의 이의제기에 대한 청와대의 변화된 입장을 묻는 말에 "그와 관련한 입장은 없다"라며 "어제 (문 대통령이) 말한 거에 (민주당 경선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이) 담겨 있다"고 말을 아꼈다.
이 지사가 친문과의 완전한 결합을 위해 이른 시일 내 문 대통령과의 만남을 요청할 경우 더욱 난감해질 수도 있다. 앞서 지난 2002년 4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대선 후보 확정 2일 만에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의 요청에 만남을 가졌고, 2012년 9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확정 13일 만에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만났다.
문 대통령도 남은 임기 안정적인 국정과제 마무리를 위해서 당 차기 대권 주자와 회동할 필요가 있지만, 이 전 대표 측의 이의제기 논란이 일단락되기 전까지는 이 지사와의 만남을 결정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 지사의) 요청이 오면 (대면 회동에 대해)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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