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도 野 공세로 전환…與 내부서도 특검 도입 목소리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대선 정국에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 파장이 확산하며 여야 공방이 치킨게임으로 치닫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탈당한 곽상도 의원 아들의 화천대유 퇴직금 50억 수령 논란을 계기로 '국민의힘 게이트'라며 역공을 펼치고 있다. 국민의힘은 수천 배 이익을 남긴 사업의 설계자는 이재명 경기지사라며 실체 규명을 위한 특검·국정조사를 요구 중이다. 여야 대선주자들도 내부 싸움을 멈추고 단일대오로 나서는 모양새다. 특검 도입 등 진상규명 상황에 따라 대선판이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민주당은 곽 의원 아들 퇴직금 건을 국민의힘 지도부가 사전에 알고도 고의로 은폐했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곽상도 의원의 아들 50억 퇴직금 사실을 미리 다 알고 있었음에도 우리 당의 이재명 후보를 공격하는 것은 참 후안무치한 일"이라며 "양당 원내대표가 합의해 (곽 의원 의원직) 제명처리를 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실천조치를 취해달라"고 압박했다.
당사자인 이 지사는 연일 '개발이익환수 법제화' 카드를 제시하며 프레임 전환에 나서는 한편, 해당 의혹은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맞받아쳤다.
이 지사는 이날 이재명계 의원들이 주관한 개발이익환수 두 번째 긴급 토론회에 참석해 곽 의원 아들 퇴직금 건을 알리지 않은 데 대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봉고파직을,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는 위리안치(圍籬安置)를 시키겠다고 말했다. 위리안치는 귀양 간 죄인의 유배지 집 주위에 가시울타리를 치고 가두는 형벌로, 야당 지도부를 향해 거칠게 비난한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국민의힘을 "부동산 토건 세력과 유착한 정치집단"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전날(28일) 토론회에서도 국민의힘을 '국민의짐', '도둑의힘'이라고 비유했다.
이 지사 측은 또 공공이 부동산 개발 이익을 환수하는 법안을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장동 특혜 의혹 논란의 핵심은 지자체장의 배임이 아닌 제도적 미비에 따른 것이라며 국면 전환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지사 측은 동시에 대장동 의혹을 '윤석열 게이트'로 몰았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의 친누나이자 천화동인 3호 이사가 윤석열 전 총장 부친의 단독주택을 매입한 사실이 보도되면서다. 열린캠프 정진욱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화천대유가 검찰의 최고 실력자 윤석열에게 부동산거래의 외피를 씌운 뇌물을 줬다는 합리적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또 다른 대선주자 이낙연 전 대표 측도 대장동 의혹 초반에는 이 지사를 비판했다가 야당 공세로 전환했다. 이낙연 캠프 소속 의원들은 이날 곽 의원에 대한 제명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걱정하시는 부정과 부패 척결, 제도를 통한 바르고 빠른 개혁, 이낙연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라며 후보의 '청렴함'을 강조했다. 이는 여야 대결 양상으로 전개되는 만큼 '내부 총질은 안 된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호남 경선에서도 이 전 대표 측은 이 지사의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 공세를 퍼부었지만 오히려 지지층의 반감을 샀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장동 의혹이 대선 막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직접적인 공격 대신 '정부 합동수사본부'를 통한 진상규명을 제안하면서 흠결 없는 후보임을 부각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로선 다음 달 1일 제주, 2일 부산‧울산‧경남, 3일 인천 지역 경선과 2차 슈퍼위크가 사실상 마지막 승부처로 꼽힌다.
국민의힘은 이 지사가 대장동 사업의 '설계자'라고 자인한 만큼 설계 과정의 문제점에 집중하며 '이재명 게이트'로 프레임 전환에 힘쓰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경기 성남시 판교 대장지구 개발 현장을 직접 방문해 여론전에 나섰다. 그는 "(민간 시행사와 행정 판단을 했던 성남시) 둘 간의 유착관계를 의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지사 본인이 화천대유와 같이 진행한 대장동 개발 얼개의 설계자라고 밝힌 바 있다"며 "당 차원에 화천대유의 실소유주와 조력자, 설계자가 누군지를 밝히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 지사의 '봉고파직' 발언에 대해선 "이 지사의 추악한 가면을 확 찢어 놓겠다"며 맞받아쳤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도 "(대장동 개발 사업은) 이 지사의 대선 플랜과 관련해 정치 자금 조성을 의도한 것이라고 본다"고 주장하며 '이재명 게이트'에 힘을 실었다. 그는 자신 역시 도지사 시절 공영 개발 사업 과정에서 일부 이익을 마련해주겠다는 민간 사업자들의 제안을 받았다며 지자체장이 법에 저촉되지 않고 사업에 개입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장동 게이트가 대선 정국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만큼 진상규명 과정에 따라 대선 판세도 흔들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고려한 듯 여야는 특검 도입 여부를 두고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민주당은 '신속성'을 앞세워 검찰과 경찰의 수사로 진상규명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특검'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당과 정의당 등 야당도 특검 도입에 힘을 실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특검을 관철시켜 화천대유 대장동 게이트의 진상이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고 했고,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도 "신속하게 조사하는 것이 당장 필요하다"면서도 "물론 나중에 (수사 결과가 미진하다면) 특검을 할 수도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특검을 수용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중진 이상민 의원은 "아무리 경찰, 검찰이 (수사) 한다고 해도 종국적으로 특검으로 안 갈 수가 없다"고 했다. 쏟아지는 무분별한 의혹들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특검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서울중앙지검이 현재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이지만 수사팀이 대부분 친정권 성향이라는 지적이 있어 수사 결과가 나오더라도 야당이 불복하고 '공정성' 논란을 제기할 여지가 있다. 국민의힘이 "특검을 거부하는 사람이 의심 대상"이라며 지속해 여론전을 펼칠 경우 특검 불가론은 여당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