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이광재·김두관 '대선 역할론' 부상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석 달여간 뜨거웠던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레이스가 10일 마무리되는 가운데 중도 하차한 이들의 근황에 관심이 쏠린다. 최종 후보 선출 이후 본경선이 시작되면 이들이 대선 승리를 위해 모종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민주당 대선 경선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누적 집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박용진 의원이 뒤를 잇고 있다. 결선 투표가 없을 경우 10일 민주당 대선 후보가 선출된다. 당초 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는 총 9명이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 김두관·이광재 의원, 양승조 충남도지사,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지지율 정체에 고심하며 레이스를 멈췄다.
레이스를 멈춘 이들 중 향후 행보가 주목받는 인물은 정 전 총리다. '거물급' 인사로 당 안팎에선 정 전 총리의 내년 '서울 종로'와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에 당이 위기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 전 총리의 안정감이 이를 상쇄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정 전 총리는 중도 사퇴 선언 당시 "하나 되는 민주당,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선거 출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또한 국회의장과 국무총리를 역임한 정 전 총리가 또다시 출마할 경우 '노욕'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민주당 대선 선대본부가 꾸려지면 정 전 총리가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후보와 함께 대선을 진두지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통상 당의 최종 후보가 선출되면 '원팀 기조' 차원에서 대선 레이스를 함께 뛴 주자나 캠프 인사가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왔다. 지난 19대 대선에서도 문재인 대선 후보 공동선대위원장에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 캠프에서 활동한 박영선·이종걸 의원이 참여했다. 정세균계(SK계) 중 안호영·이원택·김경만 의원 등도 지난달 말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정 전 총리의 역할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지난달 13일 경선 중도 사퇴를 선언한 이후 칩거 중이다. 그는 지난달 18일 추석 연휴 메시지를 남긴 이후 SNS상에서도 활동을 중단했다. SK계 한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총리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하루도 휴가를 내지 못했다. 조용히 지내고 계신다"며 대선 역할론에 대해 "당이 알아서 판단할 문제다. 당으로부터 요청이 있다면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역 국회의원인 이광재·김두관 의원은 일상으로 복귀해 진행 중인 국정감사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5월 27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후 40일 만에 대선 레이스에서 내려온 이 의원은 지난달 31일 여야 합의로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으로 선출돼 활동하고 있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은 대선 국면에 좋은 정책적 아이디어를 제공하기 위해 정책 개발을 꾸준히 해오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선대위 체제 합류 가능성에 대해선 "그런 계획은 아직 없다"고 했다. 이 의원을 돕던 친문재인계 인사 중 한 명인 전재수 의원은 최근 이재명 캠프에 합류해, 부·울·경 조직 총괄 선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의원 역시 국정감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의원실 관계자는 "현역 국회의원이니까 최선을 다해 국정감사에 임하고 있다. 국감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다른 주자들과 달리 김 의원은 이 지사를 공개 지지했고, 그를 유일하게 돕던 신정훈 민주당 의원도 이재명 캠프에 최근 합류했다. 이 지사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될 경우 김 의원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에 대해 김 의원실 관계자는 "(언급하는 건) 시기상조"라면서도 "통상 경선 후보는 선대위원장을 맡아왔다. 우리 연고지가 어디인가. (대선에서의 역할론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라고 했다. 김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경남지사 재출마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정치적 사형선고를 받으면서 마땅한 민주당 후보군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양승조 충남지사와 최문순 강원지사는 도정에 힘쓰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공무원의 중립 의무'에 따라 이들은 선거운동에 참여할 수 없다. 다만 도정 활동에 성과를 내 내년 지방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양 지사 측 관계자는 "내년 재선을 목표로 민선 7기를 잘 마무리 짓기 위해 충남도 KBS 유치 등 중점 사업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원이기 때문에 당원과 국민이 뜻을 모은 (대선 경선) 결과에 따를 것으로 보이지만, 도지사 신분이라 직접 관여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최 지사는 이낙연 전 대표를 비공개 지지하고 있다. 최 지사 측 관계자는 "이낙연 후보가 취직사회책임제 등 지사님의 정치 철학에 동의하고, 그 가치와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제안해서 공약으로 녹여낼 수 있도록 핵심 참모를 (이낙연 후보) 캠프에 파견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 후보가 한 명으로 압축되면 그분에게도 강원도정의 모범적 운영 사례를 공약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적극 호소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취직사회책임제는 기업의 신규 정규직원 채용 시 1인당 월 100만 원의 인건비를 정부 또는 지자체가 기업에 지원하고 융자 지원 혜택을 주는 제도로, 최 지사는 전국 확대 적용을 대선 공약으로 내놓은 바 있다.
이 관계자는 또 대선 역할론에 대해 "단체장은 조직이나 선거 운동은 전혀 할 수 없다"며 "다만 강원도라는 척박한 지역에서 '민주당 3선 도지사'가 도정을 잘 운영했다는 성과를 남기는 게 중요하고, 그것이 최고의 (대통령) 선거 운동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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