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과 양강 구도…"조국 수사 과했다" 위기 자초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대권에 재도전하는 국민의힘 예비후보 홍준표 의원은 최근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 7월만 하더라도 한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했던 그는 지난달 중순을 기점으로 서서히 오름세를 보이더니 이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14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 홍 의원은 '국민의힘 대권 주자 적합도'에서 31.4%의 지지율을 기록, 28.5%를 얻은 윤 전 총장을 오차범위 내에서 꺾고 1위에 올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본선 경쟁력을 어느 정도 보여줬다는 평가다. 그렇더라도 본선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윤 전 총장 등 다른 후보들을 눌러야 한다. 지난 대선은 탄핵 정국에서 상대적으로 계파에서 자유로웠던 홍 의원이 유리했으나, 이번에는 보수 야권에 만만치 않은 후보들이 즐비하다.
내년 3월 9일 치러지는 제20대 대선이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홍 의원의 SWOT(강점 Strength, 약점 Weakness, 기회 Opportunity, 위협 Threat)'을 분석해 봤다.
강점(S): 홍 의원은 대중적 인지도가 강점이다. 4년 전 탄핵 이후 '조기 대선'이라는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24% 득표율을 기록했던 것만 봐도 그렇다. 준비된 후보 이미지를 줄 수 있다. 5선 국회의원에 경남도지사를 두 번 역임했다. 1996년 국회에 입성한 이후 현재까지 정치와 행정을 두루 경험한 것은 홍 의원의 자산이자 다른 후보에 뒤지지 않는 이력이다.
홍 의원의 거침없는 '화법'은 양날의 칼이다. 일명 '사이다 발언'으로 유권자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것도 그만의 매력으로 꼽힌다. 그렇다 보니 2030세대에서 지지율이 높다. 온라인상에선 '무야홍(무조건 야권 후보는 홍준표)'라는 신조어도 퍼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윤 전 총장이 여러 악재로 흔들리고 있어 반사효과를 얻었다는 분석도 동시에 나온다.
약점(W): 특유의 솔직한 화법이 일부 유권자의 불만이나 비호감 이미지를 줄 수도 있다는 점은 약점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홍 의원은 검찰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를 두고 '과잉 수사'로 평가한 이후 당 안팎에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일각에선 경선 국민여론조사에서 여권 지지자들의 '역선택'을 염두에 둔 전략이라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보수 진영의 여론은 싸늘하다. 다소 직설적이긴 하지만 분명하게 소신을 밝힌 게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 셈이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정경심 교수는 2심에서 실형까지 받았는데 과잉 수사라는 홍 의원의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보수 정서에 반하는 소신은 지지율 상승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했다.
기회(O): 중도와 호남 등 외연 확장이 가능하다는 점은 홍 의원의 기회 요인이다. 부산·경남이 지지기반인 홍 의원은 당과 불화로 무소속으로 총선에 출마한 사례가 있지만, 어찌 됐든 보수 정통성을 갖고 있다. 자신도 '적장자'로 칭했다. 이런 가운데 홍 의원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2030대 세대를 넘어 40대 이상에서도 지지율이 오르는 현상을 보인다. 서울과 수도권에서도 강세다.
위협(T): 홍 의원의 위협 요인은 단연 윤 전 총장이다. 윤 후보 측은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 조성은 씨와 박지원 국정원장 외 제3자가 관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 후보 측은 이 신원 불명의 인물이 홍 의원 캠프의 이필형 조직본부장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조 씨와 박 원장을 국가정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제출한 고발장에 '특정 선거캠프 소속'이라고도 명시했다.
만약 향후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홍 의원 캠프 인사가 관여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다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아울러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에 휩싸인 윤 전 총장의 아내 김건희 씨의 구체적인 혐의가 드러나지 않는다면 윤 전 총장 쪽으로 표심이 이탈할 가능성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