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의혹' 정면돌파 택한 이재명…논란 잠재울까

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4일 성남시 대장지구 개발사업 관련 특혜 의혹에 대해 직접 해명하면서 정면돌파에 나섰다. 이날 기자회견 하는 이 지사. /국회사진취재단

해소 안 된 의혹 여전…野 "후보직 사퇴하라"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이재명 경기지사를 둘러싼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일파만파 번지자 이 지사는 직접 기자회견을 자처하며 정면돌파를 택했다. 그러나 공공개발 이익을 특정 민간 업체가 가져가도록 뒀다는 '배임' 의혹으로까지 변질되면서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14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른바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에 대해 "네거티브를 넘어선 흑색선전"이라고 반박하며 직접 입장을 밝혔다. 정치권에서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떠 오른 지 사흘 만이다. 이 지사는 약 50분에 걸쳐 의혹을 적극 해명했다. 또 관련 보도를 한 보수언론에 대해선 "민주당 경선과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에서 손을 떼라"며 법적 대응도 검토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는 최근 지역 순회 경선과 1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에서 이 지사가 과반을 확보하며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부정여론이 형성되면 '대세론'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선거전에서 허위사실로 공격하는 것은 전쟁터에서 삐라(전단)를 뿌리는 것과 비슷하다. '너네 대장 죽었다더라' 이런 식으로 퍼트리면 혼란이 온다"라며 "범죄적 수준으로 조작이 매우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어서 한 번쯤은 경종을 울려야겠다"고 강경 대응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대장동 개발사업은 성남시가 최우선 이익을 배당받아 공공개발 이익을 환수했다며, 이후 민간 사업자들의 투자 방식이나 이익 배분 방식 등은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2014년 1월 23일 성남시청에서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사업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 /뉴시스

◆"대장동 개발 사업은 단군 이래 최대규모 공익환수사업"

야권은 이 지사가 지난 2014년 성남시장 재직 시절 추진한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특정 업체에 개발이익이 집중되도록 이 지사가 관여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와 민간 사업자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성남의뜰'에 출자금이 5000만 원이고 실적이 없는 '화천대유자산 관리(화천대유)'가 시행사로 선정된 것은 성남시의 특혜가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대장동 개발은 민간개발 특혜 사업을 막고 수천억 원을 환수한 모범적인 공익사업이었다"고 반박했다. 당초 수천억 원의 개발이익이 예상된 민간 개발사업을 공공개발로 전환해 5503억 원의 수익을 성남시에 안겼다는 것이다. 이 지사는 "그때 민영개발을 방치했더라면 정치로비 성공으로 정치권과 개발업자의 결탁은 더 강화됐을 거고, 업자들이 5503억을 더한 더 많은 개발이익을 누렸을 거고, 성남시민들은 세금으로 더 많은 부담을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해당 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세운 특수목적법인(SPC)에 참여한 민간 투자자들과 이해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지사는 "민간 투자자들은 자신들의 예상 이익이 줄어드니 제 인가조건 변경 조치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고 했다. 이 지사는 특히 사업 공모 때와 달리 인가조건을 변경해 920억 원 추산 성남 기반시설사업을 해당 민간 투자사들에 강제했다는 점을 들며 "이해관계가 있으면 왜 (개발이익을) 줄이겠나"라고 했다.

이 지사는 또 "(해당 사업자 지정은) 컨소시엄 세 개를 공모해 경쟁입찰을 거쳐 결정한 것"이라며 수의계약 의혹을 반박했고, 실적 없는 소규모 자본의 신생 업체 참여가 문제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원래 특수목적법인은 새로 만드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화천대유' 과대 이익 의혹에 "알 수도 없고, 알 필요 없다"

야권에선 사업 시행사인 성남의뜰에 참여한 출자사들 가운데 화천대유가 과도한 배당금을 받고 있다며 문제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시행사의 배당 배분을 살펴보면 지분 50%를 보유한 성남도시개발공사는 1830억 원을 배당받은 반면 지분 1%를 보유한 화천대유와 6% 지분을 가진 SK증권은 같은 기간 각각 577억 원과 3460억 원을 배당받았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약정 당시 투자자들이 성남시에 최우선배당을 하기로 했고, 손해 부담까지 떠안기로 했기에 이후 투자이익에 대해선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민간 투자자들의 자산 관리 배분 방식 및 투자 내용도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대장동 개발이) 1조5000억 원 투자된 사업이다. 그중 5000억 원을 우리(성남시)에 줘야 한다"며 "우리 입장에선 확정개발이익을 최우선 배당하기로 약정했기 때문에 손해가 나면 그들이 부담하는 거다. 그 사람들이 개발이익을 어디에 쓰는지, 어떻게 처분하는지는 알 필요도 없고 알 수도 없다"고 했다. 또 성남시가 사업 공모 당시 자산관리회사 설립 등을 자격 요건으로 정하지도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은행들이 (사업 관련) 토지 수용이나 사업 수행에 필요한 부담을 1조 원 넘게 부담했다. 그런데 개발이익을 화천대유가 혼자 갖겠나. 자산을 관리하는 회사라 임시 웅덩이 같은 것"이라며 "세법상 비용지출이 안 돼 비용처리와 자산 배분을 위해 자산관리회사를 만든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야권은 해당 사업을 기획했던 성남도시개발공사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이 이 지사 취임 후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임명됐고, 최근에는 이 지사 캠프에 합류했다는 점 등을 들며 이 지사의 특혜 관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유 전 사장은) 현재 캠프에 없다"며 "(사업) 설계는 제가 했다. 유 전 사장은 실무자였다"고 해명했다.

화천대유의 대표인 현직 언론사 간부 A 씨가 자신과 인터뷰를 가졌다는 논란에 대해서도 "인터뷰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언론인들은) 나중에 저와 관계된 사업을 하시면 언론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며 문제 제기의 부적절성을 비꼬았다.

야권은 배임 의혹을 제기하며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9일 기자회견 하는 장기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이선화 기자

◆野 "공공 개발이익 민간 몰아준 배임 의혹 수사로 밝혀야"

이 지사의 반박에도 대장동 개발 사업의 이익이 특정 민간 업체에 과도하게 돌아가 "공공 택지 개발이익을 사회로 환원하겠다"는 기존 사업 취지는 퇴색됐다는 비판은 여전하다.

이장규 노동당 전 정책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투자자의 리스크는 출자금에 비례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실제 투자를 누가 대부분 했느냐"고 했다. 그는 "성남도시개발공사 등 우선주는 50억 중 46억5000만원을 투자했고, 화천대유 등 보통주는 기껏 3억5000만원을 투자했음에도 개발이익의 대부분은 공공이 아닌 민간 투자자 즉 화천대유와 아직 실소유주가 밝혀지지 않은 SK증권을 경유한 투자자가 가지고 갔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공공의 개발이익을 민간으로 몰아준 배임 의혹이 있으니 수사를 통해 제대로 밝히라"고 했다.

정치권에서 관련 의혹을 수면 위로 처음 끌어올린 국민의힘 대권주자 장기표 김해을 당협위원장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대장동 사업 사업자들은) 5900세대의 아파트 단지로 최종 5조 원대에 이르는 천문학적 규모의 부동산 개발을 벌였다. 거기에서 특정인 7명이 4040억 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의 배당을 받았다"며 "'부동산 불로소득은 사회악'이라고 큰소리쳐온 이재명은 지금 어디에 있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지사는 즉각 후보직을 내려놓고 자진해서 검찰 조사를 요청해야 한다"고 했다.

이 지사는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수주 업체 아들 취업 특혜 의혹을 제기한 장 후보에게 공개 사과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장 후보 캠프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공식 사과할 용의는 없다"며 "대장동 문제에 대한 본인의 해명이 부정확해 국정조사를 통해 명명백백하게 가려져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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