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여정 '화답' 文대통령의 '종전선언'…與 '촉구 결의안' 재추진?

문재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제안하면서 국회 차원의 촉구 결의안 추진에도 관심이 쏠린다.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野 "종전선언 시기상조"…차기 정부로 공 넘길 듯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중 마지막 UN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하면서 여당이 이에 발맞춰 국회 차원의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을 재추진할지 관심이 쏠린다. 보수야당은 종전선언에 대해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환상 같은 인식"이라며 맹비난하고 있어 연내 결의안 처리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문 대통령의 '남북미중에 의한 종전선언' 제안을 높이 평가하면서 야당의 협조를 당부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23일 "민주당은 지난해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을 발의했다. 협력으로 평화를 누리는 한반도 모델을 만들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소영 민주당 대변인도 서면브리핑을 통해 "(종전선언은)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 그리고 남북한 공동번영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라며 "국민의힘은 남북이 번영을 이루며 공존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에 초당적으로 협력해달라"고 요청했다.

민주당은 문 대통령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종전선언을 제안하며 남북 간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시도를 한 만큼 당에서도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국회 차원에서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은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 채택이다.

여당인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남북 화해 분위기가 조성될 때마다 결의안 추진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결의안은 한국과 북한, 미국, 중국이 종전선언을 조속히 실행할 것과 북미 비핵화 협상 및 평화협정의 진전 등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은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에 대해 더는 미뤄선 안 된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의 협조가 관건이다. 지난 6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남북공동선언 국회비준동의 및 종전선언 평화협정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송영길 민주당 대표(앞줄 가운데). /국회사진취재단

20대 국회에서는 2019년 11월 김경협 민주당 의원 등 71인이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을 공동발의했다가 임기 만료로 자동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서도 지난해 6월 민주당과 열린민주당, 정의당 등 의원 174명이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을 공동 발의했다. 이후 같은 해 9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상정됐으나 당시 북한의 해수부 공무원 피살 사건이 발생해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대로 중단됐고, 이견 조정이 있을 때 여야 동수로 구성하는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된 바 있다. 이후 지난 8월 민주당은 남북 통신연락선 복구를 계기로 광복절 직후 야당이 반대하더라도 결의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역시 뒤로 미뤄졌다.

현재 외통위 위원 20명 중 민주당 소속은 10명이다. 민주당에서 제명된 김홍걸 의원까지 포함하면 찬성표가 11명으로, 민주당이 상임위 통과 의결정족수인 과반을 확보해 단독으로 결의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민주당은 "더는 미뤄선 안 된다"는 입장이지만 야당과의 합의를 통한 결의안이 의미 있는 만큼 강행 처리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단독 처리할 경우 대선 경선 국면에서 민감한 남북 현안에 대해 '독주 프레임'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여야 간 충분한 논의를 통한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 처리를 시사한 바 있다.

국회 외통위 민주당 간사인 이재정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8월에 (처리)하려고 했는데 방위비 분담금 공청회를 관철하는 과정에서 결의안이 미뤄진 측면이 있었다"며 "10·4선언을 앞두고 있어서 (촉구 결의안 처리에) 기대하는 바가 있다. 지금은 더 늦춰선 안 된다는 여당 의원 간 공감대는 있는 상황이다. (특히) 야당 의원들이 미국에서 종전선언 반대 캠페인을 하고 있어서 '외통위 차원에서 (촉구 결의안 문제를) 방치하는 게 맞나'하는 이야기도 나누고 있다. 야당도 설득하고 소통하고 있다. (처리 추진) 시기를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종전선언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지난 9월 15일 오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외통위) 전체회의에서 회의 진행하는 이광재 상임위원장(가운데). /이선화 기자

하지만 국민의힘은 '종전선언' 제안 자체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하고 있어 촉구 결의안에도 협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최근 북한의 지속적인 핵 활동 작업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고, 북한이 올해에만 5차례에 걸쳐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한반도 긴장 수위가 높아진 상황에서 종전선언 촉구는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비판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의 거듭되는 핵무장 강화, 미사일 도발을 규탄하고 북한의 인권개선을 위한 국제사회 협력을 촉구해도 모자랄 판에 허울 좋은 종전선언을 제안했다"고 했다.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종전선언은 북한의 비핵화가 선행돼야 한다"며 '선(先) 비핵화, 후(後) 종전선언' 원칙을 강조했다.

국회 외통위 소속 박진 국민의힘 의원은 <더팩트>에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이 점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종전선언은 시기상조이며 한반도 안보에 오히려 위험하다는 입장"이라며 "성급한 종전선언은 북한핵을 기정사실화하고 주한미군철수론을 촉발하며 한미동맹을 무력화 시킬 수 있다. 종전선언은 비핵화의 입구가 아니라 출구가 돼야 한다"며 촉구 결의안 추진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동생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24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과 관련 "흥미로운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고 화답했다.

김 부부장은 "종전선언은 나쁘지 않다"면서도 "남조선이 때 없이 우리를 자극하고 이중 잣대를 가지고 억지를 부리며 사사건건 걸고 들면서 트집을 잡던 과거를 멀리하고 앞으로의 언동에서 매사 숙고하며 적대적이지만 않다면"이라는 이란 전제를 달았다.

이어 "얼마든지 북남(남북) 사이에 다시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며 관계 회복과 발전 전망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를 해볼 용의가 있다"고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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