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화천대유' 핵심 유동규 공세에 "측근 아냐" 일축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2차 슈퍼위크를 앞둔 마지막 TV토론에서 민주당 대선주자들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등을 두고 다시 맞붙었다. 이낙연 전 대표와 박용진 의원은 책임론을 들며 이재명 경기지사를 협공했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이 지사를 엄호하면서 명추(이재명-추미애) 대 낙박(이낙연-박용진)으로 갈리는 구도가 펼쳐졌다.
네 명의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는 지난달30일 오후 5시 10분부터 시작된 TV조선 주관 대선후보자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이 지사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추진한 '대장동 개발 의혹'을 쟁점으로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자유 주도권 토론 전 현안 관련 질문에 O·X 팻말 들어 각자의 소신 표명하는 OX 코너에서부터 네 후보의 입장은 엇갈렸다. "대장동 이슈 민주당에는 선거에 호재다"라는 공통 질문에 이 전 대표와 박 의원은 'X'를, 이 지사와 추 전 장관은 'O'를 들었다.
이 지사는 "공공개발을 막고 민간개발이 100% 이익을 취하려고 했던 세력이 국민의힘이고, 공공개발 해보겠다고 5년 싸운 게 이재명"이라며 "국민들이 '공공개발 꼭 해야 하는구나' '이재명 열심히 했구나' '민주당 괜찮구나'하고 생각하실 것"이라고 호재라고 전망한 이유를 밝혔다.
추 전 장관은 "대장동 사건에서 검찰과 언론, 법조와 정치, 재벌 카르텔을 보고 추미애가 평소에 지대개혁 주장하더니 이런 사태를 예견했구나 생각할 것"이라며 이번 사태를 통해 자신의 핵심 공약인 '지대개혁'이 국민적 지지를 얻을 것이라고 이유를 들었다.
반면 이 전 대표는 "굉장히 복합적인 비리라 진상규명하기 만만찮은 문제일 텐데 문재인 정부 시기에 있었다는 게 큰 짐이 되고, 또 하나는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할 때 생긴 일이라 또한 짐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박 의원도 "국민들 피눈물 나는 일을 정치적 호재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실례"라며 "여당이라 무한 책임이 있다. 이걸 진영논리로만 단순히 나눠보는 건 국민 보기에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자유 주도권 토론에 돌입하면서 대장동 의혹을 둘러싼 이 전 대표와 이 지사 간 신경전은 고조됐다.
이 전 대표는 "(이 지사가) 9월 17일 처음으로 토건비리를 발견했다고 했는데 (한편으로) 처음부터 그런 비리가 있었다는 식으로 말한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이 지사는 "후보님은 민주당 후보다. 최소한 민주당 후보 입장에서 국민의힘에 대해 더 공격하고 문제 삼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자꾸 물어보고 뭔가 있는 것처럼 연기 피우는 게 의혹을 확산하는 거라고 국민은 생각한다"고 따져 물었다. 이 지사는 또 "(관여한 인사들이) 제 선거를 도와줬거나 사무실에 집기 사는 걸 도움받은 게 없지 않나. 그런데 왜 자꾸 제게 문제 제기하나"라고 했다. 이 전 대표의 측근이 21대 총선 과정에서 옵티머스 측으로부터 복합기 대납 등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극단선택한 점을 꼬집은 것이다. 이 지사는 이 전 대표가 전남도지사 시절 여수 경도해양관광단지 내 호텔·콘도용 상업용지 매각하기 위해 진행한 수의계약 건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이 지사가 대장동 개발 사업을 민관합작으로 추진하게 된 불가피성을 강조하며 따져 묻자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여기서 저와 따지는 건 적절하지 않다. 많은 의심 제기되고 있는데 빨리 규명되길 바란다"며 한발 물러나는 모양새도 보였다. '대장동 의혹'이 여야 대결로 전개되는 만큼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도 화천대유 최대주주인 김만배씨 누나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친으로부터 단독주택을 매입한 것과 관련해 직접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을 현장방문하며 '국민의힘·윤석열 게이트' 공세를 높였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키맨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사업 전반에 걸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추 전 장관도 지적했다. 그러자 이 지사는 유 전 본부장에 대해 "측근이라고 하는 건 지나친 것 같고, 산하기관 직원 중 한 사람"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분이 경기관광공사가 영화사업에 투자하도록 380억 원을 지원해달라고 해서 안 된다고 했더니 그만두고 나갔다. 수많은 산하기관 임원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추 전 장관이 "(사업 추진 관련) 팀을 신설하려면 시장 결재 승인 없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추궁하자, 이 지사는 "팀 단위 신설은 자체적으로 한다"면서 "제가 추진했던 것처럼 공공개발을 했다면 이런 문제가 전혀 안 생겼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공무원들이 사업 추진 과정에서 부정행위나 불공정에 관여하지 말 것을 철저히 단속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참여했던 민간 사업자들을 '마귀'라고 칭하며 "민관합작하려면 마귀의 기술을 빌리고, 마귀의 돈을 쓰고, 마귀와 거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오염이 일부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박 의원이 "숱한 마귀들 중 유 전 본부장도 하나일 수 있나?"라고 묻자 이 지사는 "가능성이 전혀 없을 순 없겠다"고 답했다. 이 지사는 또 이 전 대표가 '(유 전 본부장에게) 수사 협조를 촉구할 수 있겠나'라고 하자 "협조하라고 하죠"라면서도 "이제는 인연을 끊었다시피 한 사람"이라고 했다.
대장동 의혹 진상규명 방식을 두고도 입장이 엇갈렸다. 이낙연 전 대표는 정부 합동수사본부를, 추 전 장관과 박 의원은 신속한 수사를 강조했다. 이 지사 측은 야권에서 요구하는 특검은 수용할 수 없다면서 이 전 대표의 합동수사본부에 대해선 찬성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정책(사회·교육·복지 분야) 주도권 토론에서도 명추(이재명-추미애) 대 낙박(이낙연-박용진) 구도가 펼쳐졌다.
이 전 대표가 "경력단절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공공분야부터 개선하자"고 제안하자, 추 전 장관은 "제가 법무부 장관을 좀 더 오래 했더라면 (더 잘 추진했을 것)"이라는 취지로 답하거나, 이 전 대표의 남성 육아휴직 장려를 위한 관리자급 가산점제 도입 제안에 "이낙연 후보도 일벌레임을 자랑도 하고 리더십 표본으로 삼는데 우리부터 반성해야 한다"고 하는 등 뼈 있는 말로 답했다. 이 전 대표의 만 5세까지 월 100만원 공약에 대해선 "너무 밀랍 인형같다"고 했다. 추 전 장관이 또 교육 정책 관련 "국가교육위 설치가 매우 늦었는데 왜 총리 때 못 했나"고 하자 이 전 대표가 "또 총리 책임이 나온다"라며 말을 끊으려는 추 전 장관에게 "제가 말이 긴 사람이 아니다"라고 언짢아하는 모습도 보였다.
박 의원과 이 지사는 기본소득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이 지사가 "국가역량을 수요 측면에 집중해야 하고 국내소비, 가계소득지원을 최대한 늘려야 한다"고 하자 박 의원은 "이 지사 주장대로 유효소비를 위한 소득을 높여주는 건 오래된 케인지주의적 접근"이라며 "정말 단순한 경제학과 1학년생처럼 접근할 게 아니라 국가비전 전체를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자칫 잘못하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따라가는 재정동원의 포퓰리즘, 청년과 미래 세대 등골을 빼먹는 계획은 없어야 한다"며 이 지사를 저격했다.
집권 이듬해부터 전 국민에 25만 원, 청년에 100만 원 지급하겠다는 이 지사의 '기본소득' 공약 관련, 박 의원은 거듭 재원 마련 방안을 물었다. 이 지사는 세수 예상 자연증가분 40~50조 원에 예산 조정을 거치고, 토지세와 탄소세 부과하면 충분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박 의원은 "60조 원을 세출조정해서 만들겠다는 건데 문재인 정부가 9차례 추경하면서 세출 조정으로 뽑아낸 돈이 겨우 16조5000억 원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