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유력 후보 지지층 결집…전문가들 "쉽지 않은 싸움 될 것"
[더팩트ㅣ곽현서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세 번째 대권 도전이 임박했다. 여야 주요 대권 후보들이 '대장동 게이트'와 '고발 사주' 의혹에 휩싸이면서 제3지대 열망이 커지는 모양새다. 다만 대선이 5개월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전문가들은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8월 국민의힘과의 합당 협상 결렬로 기회를 엿보던 국민의당이 당내 대선 후보 출마를 위한 기획단을 꾸리고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섰다.
최연숙 국민의당 중앙당대선기획단장은 지난 8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대통령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게 됐다"고 밝혔다. 국민의당은 국민 압박 면접을 통한 후보자 검증과 국민의당 전 당원 투표를 통한 대통령 후보자 지명대회 실행을 검토할 예정이다.
국민의당 대선 경선 이슈는 단연 안 대표 출마 여부다.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안 대표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결기를 다지고 있어, 향후 전략들을 짚어보고 있다. 다소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안 대표의 대선 출마를 가시화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도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유력 후보들이 잇따라 구설수와 비리에 엮이며 '후보 사퇴' 요구까지 나오고 있어 양당 수뇌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평소 '세가 없다'는 지적을 받아온 안 대표는 어느 한 진영에도 속하지 않은 강점을 드러내며 양당 모두 비판하는 등 존재감 부각에 나섰다. 그는 "대한민국 역사에 또다시 감옥에 가는 대통령을 만들 수 없다"면서 "여당은 이재명 게이트 특검을 받아야 하고, 제1야당은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여당이 요구하는 진상규명에 무엇이든 최대한 협조해야 한다"고 했다.
안 대표의 발언은 진영 논리에 싫증을 느낀 '중도층'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안 대변인은 "어느 진영이나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중도층을 어떻게 만족시킬지만 노리겠다"며 "과거 정치의 틀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정치를 실현하겠다"고 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갤럽이 8일 발표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무당층은 23%로 더불어민주당(35%)과 국민의힘(34%)의 뒤를 이었다. 국민의당은 안 대표의 1%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20%가 넘는 무당파와 중도층을 주요 유권자로 확보해 대선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보이겠다는 입장이다(10월 첫째 주(5~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 대상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나 한국갤럽 누리집 참조).
국민의당은 대선 전략으로 '중도 확장'과 '민생 정치'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국민이 풍요롭고 안전하게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국가경쟁력을 키우고 미래 세대를 위한 일자리 논의 등 민생 전략을 공고히 하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략은 충분히 다 준비되어 있다. 유일한 중도 정당의 역할을 해내겠다"고 했다.
하지만 유력 후보들의 '도덕성', '자질 부족' 논란에도 불구하고 열성 지지자들이 오히려 결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전문가들은 안 대표의 약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무당·중도층만으로 제3지대가 거대 양당에 위협이 될 확률은 사실적으로 낮다"며 "대권 구도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다가오는 선거가 49 대 51의 싸움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안 대표가 캐스팅보트의 역할이 될 가능성은 높다"고 평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도 "오히려 안 대표의 특정 후보 지지 선언이 독자 출마보다 존재감 회복, 차기 정치 행보 측면에서 더 많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제3지대 열풍을 일으키겠다던 안 대표의 이미지가 많이 훼손됐다"며 "초기 안철수 이미지를 회복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안 대표는 18·19대 대선에도 출마했지만, 마지막에 '지지 선언' 혹은 합당으로 사퇴를 거듭 반복해 '간철수'라는 오명을 얻었다. 이번엔 안 대표가 중도층의 염원을 업고 존재감 회복에 성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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