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상>] '대장동' 늪에 빠진 이재명…'책임론·무능론' 딜레마

더불어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장동 의혹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2010년 5월 14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포함 분당구 리모델링 추진위원장 4명의 이 후보 지지선언 모습. /이기인 유승민 캠프 대변인 제공

<더팩트> 정치팀은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윤석열, 이번엔 '치매' 말실수… '1일 1구설' 후보 비판 자초

[더팩트ㅣ정리=허주열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2차 슈퍼위크를 앞두고 '대장동 의혹'이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해명에 모순점이 드러나면서 의혹에 의혹이 더해지고 있다.

-야권의 유력 대선 후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또 다시 '실언' 논란에 휩싸였다. 이번엔 '치매 환자' 발언이 문제가 되면서 '1일 1구설 후보'라는 비판이 나왔다. 여야가 한 차례 미뤘던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결국 올해 말까지 처리하기로 재차 연기됐다. 이를 두고 민주당 일각에선 '이낙연 책임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문재인 정권의 방탄소년단(BTS) '열정페이' 논란을 지적하는 언론보도가 나온 가운데 청와대는 "사실과 다른 오보"라며 격분했다. 또 야권 유력 대선주들의 TV 예능프로그램 출연도 눈길을 끌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중앙보훈회관에서 열린 개발이익 환수 법제화 긴급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이재명, 꼬인 해명…애매한 '유동규'와의 관계 설정

-민주당 대선 경선 2차 슈퍼위크를 앞두고 '대장동 의혹'이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모양새야.

-맞아. 유동규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대장동 개발의 민간사업자 선정부터 이익배분 협약까지 전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설득력을 얻어가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어. 유 전 본부장이 기존 사업개발팀을 과거 민간 주도 대장동 개발을 추진하다가 실패한 인사들로 전략사업팀을 신설했고, 결국 '화천대유'가 포함된 하나은행 컨소시엄을 사업자로 선정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는 의혹이야. 2015년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만든 대장동 개발 '공모지침서'는 유 전 본부장에게만 직보했다고 해. 해당 보고서에는 화천대유 같은 자산관리사를 설립하면 20점을 더 주도록 하는 민간기업 선정 평가 기준 내용이 담겼어.

-이와 관련 취재진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화천대유와 같은 자산관리사를 설립하면 이점을 주도록 성남시가 공모 요건에 관여한 건 없나'라는 취지로 물었는데, 이 지사는 "그 사람들(민간 사업자)이 자산관리 회사를 만들었다는 것을 최근 재판할 때 알았다"며 "우리는 (SPC)법인 설립에 아무런 권한이 없고 관여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어.

-하지만 지난 2015년 9월 성남시가 작성한 '성남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사업 용역비 환수계획 검토보고'에 첨부된 변호사들의 자문 의견서에 참여사 중 하나로 자산관리회사로 '화천대유'가 명시돼 있고, 이 지사가 직접 결재 서명도 했어. 이에 대해 캠프 측은 이 지사가 지분 1%인 화천대유까지 유의해서 보진 못했을 것이란 취지로 해명했어.

-물론 그 해명도 그럴 듯해. 시장이라면 읽어야 할 서류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을 테니까. 다만 이 지사는 대장동 개발 사업을 "단군 이래 최대 규모 공익 환수 사업"이라고 말해왔고, 위례분양 경험 사례를 통해 제소전화해(민사소송 제기 전 화해 원하는 당사자 신청으로 판사 앞에서 행해지는 화해)나 사전이익확정, SPC 의결권 확보 등 민간자본을 공영개발에 끌어들여 안전하고 확실하게 회수할지 직접 '설계'했다고 강조한 이 지사가 화천대유를 그냥 지나쳤다는 건 '무능론'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야.

-대장동 의혹의 키맨이 된 유 전 본부장과의 관계 설정을 두고도 이 지사가 난감한 입장에 처한 듯하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사업에 화천대유가 수천억 배당금을 받도록 관여했다는 의혹에서 더 나아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의 상당 부분을 차명 소유하고 있다는 의혹도 받고 있어.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가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한 녹취록에 나와 있다고 해. 의심의 눈초리는 이제 이 지사가 유 전 본부장과 얼마나 친분이 있느냐로 쏠리고 있어.

-유 전 본부장은 2009년 수도권 1기 신도시 리모델링 추진연합회 회장을 맡았고, 인연이 닿아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당시 이재명 후보를 돕다가 이 시장 당선 후 인수위 도시건설분과 간사를 맡았어. 이후 성남시설관리공단(성남도시개발공사 전신) 기획본부장에 임명됐지. 유 전 본부장 임명 후 지역 정가에선 이 지사가 그를 비호한다는 말들이 나왔다고 해. 2011년 10월 유근주 당시 성남시의원은 한 언론(분당신문)을 통해 유 전 본부장 임명 당시 허위경력 및 자질 논란, 본부장 임용 당시 한솔5단지 리모델링 주택조합 대표 겸직 논란 등이 있었다며 "이를 비호 하는 자가 이재명 시장 말고 어느 누가 있단 말입니까?"라고 주장했어.

-그런데 이 지사는 유 전 본부장과 거리를 두는 모양새군.

-맞아. 이 지사는 지난달 30일 TV토론회에서 "산하기관 직원 중 한 사람", "이제는 인연을 끊었다시피 한 사람"이라며 '측근설'에 강하게 선을 그었어. 또 민간 개발 사업자들을 '마귀'라고 지칭했는데, 박용진 의원이 "숱한 마귀들 중 유 전 본부장도 하나일 수 있나?"라고 묻자 이 지사는 "가능성이 전혀 없을 순 없겠다"고 답했어. 그러면서 자신은 대장동 개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시 공무원이나 산하 공공기관 직원들에게 부정행위나 불공정에 관여해선 안 된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고 강조했어. 화장실에도 '부패지옥 청렴천국' 스티커를 붙일 정도였대.

-'꼬리 자르기'라는 평가도 있을 것 같은데?

-이를 의식한 듯 이 지사는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의혹 관련) 연관돼 있으면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어. 다만 이 지사 캠프 측에선 책임론보다 '무능론'이 더 우려될 듯해. '일 잘하는 후보' 이미지가 강하니까. 이낙연 전 대표도 "(대장동 토건 비리를) 수년간 몰랐다는 건 무능한 것, 직무유기다"라며 이 점을 집중적으로 공략했어. 이 지사로선 '일 잘하는 후보'와 '무능 인정을 통한 대장동 의혹 벗어나기'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 것으로 보여. 이 때문일까. 이 지사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곽상도 의원 아들 화천대유 퇴직금 50억 원 수령 사실을 알고도 은폐했다며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를 각각 '봉고파직(封庫罷職)', '위리안치(圍籬安置)'시키겠다고 거친 발언을 쏟아냈는데, '바지 또 내릴까요?'에 버금가는 부적절한 대응이었다고 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지난달 29일 주택청약 통장을 모르면 치매 환자라고 발언했다가 논란이 되자 해당 영상을 삭제했다. 윤 전 총장이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버텍스코리아에서 열린 꿈과 혁신 4.0 밀톡, 예비역 병장들이 말하고 윤석열이 듣는다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이선화 기자

◆윤석열, 부적절한 '치매 환자' 발언 하루 만에 사과

-국민의힘 대권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또다시 '실언' 논란에 휩싸였지?

-맞아. 지난달 29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청약 통장은 모를 수가 없다. 주택청약 통장을 모르면 치매 환자"라는 윤 전 총장의 발언이 논란의 발단이야. 해당 영상은 삭제된 상태야.

-윤 전 총장이 이렇게 발언한 배경이 있어. 지난달 23일 진행된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2차 TV 토론회에서 ‘청약통장을 만들어 본 적 있느냐’라는 유승민 전 의원의 질문에 "집이 없어서 주택청약 통장을 만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해 비판받았는데, 여기에 대한 해명이야. 그런데 '치매' 발언으로 오히려 논란을 키운 셈이지.

-그렇군. 유 전 의원 측의 반응은 어땠어?

-유승민 캠프 권성주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논평에서 "윤석열 후보는 '1일 1구설' 후보임을 입증했다"고 지적했어. 또 "일상이 무너지고 생계가 위협받는 우리 국민들은 대통령 후보 토론회에서 희망을 찾고 싶은 거지, 가십거리를 찾고 싶은 건 아니다"라며 "이제 그만 가십 서비스는 중단하라"고 꼬집었어.

-논란이 꽤 커졌잖아. 그래서인지 윤 전 총장은 하루 만에 입장문 형식으로 사과했어. 윤석열 캠프는 지난달 30일 "경위야 어떻든 적절한 비유가 아니었다는 후보의 입장을 전한다"며 "주택청약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매우 높다는 것을 강조하는 가운데 나온 말이지만, 해당 발언으로 불편함을 느끼셨을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후보의 뜻을 전한다"고 했어.

-하지만 윤 전 총장의 사과 이후에도 온라인상에서 '윤 전 총장의 말실수는 한두 번이 아니다'라는 비판 댓글이 많이 보여.

-윤 전 총장을 향한 누적된 불만의 표출인 것 같아. 윤 전 총장은 대선 출마 이후 '주 120시간 노동', '부정식품 먹을 자유', '대구 민란', '후쿠시마 원전',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나 하는 것', '인터넷 언론 말고 메이저 언론에 의혹 제기' 등 발언 등 여러 차례 설화에 휘말렸지.

-어쨌든 윤 전 총장은 앞으로 신중하게 발언해야 할 것 같아. 말실수는 자신을 깎아내리기 때문이지. 특히 대선 정국이라는 점. 이 시국에 자주 구설에 오르면 좋을 게 하나도 없겠지? '한번 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모든 화는 입으로부터 나온다'라는 말이 있잖아. 윤 전 총장이 진지하게 '말하기'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어.

민주당 일각에서 언론중재법 처리가 연기된 것을 두고 이낙연 전 대표 책임론이 나왔다. 이 전 대표가 지난달 30일 오전 경기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경기 공약 발표 기자회견 및 경기 현장캠프 의원단 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이선화 기자

◆'언론중재법 처리 연기'도 이낙연 때문?

-여야가 한 차례 미뤘던 '언론중재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처리를 결국 올해 12월까지 또 연기했네.

-맞아. 국회 언론미디어제도개선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연말까지 언론중재법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어. 사실상 내년으로 처리 시점을 넘긴 거지. 징별적 손해배상제와 열람청구권 도입 자체에 결사반대하는 국민의힘과 청와대의 신중 기류, 국내외 언론계나 시민단체 등의 반대가 여당이 한발 물러난 배경으로 꼽혀.

-그런데 민주당 일부 강성 지지자들 사이에선 언론중재법 무산이 이낙연 전 대표 탓이라는 말이 나오네?

-여당 내에서는 언론중재법을 8월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었는데, 9월로 처리 시점이 미뤄졌고, 그 사이에 이 전 대표가 의원직을 사퇴하면서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강제종료시키는 게 불가능하게 됐다는 거야. 재적 국회의원 수 총 297석 기준으로 민주당과 친여 성향 의원들을 합쳐도 178명밖에 안 돼서 필리버스터 종결 정족수(재적 의원 5분의 3)인 179석에서 1석이 모자란다는 거야. 하지만 열린민주당과 비례위성정당에서 분리된 기본소득당·시대전환 의원들, 박병석 국회의장을 제외한 친여 성향 무소속 의원 7명 전원을 끌어들이면 여전히 토론 종결 정족수 확보가 불가능한 건 아냐. 게다가 이규민 전 의원이 지난달 30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해서 이제 필리버스터 종결 정족수는 178석이 됐어. '야당의 필리버스터 위협에 대응할 카드가 완전히 사라진 상태에서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 전 대표를 탓하는 건 무리가 있는 주장으로 보여.

-사실 언론중재법이 연기된 건 청와대의 신중 기류도 영향이 있었잖아?

-맞아. 'UN인권이사회 표현의자유증진 특별보고관'은 공식 서한을 통해 여당이 추진하려는 언론중재법이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자유권규약)에 따른 언론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며 경고했고,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언론, 시민단체, 국제사회의 문제 제기를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지. 지난달 29일 의원총회에서도 문 대통령 복심 윤건영 의원 등이 '보류'를 강력히 주장했다고 해. 지난달 30일 토론회에서 "지도부가 언론중재법을 유보하는 바람에 지지자들은 민주당에 대한 기대를 저버린 것 같다"고 한 추미애 전 장관의 비판에 박용진 의원은 "문 대통령도 신중히 처리하라고 했는데 대통령 뜻에 반기를 드는 거냐"고 지적했는데, 민주당 지지자들도 마땅한 답변을 찾지 못할 것 같아.

-여야 합의로 언론중재법 상정 없이 국회 본회의가 끝난 지난달 29일 국회에선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의 수행차량에 민주당 전재수 의원과 강준현 의원이 부딪혀 경미한 타박상을 입은 충돌 사고가 발생했어. 이철규 의원실 관계자는 "저희 측에서 사과도 드리고 의원들끼리 직접 통화도 하면서 잘 처리되고 끝났다"라고 했어. 이렇게 여야 의원들이 갑작스러운 사고도 배려로 잘 마무리한 만큼 남은 3개월 동안 언론 분야 전반에 걸쳐 숙의하고, 합의하길 기대해.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곽현서 기자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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