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만류에도 이낙연 '사퇴' 강행…'원팀 흔들' 우려도

이낙연 전 대표의 사퇴 선언 이후 그의 거취가 미궁에 빠졌다. 7일 경제부흥 비전발표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이낙연 전 대표. /남윤호 기자

사퇴 수순 일사천리…"지도부 설득할 듯"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1차 국민선거인단 투표(12일) 결과 발표를 앞두고 이낙연 전 대표가 '의원직 사퇴' 초강수를 두면서 그의 거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 지도부의 만류에도 사퇴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어 당도 결국 처리 수순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선 "원팀 기조가 흔들란다" "민주당 경선이 왜곡된다"는 우려들이 나오고 있어 국회 본회의에서 사퇴안이 처리될지는 미지수다.

9일 민주당에 따르면 송영길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전화 등으로 직접 이 전 대표의 사퇴 철회를 강하게 설득하고 있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정권 재창출을 향한 충정, 대선후보로서의 (사퇴) 결의 배경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향후 우리가 원팀으로 대선을 치르기 위해서는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만류하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8일 '사퇴 선언'과 함께 국회에 사퇴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사퇴 안건이 처리되려면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과반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 내부에서 반대 기류가 강할 경우 사퇴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 전 대표 측은 사퇴 철회는 없다며 확고한 입장을 거듭 밝혔다.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짐 정리하는 이낙연 의원실. /이선화 기자

그러나 이 전 대표 측의 사퇴 강행 입장은 확고하다. 이 전 대표는 이날도 사퇴 의사를 철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날 전북 지역 기자회견에서 "(송영길 대표와의 통화에서) 당 지도부에도 제 의사를 존중해주길 바라며 (사퇴서를) 조속히 처리해 달라고 말씀드렸다"며 "어떤 사퇴든 동료 의원이 결심하면 (동료 의원의) 의사를 존중하는 게 온당하다고 본다"고 했다.

이 전 대표 측은 '사퇴 선언' 하루 만에 이미 관련 수순을 밟은 상태다.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정리했고, 보좌진 역시 정당한 면직 절차를 참고해 전원 면직 처리할 예정이다. 이낙연 필연캠프 소속 A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후보 의지가 확고하다. (당 지도부에서) 만류하더라도 (사퇴는) 가능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필연캠프 관계자도 "(당에서 만류한다면) 아마 (지도부를) 만나서 설득하지 않을까 싶다"며 (사퇴 선언은) 주워 담을 수 없는 말"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사퇴 건을 어떻게 처리할지 난감한 분위기다. 다른 경선 후보 캠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9일 한국예술인단체 간담회에서 인사말하는 송영길 대표. /이선화 기자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그의 사퇴 선언으로 대선 경선 원팀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야권에선 이 전 대표의 사퇴를 이재명 경기지사의 '지사직 사퇴' 공세로 활용하는 모습도 보인다. 야권 대선주자인 황교안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는 이날 "이낙연 후보의 의원직 사퇴를 높이 평가한다"며 "이 지사는 의원직에 비교되지 않는 국내 최대 규모 자방자치단체의 수장직을 아직도 유지하고 있다"고 저격했다. 일각에선 이 전 대표의 의원직 사퇴가 현실화할 경우 향후 '경선 불복' 논란으로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다른 경선 후보 캠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대선 후보 캠프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이 전 대표가 사퇴하면) 경선판이 이상하게 왜곡된다. 경선은 각자의 환경을 유지한 채 임하는 것"이라며 "국민 선택을 받겠다는 과정에서 국민 선택을 버리면 민주당 전체에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상식적으로도 법리적으로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른 후보 캠프에서는 공식 논평을 내지 않으며 말을 삼가는 분위기다. 이재명 열린캠프 관계자는 "이 전 대표 측에서 깊이 고민하고 결정한 부분이기 때문에 우리 쪽에서 쉽게 입장을 내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분위기다. 그래서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우려에도 이 전 대표 측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조만간 당 지도부가 표결을 의원들의 자율에 맡기는 방식으로 한발 물러설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은 오는 13일 부친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사퇴 의사를 밝힌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과 이 전 대표 사퇴 건을 함께 처리하자고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이를 일축하고, 이 전 대표를 다시 설득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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