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을 사람이 없어요"…유권자들 "대선 후보들 전부 비호감"

20대 대선을 5개월 앞두고 거대 양당에선 넘쳐나는 후보들로 인해 경선이 한창이다. 하지만 정작 유권자들은 뽑을 사람이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내년 선거를 유례없는 비호감 선거라고 예측하는 가운데 각 후보의 선거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여야 대선 주자 빅4로 불리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이낙연 전 대표(오른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 /

이재명·이낙연·윤석열·홍준표, 여론조사서'비호감도' 우세

[더팩트ㅣ곽현서 기자] 20대 대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유권자들은 후보들은 넘쳐나지만, 정작 "뽑을 사람이 없다"고 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치 양극화' 심화에 따른 상대 진영 간 혐오 분위기, 유력 후보들의 도덕성 문제 등을 꼽으며 "유례없는 비호감 선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각종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여야의 유력 대선 후보들의 '호감도'보다 '비호감도'가 높은 묘한 대선 경선이 펼쳐지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이 지난달 27일 MBC 의뢰로 '차기 대선 후보 호감도'를 조사한 결과, 여야 대선 주자 상위권 후보 모두 호감도보다 비호감도가 월등히 앞섰다.

주요 후보들의 '호감이 간다',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각각 이재명 경기도지사 46.5%·50.6%, 이낙연 전 대표 47.6%·48.2%, 윤석열 전 검찰총장 36.5%·58.1%, 홍준표 의원 45.7%·51.5%라고 답했다(9월 25~2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한국갤럽이 지난달 17일 공개한 '차기 대선 주자 호감 여부' 조사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각 후보의 호감도는 이 지사 34%, 윤 전 총장 30%, 홍 의원 28%, 이 전 대표 24%로 40%를 넘은 후보가 한 명도 없었다.

2017년 대선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 두드러진다. 19대 대선 3주 전인 2017년 4월 셋째 주 한국갤럽이 발표한 '차기 대선 주자 인물 호감 여부'에서 문재인 후보(53%)와 안철수(52%) 후보는 50%를 넘었다. 이어 심상정(48%), 유승민(42%), 홍준표(18%), 조원진(3%) 후보 순으로 6명 중 4명의 후보가 호감도 40%를 넘었다(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전문가들은 유권자들의 정치인 혐오를 부추기는 원인으로 거세진 네거티브와 '자질 논란'을 원인으로 꼽았다.

여당은 이 지사와 이 전 대표가 한 달 넘게 '명낙대전'이라는 소모적 논쟁을 벌이고 있다. '쿠팡 화재사건', '도지사 찬스', '대장동 게이트' 등 당 내에서도 원팀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일 민주당 마지막 경선 토론회에서 이 전 대표는 '대장동 의혹'을 정조준하며 "불안하지 않을 후보는 나 이낙연"이라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형수 욕설'과 '김부선 스캔들' 등 도덕성 문제로 비난받고 있으며, 이 전 대표는 총리 시절 부동산 정책 실패에도 네거티브에 집중했다는 지적에 비호감으로 전락했다.

야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입당 당시 반문(반문재인) 정서와 함께 강골 검사 이미지로 정권교체론의 적임자로 평가됐다. 하지만 '주 120시간 노동', '대구민란', '페미니즘', '주술 논란' 등 1일 1실언을 쏟아내며 연일 같은 당 후보들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계속되는 막말 논란과 '자질 부족'은 지지율 답보 상태로 직결되면서 신뢰를 잃고 있다. 또 윤 전 총장 아내와 장모도 비위 의혹이 있다.

홍 의원은 과거 내뱉었던 '막말' 발언이 발목을 잡고 있다. '돼지 발정제' 사건, 한나라당 시절 나경원 의원을 향해 "거울 보고 분칠이나 하는 후보는 안 된다" 등의 발언은 지금까지 주홍글씨로 남아있다. 그는 최근에도 "대통령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을 발동해서라도 민주노총을 때려잡겠다" 등 극단적인 언행으로 지적받은 바 있다.

고발사주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 했다. 이에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성남시청, 성남도시개발공사, 이 지사의 집무실과 비서실도 압수수색 해야 한다며 대장동 특혜 의혹을 받는 이 지사와 검찰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남윤호 기자

여야는 서로 '고발사주', '화천대유' 사태를 두고 특검과 국정조사를 촉구하면서 진영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가 아니면 틀렸다'는 내로남불식 네거티브 확산으로 유권자들은 누구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이 되어가는 모양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대선 게임이 진영 싸움으로 이어지면서 상대방에 대한 '아니면 말고 식'의 무차별적인 공격과 난무하는 고소·고발로 정치적 무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역량뿐 아니라 도덕성까지 평가하는 국민 눈높이에 충족하는 후보가 없다"고 평가했다.

네 명의 유력 후보 모두 국민과 유권자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 선거는 '울며 겨자 먹기'로 최악을 면하는 '차악' 선택의 투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내년 대선은 역대 어느 때보다도 비호감도가 높은 상태로 선거가 치러질 것"이라며 "유권자들의 정치적 무관심으로 낮은 투표율이 예측된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다가오는 선거는 후보들의 도덕성 평가보다 경제 활성화 등 정책적 능력이 더 중요하게 평가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은영 휴먼앤데이터 소장은 "양당 모두 내년에 있을 종로 등 재보선의 러닝메이트를 잘 짜는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했다. 윤 전 총장에게는 맞춤형 정책통 등 자질 논란을 잠재워 줄 수 있는 후보가 필요하고, 이 지사에게는 도덕성 논란을 잠재워줄 호감도 높은 러닝메이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선거 필승 전략에 대해 "양당은 무당층 비율이 높은 2030세대 등 '스윙 보트'에 맞춘 세대별 전략을 내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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