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효과 없어"…편 가르기 등 부작용도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각 캠프에서 '지지 선언'이 쏟아지고 있다. 이름도 생소한 단체들이 급결성되고, 상대 후보 지지 선언에 대한 관심을 분산하려는 '물타기'식 선언도 이어지고 있다. 선두 그룹 캠프 간 '지지 선언'이 과열 양상을 띠면서 지역 내 편가르기 고착화, 엉터리 지지 선언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대선 여론의 가늠자가 될 추석 연휴를 앞두고 각 대선 캠프에서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수천 명 단위의 지지선언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 캠프와 이낙연 전 대표 캠프의 '지지선언' 경쟁은 치열하다.
<더팩트>가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이후(7월 12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이재명·이낙연 캠프에서 보도자료로 밝힌 '후보 지지선언'을 분석한 결과, 이 지사에 대해서는 33건, 이 전 대표를 향한 지지 선언은 23건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건별로 참여 인원은 최소 6명부터 최대 5만 명까지 천차만별이었고, 참여한 이들의 출신도 정치, 금융, 예술, 환경, 종교, 체육, 사회적경제, 민주화운동 등 다양했다. 지역 순회 경선 첫 승부처였던 '충청'과 '강원' 지역의 지지 선언이 경선 전에 다수 이뤄진 점이 눈에 띈다.
지지 선언은 16대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보다 조직 등에서 열세인 민주당 노무현 후보 측이 지지세 확산을 목적으로 활용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이후에는 대표적인 선거 전략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지지 선언'이 선거전략으로서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은 개개인의 적극적인 정치활동 표현 방식으로, 후보에 대한 '세몰이'를 할 수 있고 지지자들과 후보 간 연대감을 주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 반대로 이미 지지하고 있는 단체들을 동원해 세 과시만 하는 보여주기식 '그들만의 리그'일 뿐, 오히려 진영과 지역사회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지지 선언이 지지층 확장을 위한 중립지대나 무관심층 유권자들의 이목을 크게 끌지 못하고, 표심에도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현재진행형인 대선 경선에서 질문은 간단하다. '야권 후보와의 가상대결에서 누가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인가'로 결정되는 것"이라며 "(경선 초기) 세를 모으는 단계에선 지지 선언을 할 수도 있는데 경선 마지막에 오면 '가장 경쟁력 있는 사람'으로 모이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는 (지지 선언이) 의미 없다. 특히 예전과 달리 요즘 정치에서는 크게 의미 없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나 캠프에서는 각지에서 오는 지지선언 요청을 뿌리칠 수 없고, 지지 선언을 통한 '세 과시' 효과도 적잖이 있다고 본다. 한 캠프 관계자는 "캠프에서는 (지지 선언이)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 따로 기획하지는 않고 (지지자들이) 지지 선언을 요청해오는 상황이다. 이에 감사한 마음"이라며 "아무래도 지지 선언을 많이 한다는 건 그만큼 흐름을 바꾸는 듯한 느낌은 있으니까 후보나 캠프 입장에서도 '분위기가 이쪽으로 오는구나' 해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또 다른 캠프 관계자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가 (지지 선언을 보고) 더 용기내는 효과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무분별한 지지 선언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정 직업군의 단체 일부 인사들이 참여할 경우 집단 내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 실제로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한 협회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사실 당시 대표와 일부만 지지했고, 협회 전체가 지지하지는 않았다. 내부에서도 당연히 지지 후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있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실체가 불분명한 인사의 지지 선언일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이 전 대표도 진보·보수 진영 인사 108인의 지지 선언에 참여한 장경동 목사로 인해 곤욕을 치렀다. 대권 경쟁자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장 목사에 대해 "전광훈 목사와 가깝고 문재인 대통령 탄핵까지 주장한 인물"이라고 지적했고, 장 목사의 과거 극우 성향 과거 발언도 재조명됐다. 이에 이 전 대표 측은 "캠프는 그런 보도자료를 낸 적이 없다"며 장 목사와의 관계를 일축했다. 다만 이 전 대표 측은 "(지지자 중에)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개인적인 의사표현을 막을 수는 없다. 지지하고 호응해주는 건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지지 선언은 정치의 자유이고 민주주의의 기본이라는 점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정치참여에 대한 긍정적인 의미를 높인다"라며 "문제는 우리 정치가 양대 진영 대결로 굳어지다 보니 특정 정치인에 대한 지지 선언은 자칫 국민 분열을 야기시키고 특정 주자간 줄 세우기가 재현되면서 갈등과 분열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라고 했다.
이어 "특히 '지지 선언' 자체가 그들만의 편싸움이지, 국민에게는 신선한 모습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지지 선언이 많다고) 반드시 득이라고 보기엔 어렵다"고 했다. 박 교수는 또 선거 국면에서 사회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지지 선언'이 아닌 다른 수단을 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캠프에서도 최근에는 지지 선언 외에 '정책 협약' 등을 통한 연대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