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본선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를 뽑는 전략적 선택"
[더팩트ㅣ곽현서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첫 전국 순회 경선 지역인 충청권에서 잇달아 승리하면서 '대세론' 굳히기에 들어갔다. '쿠팡화재 사건', '형수욕설 파문' 등 끊임없는 스캔들에도 이 지사는 흔들리지 않고 범여권 1위 후보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지난 4일 민주당 첫 번째 순회 경선 지역인 대전·충남에서 이 지사는 득표율 54.81%로 1위를 기록하며 27.41%를 기록한 이낙연 전 대표를 더블스코어로 이겼다. 다음 날 세종·충북에서도 이 지사는 54.54%의 득표율을 얻어 이 전 대표(29.72%)를 제쳤다.
이 지사와 이 전 대표는 '명·낙대전'이라 불리는 네거티브 신경전을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불거진 이 지사와 관련된 논란들이 큰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실제 지지율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민주당 당원들에게 가장 중요한 투표 기준은 '경쟁력 있는 후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박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내년 선거에서 정권 재창출을 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한 당원들이 이 지사의 카리스마 리더십을 선택했다"며 "도덕성과 자질을 평가하기보다는 본선에서 이길 수 있는 후보에게 전략적인 투표를 했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형수욕설 파문 등 많은 리스크에 대한 것들은 이미 지지율에 다 녹아 있다"며 "앞으로 엄청난 사건이 터지지 않는 이상 지금까지의 논란들은 영향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승함 연세대 교수는 "이 지사에 대한 리스크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후보 자격이 박탈될 만큼의 중대한 사건은 아니다"라며 "여배우 파문은 증거가 없으며, 형수 욕설은 사생활 스캔들로 정리되는 모양이기에 지지율 하락 요인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지사는 당내 '반문'으로 통하며 내부 지지율이 전체 국민 지지율보다 낮은 게 약점으로 지적돼 왔다. 이런 이유로 이 지사가 여론조사에서는 우위에 있지만, 당내 조직력의 영향이 큰 권리당원과 대의원 대상 지역 순회 경선에서 이 전 대표를 상대로 쉽사리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당내 주류인 친문계에서 2017년 대선후보 경선 당시 문재인 후보를 거칠게 몰아붙였던 이 지사에 대해 여전히 '비토 정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충청 경선 결과 당심이 민심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줬다. 이 지사에 반감을 품었던 친문 강성 지지층이 정권 재창출에 위기감을 느끼면서 본선 경쟁력이 보다 높다고 판단되는 이 지사에게 표를 던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 교수는 "이 지사는 유일하게 여권 후보 중 국가 정책과 국가 발전에 대한 안을 내놓은 사람"이라며 "본인의 사이다 발언과 대통령 후보로서의 비전들이 민주 당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고 했다.
박 평론가는 "촛불 정권이 5년 만에 빼앗기는 것은 당원들에게 용납할 수 없는 사항이기에 이 전 대표보다는 이 지사에게 전략적 투표를 한 것"이라고 했다.
신 교수도 "이 지사는 반문이지만, 이 전 대표도 친문의 적자는 아니다"라며 "이러한 점을 분석해 볼 때 친문 세력이 더 경쟁력 있는 이 지사에게 표를 던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박 평론가는 이 지사가 가지고 있는 장점으로 '지역주의 기반이 없는 것'을 꼽기도 했다. 호남에 정치적 기반을 둔 이 전 대표가 갖는 고질적인 지역주의 논란이 이 지사에겐 없다는 것이다.
박 평론가는 "호남에 기반 세력을 둔 이 전 대표는 당원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충청권에서 이 전 대표에게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경선 레이스에 청신호가 켜졌다. 압도적 과반 승리를 거둔 만큼 밴드왜건 효과가 나타나면서 이 지사가 결선투표 없이 본선에 직행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다만 이낙연 캠프 측은 "충청권 경선이 첫 번째 지역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긴 하지만, 전체 선거인단 숫자에 비하면 작은 숫자이기 때문에 뒤집기가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캠프 측은 이어 "현재 회의를 통해 기존 계획들을 수정하고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6명의 예비후보들은 △대구·경북(9월 11일) △강원(9월 12일) △광주·전남(9월 25일) △전북(9월 26일) △제주(10월 1일) △부산·울산·경남(10월 2일) △인천(10월 3일) △경기(10월 9일) △서울(10월 10일) 순으로 순회 경선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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