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공약 비슷…'표절'로 보기 어려워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국민의힘 일부 대선 주자들 사이에서 '공약 베끼기'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유력 대권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해 의심의 시선이 꽂힌다.
윤 전 총장은 '1중' 유승민 전 의원과 '군 복무자 주택청약 가점'을 둘러싸고 표절 공방을 벌였다. 유 전 의원은 지난달 23일 진행된 2차 TV 토론에서 윤 전 총장이 자신의 공약을 베꼈다고 주장한 이후 신경전이 계속됐다
시간을 되돌려보자. 유 전 의원은 7월 5일 의무복무를 마친 청년을 위한 공약을 내놨다. "의무복무자에 대한 혜택은 거의 없다"면서 "국가안보를 위해 희생한 젊은이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드리는 것은 이들에 대한 당연한 예우"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민간주택 청약에 5점 가점 부여 △공공임대주택 분양에 가점 부여 △주택 자금(구입, 전·월세) 1억 원 한도 무이자 융자 △기숙사 등 주거비용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또한 의무복무 기간 만큼 국민연금 크레딧을 부여하겠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22일 외교·안보 분야 11개 공약을 발표했다. 군 복무 경력 인정을 위한 법제화를 추진하며 군필자 대상 민간주택 청약가점 5점 및 공공임대주택 가점 부여 계획도 밝혔다. 현역병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현 6개월에서 18개월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의 공약이 두 달 이상 늦게 나왔다는 점에서 유 전 의원은 표절을 의심하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제 공약과 똑같다. 7월 초에 이야기한 공약과 숫자까지 똑같고 토씨 하나 안 틀리다"며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유승민 캠프 최원선 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에서 군필자 주택청약 가산점 제공 공약에 대해 "심지어 소급 적용하겠다는 것도 유 후보 공약과 똑같고, 군 복무 기간에 산정하는 국민연금 기간을 확대하겠다는 공약도 유 후보가 국민연금 크레딧 공약으로 이미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후보 측 김병민 대변인은 지난달 25일 논평을 통해 "공약 베끼기는 명백한 가짜뉴스로, 군 복무자 주택청약 가점제는 윤석열 캠프가 직접 청년·국방정책 전문가들과 여러 차례 간담회를 하고 마련한 정책"이라고 반박했다.
이렇게 보면 두 후보의 일부 공약은 서로 매우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이 내놓은 11개 공약과 유 전 의원의 4개 공약(주택지원·교육/직업훈련지원·국민연금지원·복무기간 경력인정 의무화) 중 일부만 엇비슷하다는 점에서 표절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안보 관련 분야에서 다른 후보와 비슷한 공약은 또 있다. 홍준표 의원은 지난달 2일 원자력발전소 밀집 지역에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비하기 위해 '아이언돔'을 설치하겠다고 했다. 윤 전 총장도 한국형 아이언돔을 조기 배치해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와 통합해 다층 방어망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윤 전 총장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있다. 7월25일 1호 공약으로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한 '100조 원 규모의 담대한 회복 프로젝트'를 내놨다.
구체적으로 대통령 당선 뒤 100조 원의 예산을 확보하고 50조 원을 코로나19로 손실을 본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집중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이후 매년 10조 원씩 5년간 예산 편성 변경을 통해 소상공인·자영업자 생존 기반을 다시 만드는 데에 투입하겠다는 구상이다.
윤 전 총장의 '소상공인 긴급구조 플랜'의 예산규모(최대 100조원)와는 비슷하다. 자영업자의 빚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안전망 확보를 위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인식도 공통점이다. 하지만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지원에 관한 세부 정책을 보면 차이가 있다.
윤 전 총장의 자영업자 등을 위한 공약에는 △충분하고 지속적인 금융지원(50조 원) △신용회복과 재창업·재취업 지원 △희망지원금(최대 43조 원) 자금을 조성해 최대 5000만 원 지급 △과중 채무자 재창업 지원사업 예산 규모(1조 원) 확대 등이 포함됐다.
경제·부동산·안보 등 굵직한 부문에서 대동소이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세부적인 내용에서 일부 주자 간 공약이 비슷하더라도 모든 공약이 다 똑같을 수는 없다. 일례로 육아지원 정책에서 윤 전 총장의 '보육시설 영아(만0세~만2세) 교사 대 아동 비율 개선' 정책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지사가 내건 정책과 거의 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