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상>] '이재명 구속' 설훈 '폭탄 발언'…열린 캠프 "국힘 대변하나"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이 오는 10일 사실상 마무리되는 가운데 대장동 논란을 둘러싼 이낙연 후보 캠프와 이재명 후보 캠프 간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이재명(왼쪽), 이낙연 후보가 지난 3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인천 순회합동연설회 및 2차 슈퍼위크 행사에서 결과를 기다리는 모습. /남윤호 기자

<더팩트> 정치팀은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대장동 의혹' 말 아끼는 靑…'특검'·'합수본' 미묘한 태도

[더팩트ㅣ정리=허주열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이 오는 10일 사실상 마무리되는 가운데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추진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논란을 두고 이재명·이낙연 후보 측의 갈등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이낙연 후보 캠프에서 '이재명 구속'을 가정한 발언까지 나오면서 이재명 후보 캠프에서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이 8일 예정된 마지막 경선 TV 토론회를 전격 취소하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도 유력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감싸기 위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이 가운데 청와대는 "엄중하게 생각하고 지켜보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대장동 의혹에 대한 발언을 자제했다.

-국민의힘에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유승민 전 의원의 '무속' 논란을 둘러싼 공방이 치열하게 펼쳐졌다. 또한 2차 컷오프 끝에 대선 예비후보가 원희룡·유승민·윤석열·홍준표 후보 4명으로 압축됐다.

이낙연 캠프 설훈 선대위원장(사진)이 지난 7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장동 논란과 관련해 이재명 후보가 구속되는 상황에 왔다고 가상할 수 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남윤호 기자

◆'녹취록' 없는 설훈 폭탄 발언에 '파급력' 미약

-민주당 대선 경선이 결선투표로 갈지 여부가 오는 10일 확정돼. 경선 막바지에 이낙연 후보 캠프(필연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인 설훈 의원 발언을 두고 상당한 논란이 됐지?

-맞아. 설 의원은 지난 7일 한 라디오에서 이재명 후보에 대해 "배임 혐의가 있을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는 사안"이라며 "구속되는 상황에 왔다고 가상할 수 있다"고 주장했어. 그러면서 "이낙연 캠프로 여러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며 "결정적인 부분들도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했어. 이에 대해 이재명 캠프(열린 캠프) 총괄 선대본부장인 조정식 의원은 "국민의힘을 대변하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며 유감을 표했어.

-이와 관련 국민의힘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설 의원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민주당의 '재명수호'가 시한폭탄 같다는 위기의식이 민주당에서조차 퍼지고 있다"며 "민주당은 '조국수호'의 결말을 기억해야 한다. '재명수호'의 결말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반색하기도 했어.

-다만 '폭탄급' 발언과 달리 파급력은 크지 않은 듯해. 같은 이낙연 캠프의 김종민 의원은 "개인적인 의견"이라며 "구속된다는 상황을 가정해 보면 당이 얼마나 위험하겠느냐는 가정을 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어.

-사실 취재진 사이에선 설 의원의 발언 스타일은 유명해. 지난 8월에는 "만일 이재명 후보가 본선 후보가 된다면 장담이 안 된다"고 해 경선 불복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잖아. 추석 연휴 전에도 사석에서 '조만간 큰 게 터질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경선 마지막까지 이 지사를 위협할 만한 건은 나오지 않았어.

-정치권 일각에선 이낙연 캠프 측에서 화천대유 키맨인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을 확보했다는 소문도 돌았고, 설 의원도 이를 암시하는 발언을 했지만 역시 사실이 아니야. 이낙연 캠프 한 의원은 사석에서 '캠프가 녹취록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이 지사가 돈을 챙기지는 않았을 것이란 믿음이 있다'는 취지로 말했어.

이재명 열린 캠프 이경 대변인이 지난 7일 이재명 후보(왼쪽)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어린 시절 사진을 올려 일각에서 감성팔이 비판이 나왔다. /이 대변인 페이스북 갈무리

-이 가운데 이재명 캠프에선 이 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어린 시절을 비교해 올린 사진이 화제가 되고 있네?

-이재명 캠프 이경 대변인은 7일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의 어린 시절 사진을 올린 뒤 "이재명의 옷과 윤석열의 옷. 사진을 보며 생각은 각자의 그릇만큼"이라고 설명했어. 사진 속 어린 이 지사는 작업복으로 보이는 재킷을 입고, 윤 전 총장은 교복으로 보이는 하얀 셔츠에 빨간색 나비넥타이를 착용해서 뚜렷하게 대조된 모습이었어. 그래서 일각에선 '감성팔이'라는 비판이 나왔어. 해당 페이스북 글에 달린 댓글에는 "가난이 선이고 부자는 악이라는 프레임이 이 시대에 먹힐까?", "이분법적 사고는 비판받아야 한다", "왜 부자와 서민을 갈라치기 하나" 등의 반응이 주를 이뤘어.

-이에 대해 이 대변인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분들의 아픈 현실이 (요즘) 저에게는 결정적(인 과제)이다. 그래서 '진짜 어렵게 살지 않은 이상 어떻게 공감하겠나' 공감의 깊이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본 사람이 잘 공감한다는 거다. 제가 힘들게 살았으니까 제 그릇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걸 표현하고 싶었다. 그런데 글로 잘못하면 재해석 될 수 있어서 (짧게 작성) 했던 것"이라며 "물론 가난하다고 가난한 사람을 무조건 공감하는 건 아니다. 제 생각이 짧을 수도 있다. 어쨌든 우리 후보(의 '공감 능력' 장점을) 말했던 거지, 그쪽 후보를 비난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했어.

-이 대변인은 논란이 불거진 당일 이 지사의 코로나19 위기 업종 자영업자 간담회 일정 때 사회를 봤지만, 혹시라도 자신에 대한 비판 여론이 후보에 영향을 미칠까 봐 사진 촬영 때 일부러 얼굴을 비치지 않았다고 해. 설 의원과 이 대변인의 언행은 경선 막판 고심하는 지지층에 구애하기 위한 간절한 마음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싶어.

◆민주당 TV 토론회 전격 취소, 속내는 유력 후보 감싸기?

-민주당이 8일로 예정됐던 마지막 경선 TV 토론회를 갑작스럽게 취소한 것을 두고도 이재명 후보를 배려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네?

-맞아. 민주당은 당초 예정됐던 KBS, MBC, SBS 등 방송 3사와 합동 TV 토론회를 취소하면서 8일 일정은 미정이었고, 방송사 사정으로 진행하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어. 대선 경선 토론회는 정당별로 동등하게 열게 돼 있는데 지상파 3사에서 민주당이 추가로 TV 토론회를 진행한다면 국민의힘도 추가 토론회를 열어야 해서 방송사들이 난색을 보였다고 해.

-일각에선 토론회로 인해 '대장동 의혹'이 계속 거론되자 유력 후보인 이재명 후보 감싸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원희룡 캠프 측은 "대장동 게이트가 이재명 게이트인 것이 점점 드러나자 예정되어 있던 TV 토론을 취소해 이재명 지키기에 나섰다"며 "함께 경선 중인 이낙연 후보를 무시한 행태"라고 공식 비판했어.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명 후보와(왼쪽)과 이낙연 후보가 지난달 28일 서울 양천구 목동 SBS에서 열린 TV 토론회에 참석해 토론을 준비하는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경쟁 후보인 이낙연 후보 측도 당 지도부가 '이재명 보호'에 나섰다고 지적했던데?

-이낙연 후보 측은 유권자들에게 후보들을 비교 분석할 기회를 주지 않고 경선만 강행하는 당의 행태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야. 특히 설훈 필연 캠프 선대위원장은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방송사와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토론회를 못 한다는 건 핑계"라며 "대장동 게이트 핵심으로 돼 있는 이재명 후보에게 불리해서 안 하는 쪽으로 정리된 것"이라고 말했어.

-섭외가 불가능하다면 유튜브 토론회 진행을 요청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 같아. 특히 결선 투표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낙연 후보의 지지율이 뒤늦게 상승하고 있어 한 번의 TV 토론회도 아쉬울 것 같아.

-지난 7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 '진보진영 대선 후보 적합도'에서 이 전 대표는 22%로 이 지사(32%)와의 격차가 가장 작았다고 해. 특히 20% 벽을 넘은 것도 처음이기 때문에 민주당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갑작스럽게 TV 토론을 취소한 건 당이 특정 후보에 유리한 방향으로 결정된 것 같아 아쉽다"는 의견이 있어(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이상민 민주당 선거관리위원장은 "어떻게든 방송 토론을 진행하려 했지만, 방송사 측에서 거절했다. 대장동 특혜 의혹을 고려했다는 것은 잘못된 얘기"라며 의혹을 일축하기도 했어. 이번 주말 수도권과 3차 슈퍼위크로 민주당 경선은 마무리되는데, 과연 이재명 후보가 결선 없는 본선 투표에 진출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아.

대장동 논란에 대해 청와대 엄중하게 생각하고 지켜보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다만 여당 일각의 합수본 설치 검토와 야당의 특검 도입에 대한 입장은 미묘하게 달랐다. 청와대 전경. /임영무 기자

◆靑, '합수본' 동의 보도는 부인…"'특검' 요구는 엄중히 생각"

-대장동 논란을 두고 기존 검·경 수사 대신 야권에선 '특검'을 요구하고, 여권 일각에선 '합동수사본부'(이하 합수본)를 설치해 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최종 결정권을 쥔 청와대는 어떤 입장이지?

-청와대는 "엄중하게 생각하고 지켜보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어. 문재인 대통령도 관련해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고 해. 다만 이낙연 후보가 주장하는 합수본과 야당이 강력히 요구하는 특검을 두고는 미묘하게 입장이 다른 모양새야.

-민주당의 합수본 설치 검토에 청와대도 암묵적으로 동의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사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부인했어. 반면 야당의 특검 요구에 대해선 "엄중하게 생각하고 지켜본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지. 기본적으로 청와대는 상황을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인데, 합수본에는 선을 긋고 특검엔 선을 긋지 않았다는 차이점이 있어.

-이러한 청와대의 대응에 여러 정치적 해석이 나오고 있어. 여권 내에서도 "정치권에 큰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청와대가 늘 써왔던 표현으로 특별한 의미는 없다", "이재명 후보에게 문 대통령이 일종의 경고를 보낸 것이다" 등 정반대의 해석이 나오기도 했어. 각 대선 예비후보 측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해석을 하는 셈인데, 청와대는 자칫하면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대결로 비칠 수도 있기 때문에 말을 아끼면서 일단은 검·경 수사나 여론을 지켜보겠다는 의도로 보여.

-지금 상황에선 검·경이 어떤 결론을 내더라도 여야 중 한쪽은 강하게 반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야. 대선까지 물리적인 시간도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대장동 논란에 대한 정치 공방은 차기 대선까지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곽현서 기자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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